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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이라는 '공'을 기록할 것인가, 독재라는 '과오'를 쓸 것인가.
새 역사서 발간이 예고된 인도네시아에서 역사 왜곡 우려가 커지고 있다.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미화한 왜곡 역사서가 나올 것이란 전망에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문화부는 80번째 독립기념일인 오는 8월 17일, 10권짜리 새 역사책을 발간한다. 유양디앤유 100여 명의 학자가 집필 중인 이번 역사서에는 고대사와 네덜란드 강점 역사, 현대에 들어와 이룩한 고도 압축 성장의 이야기가 망라된다. 파들리 존 문화부 장관은 "국가 정체성 재창조가 이번 역사서 발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과거를 재해석하는 역사 수정주의로 이어지거나 별내지구 아이파크 '역사 왜곡서'가 탄생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통치한 수하르토(오른쪽) 전 대통령이 1981년 6월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협적금이자율 논란의 중심에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공과'가 가장 뚜렷한 인물이다. 지지 세력은 그를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고 칭송한다. 집권 이후 자유주의를 도입하고 석유와 가스 등 천연 자원을 활용해 빈국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수하르토 집권기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에 sbi저축은행 연봉 달했다.
반면 '잔혹한 독재자'라는 평가 또한 공존한다. 1965년 공산주의자 쿠데타를 무력 진압한 이후 권력의 핵으로 부상, 1967년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50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다. 1975년에는 동티모르 강제 합병에 나서며 점령 기간 약 20만 명의 동티모르인을 살해·탄압했다. 군부와 친인척이 국고를 유용 신용카드 카파라치 해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오명도 남겼다.



태국을 국빈 방문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9일 방콕 정부 청사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학계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대통령이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이자 ‘오른팔’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새 역사책이 권위주의 정권과 인권 탄압 역사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 정부에서 육군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하는 데 앞장섰다. 인도네시아 유명 역사학자 아스피 와르만 아담은 "인권 침해 역사를 빼는 식으로 자신의 집권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이번 역사서 편찬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운동가와 역사학자,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인도네시아역사투명성연합은 21일 하원에 역사책 출간 중단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역사는 올바르게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집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