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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 방안을 공개 언급하고 나섰다. 11일 대통령실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관련 논의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전작권 환수는 과거부터 한미 간 계속 논의돼 온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고, 우리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며 "미국 측과 동 사안을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후 처음으로 NSC 회의를 주재했고, 이 자리에서 한·미 통상 협상 등 현안과 함께 이 같은 논의 본인명의 휴대폰 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①미국이 보유한 전시작전권의 의미는? 
한반도가 ‘전쟁상태’가 됐을 때 미국이 한국군 작전권을 행사한다는 개념으로, 현재 북한과 전쟁 시 작전 계획은 미군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전작권은 한국전쟁 이후 유엔군사령부에 이양됐고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후 미군에 넘 삼성물산 어갔다. 한·미국 양국 정부가 협의해 전쟁(전시 상황)을 공식 선언하면 한미연합사령관이 작전권을 갖는다. 당장 전쟁이 벌어지면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미 육군 대장)이 작전권을 행사한다는 얘기다. 미국은 수립된 작계에 따라 주일미군 오키나와 기지, 괌 앤더슨 기지 등에서 즉각 가용 전력을 동원하며 7함대를 비롯한 항공모함 전투단을 호출한다. 미국 본토에서는 성과급 상여금 수십만 명의 지상군이 증원된다.
 ②전작권 환수 논의 역사
전작권 환수 논의는 1994년께 시작됐고 본격화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다. 전략적 자율성과 자주국방, 민족 자존심 등을 내세워 환수를 추진했다. 최종적으로 2012년에 작전권을 환수하기로 2007년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다시 이를 ‘조건부  삼성선물 환수’로 수정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고도화한 가운데 중국이 패권 추구 독재 국가로 변하는 등 안보 상황이 바뀐 탓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조건부 환수에 동의했고 2018년 한미 양국이 3개의 큰 목표(△핵심 군사적 역량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한반도 역내 환경 조건)를 달성하면 전작권이 전환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들 큰 목표에 따라 수 변경 십가지의 세부 기준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를 급증시키며 조건 충족을 추진했다.
 ③이재명 정부, 왜 전시작전권 환수하려 하나? 



2023년 포항 훈련장에서 한미 해군·해병대의 쌍룡훈련이 실시된 훈련장 주변에서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시작전권 환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내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자주국방 필요성을 비롯해 민족 자존심 등 지지층의 이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통상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전작권 환수를 공론화한 것은 일석 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전작권 환수 조건을 달성하려면,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 방어 전력과, 정찰자산 등 첨단 장비 도입과 지휘체계 개편에 국방비 지출이 최소 수십조원이 추가 소요된다. 미국산 무기 수입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동맹의 부담 분담'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얻어 통상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더불어 지지층에 이를 부각시켜 정치적 효과도 챙기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④전작권 환수 가능성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면 전작권 환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력 유연성을 확대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력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를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는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예전부터 미군이 한국군에 작전권을 넘겨주고 싶어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인범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현역 시절 미군 장성들과 얘기해보면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미군은 예전부터 작전권을 넘기려 했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조건부 전작권 환수 조항'에 따라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투자와 역량 확대 등이 선행되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얼마든지 협상으로 기존 조건과 관계없이 전작권을 내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3년 보도한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진행된 "무분별한 반공화국압살책동에 미쳐날뛰는 미제와 괴뢰역적들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집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⑤전작권 환수 논의 손익은? 
현 시점의 전작권 환수 논의가 통상 협상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통상 협상과 연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에서도 군사적 동맹국과 기타 국가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적 자주권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진영 미디어들이 이재명 정부의 안보적 입장에 의혹을 제기하고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일괄 협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게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⑥안보는 '먹고 사는 문제' 아닌 '죽고 사는 문제'
조기 전작권 환수가 상당한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군의 한국군 전작권 보유가 의미하는 ‘함께 싸운다’는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 감축·철수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지난 5월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통한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재배치 검토설’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도된 데 이어 지난 9일엔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약 1만 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수석 고문 출신의 댄 콜드웰이 주장했다. 미 2사단과 스트라이커 여단 등 지상군을 전부 철수시키자는 얘기다. 이는 미군이 해·공군 전력만 주로 투사하고 북한, 북한의 동맹국과 지상전은 한국이 주로 책임지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지 않으며 한국군과 미군이 동등하게 협력한다”고 주장한다. 작전권 환수를 합의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문서에 이 점을 적시했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전작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 해체 또는 개편이 필연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의 합의 때도 2012년 전작권 환수 후 한미연합사는 해체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연합지휘구조 등 방안은 미국이 자국군 지휘권을 한국 장성에 넘길 수도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전작권 조기 환수에 찬성한 천영우 전 외교부2차관도 저서를 통해 "미군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반면,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 이후 실전 경험이 거의 없다"며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전쟁 시 미국 본토에서 수 십만명의 병력이 증원될지도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