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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 북동쪽 게르촌. 겨울이면 영하 30도의 칼바람이 뺨을 때리는 이곳에서 매주 세 번 따뜻한 밥을 짓는 한국인 부부가 있다. 윤병학(63)·반유미(62) 선교사 부부는 한국 구세군 대한본영에서 파송된 현지 유일의 구세군 사관이다. ‘사관’은 구세군 교회의 전임 목회자를 뜻하는 용어다. 이들이 맡은 울란바토르영문(교회)은 매주 170여명이 출석하는 몽골 복음화의 최전선이다.



윤병학 울란바토르영문 사관이 9일 몽골 울란 신한카드 자동차할부 바토르 한 식당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9일 울란바토르 한 식당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윤 사관은 방황과 중독에 깊이 빠져 있었던 자신의 청장년 시절을 털어놓았다. “영업도 막히고, 도박도 더는 이길 수 없더군요. 초보자에게도 지면서 느꼈어요. 이건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서 하나님이 막으시는 거구나.” 그는 45세에 회심했다.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기도원에 오르내리던 어느 날, 자신처럼 방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신학교 교수인 친형의 조언에 따라 구세군사관학교 입학을 결심했다.
남편보다는 회심이 빨랐던 반 사관은 35세 무렵 선교 훈련 중 하나님과 약속했 전세보증금 압류 다. “금식기도 하며 말했어요. ‘50살에 보내 주세요. 아들 독립시킬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요.” 부부가 동반 입학해야 하는 학칙에 따라 두 사람은 40대 후반에 함께 신학생이 됐다.
국내 몽골인 디아스포라 사역으로 목회 실습 명령받은 반 사관은 2000년 단기 선교로 방문했던 몽골을 떠올렸지만 남편 윤 사관은 “나는 해외 사역 생각 수수료 면제 통장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상황은 자꾸 그들을 몽골로 향하게 했다. 2008년, 구세군 대한본영이 개전 100주년을 맞아 몽골 본부 개척에 나섰고 2012년 윤·반 부부를 현지 책임자로 파송했다. 반 사관이 세는 나이로 정확히 50세 되던 해였다.
몽골에 도착한 부부는 구세군의 3S(Soup, Soap, Salvation), 즉 ‘먹이고 빌라대출금리 씻기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본격화했다. 처음엔 성탄절 노숙인 초청 행사로 식사와 선물을 전했고 이후 주 5일 무료 급식과 노숙인 밀집 지역 급식 배달에 나섰다. 그러나 술을 마신 노숙인 간의 다툼으로 민원이 잦았다. 현재는 주 3회, 한 장소에서 점심 급식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교인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윤병학(앞 줄 가운데 왼쪽) 반유미(앞 줄 가운데 오른쪽) 사관과 울란바토르영문 제직들이 지난해 찍은 단체사진. 한국 구세군 몽골대표부 제공


반 사관은 “몽골은 산업 기반이 약하고, 알코올 중독과 가정 해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윤 사관은 “유목민 문화 특성상 성에 관대해 자녀의 아버지가 다른 경우도 많다”며 “결혼식을 안 하다 보니 이혼율은 낮지만 사실상 가정은 해체돼 있다”고 전했다. 영문 구성원도 여성 신도가 대부분이다. 헌신과 봉사 역시 여성의 몫이 크다. 윤 사관은 “남성들은 사회적 무기력에 빠져 있고 젊은 세대는 SNS와 빠른 산업화에 휩쓸려 있다”고 했다. 영문이 소속된 한국구세군 몽골대표부에선 노숙자 사역뿐 아니라 무료 유치원과 무료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란바토르영문은 현재 100% 현지인 교회로 성장해 매주 평균 150명, 유초등부 포함 170명 가까운 성도가 출석한다. 몽골 내에서는 큰 교회에 속한다. 하지만 윤 사관은 “내적으로는 아직 미숙하다”고 평가했다. “십일조를 드리는 성도는 소수고 신앙이 자리 잡은 듯 보여도 미신과 기복신앙이 여전한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부부는 희망을 품는다. “눈에 보이는 열매는 적지만, 씨앗은 뿌려졌어요. 140년 전 조선 땅을 밟은 선교사의 마음으로 오늘도 기도합니다. 지금은 미약하고 오합지졸 같아 보여도, 언젠가 이 땅에서 큰 나무가 자랄 겁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영문 노숙인 사역팀과 노숙인들이 지난해 10월 울란바토르 북동지역 한 게르촌에서 식사 전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 한국 구세군 몽골대표부 제공


몽골은 중앙아시아 대부분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독교 활동이 허용된 드문 나라다. 윤·반 사관은 울란바토르 영문이 몽골 복음화의 통로이자 중앙아시아 선교의 교두보가 되길 소망한다.
“몽골이 모든 ‘스탄’ 국가들과 연결돼 있고, 유목이라는 공통문화를 나누고 있어요. 지금도 그 지역으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몽골 교회가 적지 않아요. 우리는 오늘도 이곳에서 기도의 불씨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울란바토르(몽골)=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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