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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임금체불로 솔직히 구속수사까지 가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통신영장이나 체포영장도 잘 발부가 안 되는데 구속영장은 정말 힘들죠. '야망'이 있으면 하라고 할 정도로 품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임금체불로 구속되는 사례가 보기 드문 거예요."(전직 근로감독관 A씨)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2조48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1월~황금성검증
3월)도 벌써 6043억원을 기록해, 다시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습·고의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를 원칙으로 강경 대응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치밀해지는 임금체불 수법에 수사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달 30일 일선 고용릴게임검증
노동청에서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들을 만나 수사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고용부 통영지청에서 근무하는 임종범 감독관은 최근 근로자 130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12억4000여만원을 체불한 선박임가공업체 사업주 B씨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B씨는 선박공사 하도급을 받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청으로부터 1릴게임백경
30억원의 기성금을 받았음에도 근로자들의 임금은 체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모친과 지인에게 송금하고 딸의 아파트 구입, 대출금 상환, 고급 외제차 할부금 상환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를 대상으로 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임금체불 사건만 71건(피해 근로자 499명)에 달했고, 임금체불 전과도 5회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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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구속영장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법인 계좌를 비롯해 B씨의 금융계좌와 카드 사용내역 등 자금 흐름을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었다.
임 감독관은 "조사를 하다보니 명의 대표와 실제 대표가 있는 걸 알게 됐는데, 계속 책임을 돌리니 오기가 생기더라"며 "지난해 2월부터 1년 가까이 수사를 하다가 구속영장을 신청릴게임임대
했다"고 전했다.
대전지청에서 근무하는 김재헌 근로감독관도 지난 4월 사회초년생 등 근로자 15명의 임금 1400만원을 체불한 편의점 가맹점주 C씨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C씨는 대전광역시, 충남 계룡시, 경북 울진군 등에서 편의점 4개소와 식당 1개소를 운영하며 주로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하루에서 최대 2개월까지만 단기로 근무하게 한 뒤 연락두절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체불해왔다. 급여가 소액인 점을 악용해 상습 체불을 한 것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C씨 앞으로 진정 접수된 임금체불 사건은 119건. 체불액은 총 4억6000여만원에 달한다. 심지어는 임금체불로 22회나 벌금형 선고를 받았고 징역형도 1회 선고 받은 전력이 있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 감독관이 잠복 끝에 4월 25일 새벽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임금체불 조금 한 것 가지고 무슨 체포까지 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주민등록 주소지를 61회나 변경하면서 수차례 출석요구를 불응한 C씨의 태도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수사 과정에서 현재도 임금체불로 4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무안=뉴시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지난 4월 8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암에서 벌어진 네팔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자를 구속하고 철저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2025.04.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가 하면 목포지청에서는 네팔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를 감금 폭행하고 임금을 체불한 40대 돼지농장 사업주 D씨를 구속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앞선 두 사례와 달리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지면서 직권조사에 들어간 사건이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돼 곧바로 사업장 전반의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게 됐다고 한다.
그 결과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도 안 주는 등 총 62명의 임금 2억6000여만원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민충기 목포지청 근로감독관은 "급여가 안 나간 적은 없지만, 근로자들은 자기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다"며 "이 외에 감금에 폭행에 심각한 범죄가 있었음에도 반성도 없었고,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의 경우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재판을 받는 동안에라도 구속이 돼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임금체불 사건이 앞선 사례들처럼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부가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임금체불 사건으로 사업주를 구속한 것은 단 6명뿐.
그나마도 2023년, 2024년 같은 시기에 구속된 인원이 4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강경대응을 하는 추세다. 체포영장, 통신영장, 압수수색 등 기타 다른 강제수사까지 합하면 지난해 동기 대비 34% 늘었다.
현장에서는 '괘씸한' 사례가 많지만, 구속까지 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대전청의 김 감독관은 "영장 자체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구속영장 발부는 저희 청 같은 경우에 1년에 한 번 정도다. 1건도 나오지 않은 해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근로감독관 A씨 역시 "경찰이나 검찰과 달리 일반행정직 공무원인데 강제 수사를 하겠다고 섣불리 나서기도 힘들다"며 "여러모로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몸만 갉아먹는 부서라는 인식도 커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근로감독관들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인력을 늘리고 실질적인 수사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전국의 근로감독관은 2200명. 지난해 말 일선 고용노동지청에 접수된 임금체불 사건만 19만4915건(피해 근로자수 28만3212명)으로, 1인당 임금체불 사건만 1년에 89건 수사하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늘어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등을 합하면 1년에 40여만건의 신고가 일선청으로 들어오는데, 사건을 모두 합하면 근로감독관 1인당 180여건을 맡게 된다.
통영지청의 임 감독관은 "청별로 사건 수가 다르겠지만, 당시 제가 20건 정도의 사건을 맡고 있었는데 구속을 처리하면서 40건까지 올라갔었다"며 "과에서 사건 배당을 일부 빼주기는 하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들한테 부담이 가니까 미안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관 역시 "저희가 임금체불 사건만 수사하는 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등 사건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접수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감독관들이 업무량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A씨는 "노동관계법 위반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인식도 희박하고, (형을) 받아봐야 벌금 몇십만원이라는 인식이 커서 감독관 개인이 정석적으로 조사를 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며 "사건의 빠른 해결을 원하는 피해자들과 감독관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용자에 사건 처리 속도를 마냥 느리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니 강제 수사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