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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에서 안과 의사를 만나는 건 하나님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거든요. 이들을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어서 23년째 의료봉사를 가는 거죠.” 안과 의사이자 국제 실명 구호 비정부기구(NGO) ‘비전케어’ 설립자인 김동해(61) 이사장은 지난달 모로코를 다녀왔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모로코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경제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빈부 격차가 커 최대 도시인 카사블랑카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병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안과의 경우 인구 10 프라임브로커 0만 명당 의사가 1명에 그쳐 각종 안과 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많다. 김 이사장과 비전케어 봉사 팀이 현지에서 2주간 머물면서 수술한 환자는 263명. 대부분 백내장과 소아 사시 환자였다. 두 질환 모두 국내에서는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현지에서는 의료 환경이 열악해 치료 시기를 놓쳐 시력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 이사장은 “모로코에 봉사를 주요기관 간 것도 벌써 25번째”라며 “보건·의료 환경이 너무 달라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과 비전케어 팀은 국내 어떤 NGO보다 철저하게 움직인다. 최소 현지 방문 1년 전부터 활동 계획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환경에 맞도록 필요한 약이나 수술 도구·장비를 떠나기 전부터 꼼꼼히 챙긴다. 김 이사장은 “비전케 개인회생자대출 어 팀은 해외에 일주일 있으면 일주일 내내 수술만 한다”며 “현지에 맞는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활동이 어렵다”고 했다.
비전케어는 단순 의료봉사에만 그치지 않고, 현지 교육을 통해 의료진의 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비전케어 팀이 다녀간 일부 국가 병원들은 벌써 한국만큼 안과 의료 수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 때문 올크레딧 로그인 에 비전케어는 국내 다른 NGO처럼 연예인 홍보대사를 쓰거나 모금 활동을 별도로 하지 않음에도 영향력만큼은 글로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전케어의 손길을 거쳐 빛을 본 환자는 40개국 23만 명에 달한다. 김 이사장은 어려운 이웃들의 시각장애 고통을 덜어준 공로로 ‘제35회 삼성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김 이사장이 원장으로 있는 서 거래소 울 중구 명동성모안과의원에서 그를 만나 ‘함께 보는 밝은 세상’에 대한 비전을 들어봤다.
―2001년 비전케어를 설립하고 23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잘 몰랐던 이슬람국가와 이슬람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전 세계 종교 간 갈등이 커졌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해외 의료봉사를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다음 해 파키스탄을 처음으로 갔다. 막상 가보니 의료 환경은 열악하고 환자는 너무 많았다. 실명된 사람들이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닐 정도였다. 그걸 도우려고 한 게 비전케어의 시작이었다. 그땐 이슬람국가 사람이면 모두 다 테러리스트가 아니냐며 무서워했는데, 모두 가족이 있고 형제가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안과 수술을 한 현지 환자들이 형제·자식을 다시 보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지금 안과에서 같이 일하는 김재윤·이승재 선생님도 10여 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의사가 아닌 자원봉사자로서 비전케어 활동을 함께했다. 많은 학생들이 비전케어 봉사를 계기로 의료인을 길을 걷고 있다.”
―여러 의료 분과 중에서 특히 안과가 열악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도 안과 의사가 많이 부족한데,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안과 수술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들고 각종 장비나 비품 등 필요한 게 많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안과 의사를 생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실명은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실명으로 일을 할 수 없어 빈곤해지고, 가족과 지역에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크다. 이런 생활이 지속돼 실명자의 사망률도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안과 의사를 만나는 건 하나님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의료진들이 장기간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처음에는 직접 장비나 약품, 수술 도구를 구매해 썼다. 현대 의학은 장비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프리카 오지에 의료 봉사를 간다고 해놓고 약과 청진기만 갖고 갈 수는 없지 않나. 의사 혼자 가서 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간호사나 약사 등 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전케어는 늘 팀으로 움직인다. 봉사팀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스스로 비용을 내고 간다. 우리는 연예인 홍보대사도 없고, 언론을 통해 모금 활동도 안 한다. 진정한 자원봉사자는 자기 기술만 쓰는 게 아니라, 자기 돈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 받고 일하는 건 자원봉사가 아니다. 백내장 수술을 예로 들면, 한 사람 수술에 필요한 인공수정체나 약품값만 10만∼20만 원 정도가 든다. 모로코에서 263명을 수술하는 데 든 비용은 3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자원봉사자들이 낸 돈을 모아서 필요한 비품을 산다. 하지만 그 정도 돈만 들여도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의료 환경이 국내와는 많이 다를 텐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현지 환자의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환자의 수준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그렇게 상태가 험한 환자가 별로 없다. 같이 봉사를 갔던 의대 교수들 중에서는 다시 안 가는 경우도 많다. 대학병원에서는 수술도 많고 소위 ‘잘 나가는’ 의사인데, 막상 현지에 가보면 치료가 잘 안 된다. 지금까지 비전케어에 온 의사만 200명이 넘는데, 그중 절반은 다시 안 간다. 어떤 의사는 ‘아 나는 필요가 없구나’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일부러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와 아예 없는 의사를 같이 보낸다. 수술하다가 전기가 끊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재정 지원을 끊으면 병원 자체가 서버리는 곳도 많다.”
―해외 의료봉사 단체는 많은데, 비전케어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전 세계 인구가 60억 명이었는데, 지금은 80억 명이 됐다. 열심히 수술하고 다니면 많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국은 현지 의료진과 병원을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혼자서 몇만 명을 수술해도 어림없다. 의료봉사가 지속 가능하려면 현지 의료인을 교육해야 한다. 코로나19 당시 우리가 현지를 가지 못하니, 그곳 의료진에게 비용을 지원하면서 ‘우리가 하던 대로 수술을 해봐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한국 의료진이 100점이라면 현지 의료진이 70점 정도는 수준이 되더라. 그때 ‘믿고 맡겨야 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의료 기술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쪽에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앞으로 비전케어의 계획이 있다면.
“안과는 수술만 하면 바로 다음 날부터 잘 보여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현장 중심의 활동을 통해 시각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을 줄이는 게 목표다. 이달 말에는 몽골로 간다. 7∼8월 두 달은 아프리카 8개국을 돌면서 봉사할 예정이다. 2016년에 우리 팀이 오토바이와 차량 두 대로 이동하면서 봉사한 경험이 있는데, 그 코스를 똑같이 돌 예정이다. 9년 전과 비교해 현지 의료 상황이 어떤지 살펴본 뒤 보강도 하고, 직접 수술도 할 계획이다.”



김동해 이사장이 2009년 아프리카에서 안과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비전케어 제공



“NGO 봉사활동 지나치게 상업화… 전문화 방안 고민해야할 시점”


“마케팅비에 너무 많은 지출
봉사 국가 현지화 필수조건”

김동해 비전케어 이사장은 우리나라 비정부기구(NGO)의 봉사활동이 지나치게 상업화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전문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아마 전 세계 국가 중 글로벌 NGO가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일 것”이라며 “모금이나 활동을 알리려고 마케팅비에 너무 지나친 금액을 쏟아붓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과연 진정한 자원봉사 단체가 할 일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단기 봉사활동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비전케어가 23년째 안과 의료봉사 한 곳에만 집중한 것처럼, 다른 봉사 단체들도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활동하면 이들의 선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이 NGO 활동의 필수 조건으로 강조한 건 바로 ‘현지화’다. 그는 “개발도상국이 못 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활동할 때는 철저히 그 나라의 법과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지 의료활동에 필요한 준비 과정은 각국의 사정에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효율적인 봉사 활동을 위해서는 인적 네트워크 조성도 필수다. 김 이사장은 “어디든 해외를 나가면 한인회를 비롯한 현지 기업·단체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의료 봉사 현장에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오랜 기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봉사 활동의 목적은 현지인들이 더 이상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기업도 해외에서 활동 중인 NGO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김 이사장은
△1964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 의대 졸업 △꽃동네 공중보건의 △아시아태평양안과학술대회 실명예방 특별상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 이사장 △명동성모안과 원장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