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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경고음] ‘고환율 뉴노멀’ 겉으로 웃지 못하는 기업들, 알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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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13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12-2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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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와 같은 일이 내년에도 벌어질 것 같다.”
최근 1400원대 중후반으로 고공 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제조 기업 A사 관계자는 22일 이같이 말했다.
원재료를 수입하는 비중이 크고 해외 생산시설을 운영하기도 하는 A사는 2023년 말, 이듬해 경영 계획을 세울 때 원·달러 환율을 1300원으로 예측했다. 2023년 초 1200원대 중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13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고 결국 A사는 경영 계획상 기준을 1350원으로 수정해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전략본부에서 50원을 올리라고 지시가 내려오자 각 사업부에서 난리가 났다”며 “2~3월까지 시장 조사를 다시 하고, 환율 영향도 다시 파악해 보고서를 새로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A사는 내년 원·달러 환율 기준을 1400원으로 설정해두고 경영 계획을 세워둔 상황이다.
흔히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은 좋으리라 생각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국내산 원자재를 바탕으로 수출하는 기업을 빼놓고는 고착화하는 고환율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큰 제조 기업 B사 관계자는 “회계를 할 때 원화로 전환하니 일단 환율이 오른다는 건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보니까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며 “그런데 우리가 받을 돈도 달러지만 줄 돈도 달러가 많으니 드라마틱하게 전체 손익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 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을 그대로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는 않다고 했다.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조 기업 C사 관계자는 “고환율이 되면 국내 가격 인상을 안 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국내에서 가격을 확 올리는 것도 부담이다. 국내 소비자가격을 안 올리면 해외에서는 ‘우리는 왜 안 깎아주냐’고 한다. 기업으로서는 고환율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품 기업 D사 관계자는 “환율 고공 행진으로 부품 망이 마비되고, 물가 상승으로 내수 기반이 무너진다면 이는 국내 기업들에도 결코 반가운 시나리오일 수 없다”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환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적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들이 환율이 유지되거나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가입 실적을 보면, 올해 1~11월 가입 금액은 85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647억원)보다 32.7% 감소했다. 환변동보험은 가입할 때 약정한 환율보다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받고, 약정한 환율보다 올라가면 환차익에 따른 이익금을 무보에 지급해야 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상대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높고 낮음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해외에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 많고, 소재·부품·장비도 달러로 거래하다 보니 환율의 고저보다는 변동성만 크지 않으면 큰 타격은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이라며 “환율 변동성 범위가 큰 것보다 1400원대 후반이라도 변동성 범위가 좁은 게 낫다. 환율이 널뛰지만 않으면 그 수준에 맞춰 전망하고 계획을 세우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고환율이 고착화할 경우 기업의 셈법이 다소 복잡해질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고물가에 시달릴 시민들인 셈이다. 경제 부처에서 일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이 지속할 경우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사실 그러면 힘들어지는 건 국민이고, 기업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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