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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그렇게 비가 내릴 줄은 몰랐어요. 내일까지 또 많이 온다는데 막막하네요.”
18일 오전 10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 가게마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책상과 의자, 선풍기 등을 꺼내 씻고 있었다.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류성규(69)씨는 “30년 가게 하면서 이렇게 억수 같은 비는 처음이었다”며 “반평생을개원프
바친 가게인데 장비가 죄다 물에 잠겨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근처 카페 직원은 “흙탕물이 들이쳐 매장 안이 수영장이 됐다”며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했다.
광주에는 전날 하루에만 비가 433.2㎜ 쏟아졌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평소 7월 한 달간 내리는 비(294.2㎜)보다 많은 양이 하루주식분석프로그램
만에 쏟아진 것이다. 낙뢰도 764번 쳤다. 주민 이모(59)씨는 “중부 지방에 비가 많이 오는 줄 알았는데 오후 들어 광주에도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며 “10분도 안 돼 물이 허리춤까지 차올라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광주 공구거리도 침수 피해 - 지난 17일 쏟아진이테크건설 주식
폭우로 광주광역시 북구 '공구의 거리'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18일 오전 가게마다 빗물을 뒤집어쓴 물통, 장비 등을 꺼내 씻고 있다. /김영근 기자


전남대치과병원 앞 도로에는 전날 물에 잠겼던 차들이 어지럽게 서 있었다. 차를 찾으러 온 최민하(63)씨는 “아차 하는 사이에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sk케미칼 주식
”며 “차문도 열리지 않아 창문으로 몸만 피했다”고 했다.
북구 영산강 변에 있는 파크골프장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쑥대밭이 됐다. 광주 북구가 작년 6월 13억원을 들여 조성했는데 1년 만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영산강의 ‘옛 산동교’는 붕괴 위험에 놓였다. 교각이 파손돼 상판이 휘었다. 다리 곳곳에 무료황금성
균열이 생겼다. 옛 산동교는 6·25전쟁 때 국군이 북한군과 싸웠던 전적지다.
집이 물에 잠긴 주민 320명은 대피소에서 밤을 보냈다. 강미현(47·광주 산월동)씨는 “아침 10시부터 14시간 동안 양동이로 물을 퍼붓는 것 같았다”며 “집 바로 옆에 있는 영산강까지 넘칠까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양준서(57·광주 양동)씨는 “비 때문에 불안해서 잠을 설친 건 처음”이라며 “그래도 목숨을 건져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10분만에 허리춤까지… 평생 바친 가게 죄다 물에 잠겨"
이날 만난 광주시민들은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상청은 광주 등 호남 지방에 19일까지 최고 400㎜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침수 피해를 봤다. 안 그래도 지대가 낮아 빗물이 고이는데 올해도 근처 당진천이 범람했다. 상인들은 가게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으며 버텼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 16~17일 당진에는 비가 378㎜ 내렸다.



아까워서 어쩌나… 눈물 젖은 양파 - 18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서 한 주민이 폭우에 젖은 양파를 들고 울먹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생선을 파는 김준태(67)씨는 “냉동고가 물에 잠겨 안에 든 생선을 전부 버려야 한다”며 “손해가 수천만 원은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작년에 그렇게 피해를 봤는데 올해도 똑같이 물난리가 났다”며 “2년 연속으로 당하니 이제는 화낼 힘도 없다”고 했다.
상인들은 당진시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대구 북구 노곡동에선 전날 시간당 40㎜의 비가 내리면서 주택·상가 20동과 차량 40대가 물에 잠겼다. 주민 26명이 폭우에 고립됐다가 119구조대의 보트를 타고 대피했다.
노곡동 주민들은 지난 4월 산불 피해도 입었다. 주민 손모(62)씨는 “대구는 웬만해선 물에 잠기는 일이 없는데 살다 처음 겪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숨진 사람은 총 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6일 경기 오산에서 1명, 17일 충남 서산·당진에서 3명이 숨졌다.
전국에서 실종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날 오후 8시 40분쯤 세종시에서 사람이 물에 휩쓸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이 수색 중이다. 광주에선 70대 남성과 80대 남성이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이재민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60개 시군구 6073명으로 집계됐다.
충청, 호남 등 곡창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논·밭 1만3033㏊가 물에 잠겼다. 축구장 1만8000개 규모다. 서산, 당진, 예산 등 충남 지역이 1만2464㏊로 96%를 차지했다. 충남에는 16~17일 이틀간 최고 5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전국적으로 소 56마리, 돼지 200마리, 닭 60만마리가 폐사했다.
경북 성주의 참외 농가는 8월 수확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전날 시간당 44㎜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농민 김모(65)씨는 “애지중지 키운 참외를 막 따려고 했는데 이 난리가 났다”며 “속이 상해서 죽겠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직 집계 중인 곳이 많아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가유산도 상처를 입었다. 전날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충남에 집중됐다. 부여에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왕릉원 동상총의 경사면이 일부 유실됐다. 서산 개심사에선 흙더미가 흘러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예산의 윤봉길 의사 유적은 진입로에 토사가 쏟아졌다. 경북 경주 석굴암은 진입로 일부가 무너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 387곳과 건물 241동이 물에 잠겼다. 학교 451곳도 누수 등 피해를 입었다
집중호우는 일상도 멈춰 세웠다. 전국 247개 학교가 정상 수업을 하지 못했다. 이 중 156교는 수업 시간을 단축했다.
철도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코레일은 경부선 서울~대전·동대구~부산 구간과 전라선(익산~여수엑스포), 장항선(천안~익산), 서해선(홍성~서화성), 충북선(오송~제천) 등의 새마을호·무궁화호 운행을 중단했다. KTX는 서행했다. 호남선과 경전선은 새마을호·무궁화호뿐 아니라 KTX도 운행을 멈췄다.
제주공항, 김포공항 등에선 국내선 항공편 51편이 결항했다.
충남과 전남 등 18곳에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산림청은 “사흘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지반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산사태 피해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