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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충남 공주시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된 고요한 작가의 작품 '솔곰'이 숲의 나무 사이로 위용을 들어내고 있다.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된 '솔곰'은 관람객이 내부로 들어가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솔곰의 머리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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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는 집채만 한 곰이 산다. 전신은 빛바랜 고동색에 체고는 족히 3층 주택은 될 만큼 거대하다. 연미산 자락을 걷다 보면 우거진 숲 사이로 고개와 앞발을 빼꼼 내밀고 행인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충남 공주시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지키는 나무 곰 ‘솔곰’이다.
기다란 목판 수백 장을 이어 만든 솔곰의 양다리에 10원야마토게임 는 작은 문이 숨어 있다. 정면이나 후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보이지 않고 측면에서만 보인다. 이 문을 통해 곰의 다리, 몸통을 거쳐 머리 내부까지 오를 수 있다. 곰의 눈을 통해 주위를 둘러보니 마치 트로이를 내려다보는 고대 그리스 병사가 된 기분이다. ‘트로이의 목마’ 대신 ‘공주의 목곰’ 속에서 말이다.
공원에는 솔곰처럼 내부에 들어가 바다이야기부활 앉고 누울 수 있는 작품이 즐비하다. ‘눈으로만 감상하시오’ 타이르는 대신 ‘한걸음 더 다가오시오’ 권한다. ‘미술관’ 대신 ‘미술공원’이라 불리는 이유일 테다. 금강 넘어 백제의 도읍을 바라보는 연미산 자락에서 공주 문화여행이 꽃핀다.
숲속의 미술 놀이터, 연미산자연미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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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된 허강 작가의 '달빛 드로잉'.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된 황성준 작가의 '징의 여정'.
연미산의 상징적 숲 릴게임하는법 지기가 솔곰이라면, 공원과 전시 작품을 관리하는 실질적 숲지기는 고승현(70) 작가다. 1981년 ‘야투-야외현장미술연구회’를 결성한 이래 50년 가까이 자연미술 외길을 걸어왔다. 학부생이었던 당시 제도권 미술이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지 않음을 알고서 ‘가장 순수한, 원초적인 예술’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것이 계기라 한다. 고 작가는 아프리카 토속 미술을 예시로 들며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굉장히 자유로운 작품을 한다. 주위 자연이 표현의 도구가 되고, 무한한 공간이 캔버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연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예술도 변화하는 자연처럼 서서히 사라지도록 두는 것이 본래 자연 미술의 지향점이다. 고 작가는 자연미술이 “자연의 현상 속에서 자기 의지를 펴고, 그것을 기록하고, 그대로 다시 떠나는 행위”라며 ‘노마드(유목민)’의 삶에 비유한다. 인체로 모래톱을 파내 그 순간의 빛, 그림자, 소리가 만들어 내는 조화를 작품 삼고, 다시 사라지게 두고 떠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예술은 관객하고 만나는 데에 한계가 뚜렷하기에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기획했다.
조르디 NN 작가의 '뷰유하는 성소'가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돼 있다.
김우진 작가의 'Horse(Utopia)'가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돼 있다.
연미산에 설치된 작품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인위적인 보강구조가 추가되기도 하고, 상징적인 작품들은 정기적인 유지보수를 거치기도 한다. 고 작가에 따르면 ‘자연미술에서 파생된 공공미술’이라고. 그럼에도 공원이 산과 숲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작품 대부분의 주재료는 목재와 철. 철은 자연스럽게 산화되도록, 나무는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급적 색을 입히지 않는다고 한다. 정교하게 다듬기보단 적당히 투박한 질감을 낸 작품들은 그래서 재료와 무관하게 서서히 비슷한 색으로 수렴된다.
고 작가는 “작품을 선정하고 배치할 때도 자연 공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언덕이든 계곡이든, 나무가 있든 바위가 있든 지형지물과 최대한 어울리도록 한다”며 “작가 개인이 돋보이기보다는 자연 속에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의 차별점은 바로 예술과 자연의 조화에 있다는 얘기다. 하늘 높이 치솟은 울창한 숲 곳곳에서 슬금슬금 등장하는 목곰과 철마(鐵馬)는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뭉크-얼딘 뭉크조리크 작가의 '자연 그리고 곰'.
엠마누엘라 카마치 작가의 '시너지-곰이 물이 되어'.
공원에 배치하는 작품은 고 작가가 중심이 돼 격년으로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참가작 가운데서 선정한다. 독일, 프랑스, 몽골 등 다국적 작가들이 한 달간 합숙하며 함께 작품을 만든다. 2004년 첫 비엔날레는 한국영상대학교 뒷산 장군봉에서 열렸다. 부지 접근성이 떨어져 고민하던 중 연미터널 개통 후 방치돼 있던 구도로 인근 부지로 행사장을 옮길 것을 시에서 제안, 2006년 두 번째 비엔날레를 연미산에서 개최했다. 그해 출품작을 모아 상설화한 것이 연미산 공원의 시작이었다.
비엔날레 주제가 매번 바뀌는 데도 유독 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이유는, 공원 상설전시 구역은 늘 공주의 ‘고마나루’ 설화를 주제로 하기 때문이다. 설화 속 연미산 암곰은 길 잃은 나무꾼에 반해 그를 납치해 가정을 꾸리지만, 결국 금강을 건너 인간 세상으로 도망치는 남편을 망연히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두 아이를 양팔에 안은 채로.
연미산자연미술공원 내부 쉼터 창문에서 바라본 숲의 모습.
위스누 아지타마 작가의 '쿤드하마니'
‘자연’에 이은 연미산 공원의 키워드는 ‘체험’이다. 관람객은 곰의 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새의 날개폭에 안긴다. 대나무와 철골로 엮은 ‘미사일’ 안에서, 하늘을 향해 나이테가 뻥 뚫린 통나무 안에서 바라보는 숲은 밖에서 바라보는 숲과 또 다르다. 관람객의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넓혀주는 작품들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관람객도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에게 ‘만지면 안 돼!’ 하며 신경을 곤두세울 일이 없다. 고 작가는 “작품에 누워보기도 하고, 작품 안에 들어가거나 올라가서 다르게 바라보기도 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작품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서 자연을 느끼고 작가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면 더 만족감이 클 것”이라고도 했다.
피터 팔 작가의 '곰 발 셸터'.
날씨가 맑지 않아도 숲의 향을 더 선명히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연미산 공원이 처음부터 관람객 체험에 주안점을 둔 건 아니다. 2018년 ‘숲 속의 은신처’를 주제로 개최한 비엔날레가 전환점이 됐다. 당시 건축가들과 협업하며 기획한 체험·교류형 작품이 전에 없던 큰 호응을 받아 ‘관람객에게 더 다가갈 필요가 있겠구나’ 체감했다고. 이후부터는 작품 공모를 받을 때 교류·체험 요소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현재는 아이들의 자연 체험도 공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학교, 유치원 등 10인 이상 단체는 사전에 자연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체험할 수 있다. 고 작가는 “날씨도 자연의 일부인 만큼 맑은 날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은 숲의 향이 호흡과 피부의 촉감으로 더 잘 느껴진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공감각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근대건축과 문화가 흐르는 제민천
공주시 제민천 인근 루치아의 뜰 내부에 옛 한옥의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루치아의 뜰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밀크티. 자개소반 위에 놓인 유럽 다기의 조화가 아름답다.
공주 도심 중심에 흐르는 제민천은 공주 문화여행의 또 다른 줄기다. 한때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던 천변 일대에 건물이 하나둘 재생되며 현재는 전시, 도서, 먹거리, 분위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유명한 곳은 한옥 카페 ‘루치아의 뜰’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건물 재생을 추진한 공간이다. 빈집으로 오래 방치됐던 한옥의 옛 구조를 최대한 살려 가꾸었다. 녹슨 대문, 삐뚤빼뚤한 서까래와 누런 유백색 창호가 지긋한 세월을 넌지시 말해준다. 본래 어떤 가장이 손수 지은 집이었지만 부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은 도시로 떠나 빈집이 됐다고 한다. 본관은 한옥을 쓰던 방식과 같이 좌식으로 운영하고, 별관은 서양풍으로 꾸며 입식으로 운영한다. 커피보다는 홍차와 밀크티가 주력이다. 한옥과 어울리는 개다리소반 위에 밀크티가 담긴 유럽풍 다기가 제법 잘 어울려 인기가 많다.
자연미술관Ko는 건물 내외부에 작품이 가득하다.
자연미술관Ko 옆 건물 '고가네 칼국수'는 같은 방직 공장을 개보수해 만들었다.
제민천 골목 재생 과정에는 고 작가도 함께했다. 그 또한 이곳 주민이었기 때문. 부모님이 운영했던 방직공장 일부를 카페 겸 미술관 ‘자연미술관Ko’로 꾸몄다. 주 출입구 인근은 카페로 운영하고, 안쪽 공간은 연미산에 미처 전시하지 못한 미술품을 전시했다. 카페 운영은 아내 허현주(63)씨가 맡아서 한다. 본래 같은 장소에서 두부 맛집으로 이름난 음식점 ‘맛깔’을 운영했지만 전시 공간도 마련할 겸 건강도 챙길 겸 업종전환을 했다고. 연미산 공원의 매력이 숲과 미술의 조화라면 이곳은 근대건축과 미술의 조화가 매력이다. 바로 인접한 ‘고가네 칼국수’ 역시 공장을 음식점으로 리모델링 공간이다. 현재까지도 벽체, 트러스 구조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당시 경공업 공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책방 잇다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필사 노트로 장식한 벽면.
제민천 일대는 작은 책방·독립서점이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질문’ ‘책방, 잇다’ ‘가가책방’ ‘느리게 책방’ 등이 있다. 온갖 책을 망라한 대형서점과 달리 책방지기가 직접 큐레이션(선별)한 책을 보는 맛이 있다. 이 책을 왜 선정했는지,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는지 자필로 적은 메모지에서 책에 대한 애정이 읽힌다. 작은 지류 소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이 역시 둘러볼 만하다.
공주=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일상이 된 여행. 이한호 한국일보 여행 담당 기자가 일상에 영감을 주는 요즘 여행을 소개합니다.
충남 공주시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된 고요한 작가의 작품 '솔곰'이 숲의 나무 사이로 위용을 들어내고 있다.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전시된 '솔곰'은 관람객이 내부로 들어가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솔곰의 머리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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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는 솔곰처럼 내부에 들어가 바다이야기부활 앉고 누울 수 있는 작품이 즐비하다. ‘눈으로만 감상하시오’ 타이르는 대신 ‘한걸음 더 다가오시오’ 권한다. ‘미술관’ 대신 ‘미술공원’이라 불리는 이유일 테다. 금강 넘어 백제의 도읍을 바라보는 연미산 자락에서 공주 문화여행이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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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누엘라 카마치 작가의 '시너지-곰이 물이 되어'.
공원에 배치하는 작품은 고 작가가 중심이 돼 격년으로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참가작 가운데서 선정한다. 독일, 프랑스, 몽골 등 다국적 작가들이 한 달간 합숙하며 함께 작품을 만든다. 2004년 첫 비엔날레는 한국영상대학교 뒷산 장군봉에서 열렸다. 부지 접근성이 떨어져 고민하던 중 연미터널 개통 후 방치돼 있던 구도로 인근 부지로 행사장을 옮길 것을 시에서 제안, 2006년 두 번째 비엔날레를 연미산에서 개최했다. 그해 출품작을 모아 상설화한 것이 연미산 공원의 시작이었다.
비엔날레 주제가 매번 바뀌는 데도 유독 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이유는, 공원 상설전시 구역은 늘 공주의 ‘고마나루’ 설화를 주제로 하기 때문이다. 설화 속 연미산 암곰은 길 잃은 나무꾼에 반해 그를 납치해 가정을 꾸리지만, 결국 금강을 건너 인간 세상으로 도망치는 남편을 망연히 바라보는 처지가 된다. 두 아이를 양팔에 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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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아이들의 자연 체험도 공원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학교, 유치원 등 10인 이상 단체는 사전에 자연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체험할 수 있다. 고 작가는 “날씨도 자연의 일부인 만큼 맑은 날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은 숲의 향이 호흡과 피부의 촉감으로 더 잘 느껴진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공감각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근대건축과 문화가 흐르는 제민천
공주시 제민천 인근 루치아의 뜰 내부에 옛 한옥의 구조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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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곳은 한옥 카페 ‘루치아의 뜰’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먼저 건물 재생을 추진한 공간이다. 빈집으로 오래 방치됐던 한옥의 옛 구조를 최대한 살려 가꾸었다. 녹슨 대문, 삐뚤빼뚤한 서까래와 누런 유백색 창호가 지긋한 세월을 넌지시 말해준다. 본래 어떤 가장이 손수 지은 집이었지만 부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은 도시로 떠나 빈집이 됐다고 한다. 본관은 한옥을 쓰던 방식과 같이 좌식으로 운영하고, 별관은 서양풍으로 꾸며 입식으로 운영한다. 커피보다는 홍차와 밀크티가 주력이다. 한옥과 어울리는 개다리소반 위에 밀크티가 담긴 유럽풍 다기가 제법 잘 어울려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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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잇다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필사 노트로 장식한 벽면.
제민천 일대는 작은 책방·독립서점이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질문’ ‘책방, 잇다’ ‘가가책방’ ‘느리게 책방’ 등이 있다. 온갖 책을 망라한 대형서점과 달리 책방지기가 직접 큐레이션(선별)한 책을 보는 맛이 있다. 이 책을 왜 선정했는지,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는지 자필로 적은 메모지에서 책에 대한 애정이 읽힌다. 작은 지류 소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이 역시 둘러볼 만하다.
공주=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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