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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일 폰테크 [김민아 칼럼]아틀라스는 ‘사람’을 떠받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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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행복이13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6-02-04 02:11

    본문

    당일 폰테크 1990년대 초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놀라지 마시라!) 원고지에 플러스펜으로 기사를 썼다. 오래 가진 않았다. 이내 CTS(Computer Typesetting System)라는 ‘디지털 혁명(?)’이 시작됐다. 편집국 곳곳에 PC가 설치되고, 선배들은 틈날 때마다 ‘한메타자교사’로 타이핑 연습을 했다. 몇몇 선배들은 끝내 ‘독수리 타법’을 면치 못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아틀라스’ 논란을 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변화는 낯설다. 고통스럽다. 펜을 노트북으로 바꾸는 수준의 변화조차 그렇다.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는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자다. 그 아틀라스가 신화 속에서 뛰쳐나왔다. AI라는 머리와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몸을 얻었다. 현대자동차는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겠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노사 합의 없이 단 한 대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한다. 보수 성향 매체들은 19세기 영국의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을 소환한다. 기술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다. 관련 기사엔 ‘귀족노조’ ‘집단이기주의’라는 댓글이 달린다.
    현대차 노조가 귀족노조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메신저’ 말고 ‘메시지’를 봐야 한다.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5항은 ‘노동쟁의’의 개념을 정의한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등으로 인한 분쟁상태.”
    현대차가 미국 공장에 아틀라스를 배치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경우 국내 공장 물량까지 빼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문제다. 노조는 따지고 요구하고 협상할 권리가 있다. 로봇이 미래를 상징하는 것도, 노조가 과거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국제 가전·IT전시회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선보인 후 현대차 주가는 급등했다. 노조 반발이 보도되며 상승세가 꺾였다. 현대차 주주는 물론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분노가 뒤따랐다. 그런데 현대차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당신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아틀라스는 현대차 정규직 일자리만 위협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아틀라스 양산 체제를 구축한 뒤 ‘로봇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유지보수·원격 관리까지 통합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하청·물류업체를 시작으로 관련 업계 전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확산될 것이다. 이미 전문·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상당수가 AI에 침식된 터다. 현대차 노조는 목소리라도 내보지만, 수많은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은 비명조차 질러보지 못한 채 밀려나고 있다.
    AI와 노동의 관계를 연구해온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정도는 과거의 다른 기술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산업 현장의 변화를 함께 논의할 ‘참여적 거버넌스’를 만드는 건 필수적이다. 노동조합, 또 노조가 없는 곳에선 다른 기구가 나서 AI 도입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하고, 감시하고,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맞다. 저출생·고령화 시대, 신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피하기 어려운 ‘방향’이다. 노동자들이라고 이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속도’는 다른 문제다. 가파른 비탈길에서 수레가 제동장치 없이 굴러내려온다 치자. 건강하고 날쌘 이들은 몸을 피할 터다. 약하고 느린 이들은 깔려 죽는다. 수레바퀴가 구르는 속도는 조절할 수 있고, 조절해야 마땅하다.
    “속도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새로운 차에 앉게 하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19세기 영국 섬유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것은 단순히 일자리 때문이 아니다. 내버려진 자들의 삶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기업과 정부는 지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고, 그들은 기계를 공격했다”(이상헌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러다이트 운동의 시발점은 ‘삶을, 사람을 구해달라’는 구조신호였다. SOS는 외면당했다. 갈 곳 모르던 분노가 기계로 향한 것이다.
    정부 목표대로 AI 3강이 된다 해도 공동체 구성원이 과실을 고루 누리지 못한다면? 외려 불평등은 확대되고 갈등은 깊어질 것이다. 노동의 존엄성을 전제한 대화와 합의, 사회적 투자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국가와 기업은 재교육을 통한 기술 숙련 고도화, 직무 재배치 등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유사한 ‘AI 고용·노동 영향평가’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고용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청년층을 위한 대책도 절실하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의 조언은 유효하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광범위한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동적 과정이 아니다. 그렇게 되느냐 아니냐는 사회가 내리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선택’의 결과다”(<권력과 진보>).
    우리에겐 선택의 기회가 있다. 아틀라스의 두 어깨에 ‘사람’이 걸렸다.
    “원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방 국립대병원장으로서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다. 대개 사직 의사를 전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대형병원이 집중되면서 의료 인력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현상이 심화됐고, 그 결과 중증 응급환자는 수도권으로 이송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명권과 의료 접근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또 다른 현실은 지방 의과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들이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으로 떠난다는 점이다. 2024년 발표된 의대 졸업생 취업 현황을 보면 지방 의대 졸업생의 약 58%가 수도권 병원으로 향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역 잔류율이 21%에 불과하지만, 서울 소재 의대 졸업생의 수도권 이탈률은 9.8%에 그친다. 지방 의대가 지역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수도권 병원의 인력 공급원으로 고착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지역의사제는 지역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기본권 침해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붕괴 단계인 지역의료와 지역 소멸 현실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장으로서, 현장에서 지역의사제가 왜 필요한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낙수 효과를 통한 지역의료 인력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료 인프라, 교육·연구 환경, 생활 여건에서 큰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 증원은 수도권 쏠림을 강화할 수 있다. 지방 근무를 전제로 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하며, 지역의사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공적 설계다.
    둘째, 지역의사제는 민주사회에서의 사회적 계약이다. 국가는 학비와 수련 여건을 지원하고, 의료인은 그에 대한 공적 책무로 일정 기간 지역의료에 기여한다. 이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에 기반한 계약이며, 고향과 지역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셋째, 지방에서도 훌륭한 의사를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수련의 질이다. 거점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방 의료원·중소병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협력 수련 모델을 구축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임상 경험과 지역의료에 대한 책임 속에서 탄탄한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다.
    물론 지역의사제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의무복무 이후에도 지방에 남고 싶게 만드는 보상 체계와 근무 여건, 정주 환경 개선이 갖춰져야 한다. 계약 때문에 남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매력적이어서 남는 구조로 가야 제도는 지속 가능하다.
    지역의사제는 지방에 사는 국민도 동등한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더 늦기 전에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꺼져가는 지역의료의 불씨를 살리는 데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나는 학계 밖의 사람이므로 대학 문제에 대해 입을 열기가 애매한 위치에 있다. 내부자가 아니므로 함부로 발언하는 게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내부자들의 많은 숫자가 공유하고 있지만 말하기 힘든 이야기를 대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지랖인 줄 알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 지식 생산 및 유통 그리고 대학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을 빌려 몇 마디 나누어보고자 한다.
    오늘날의 대학 제도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기능이 중첩되어 있다. 첫째는 (학부) 학생들을 교육하고 졸업장을 발부하는 교육 인증의 기능이며, 둘째는 기업은 물론 국가와 사회가 필요에 맞추어 대규모로 지식 정보와 연구 역량을 동원하는 지식 생산의 기능이며, 셋째는 전문 연구자의 훈련 및 양성과 연구 자율성 보장의 기능이다. 이 세 가지 기능은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많이 있으므로 얼핏 보면 불가분의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보자면 엄연히 서로 다른 시대와 조건에서 생겨난 별개의 기능들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기능을 대학이라는 하나의 제도에서 모두 소화하고 심지어 독점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겨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출현이라는 현재의 조건에서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보인다.
    서양에서 근대국가의 형성과 함께 대학이 맡게 된 주요한 기능은 지배 엘리트들을 양성하는 것이었고, 그 주된 교육 내용도 신학과 라틴어, 그리스어 고전을 중심으로 했다. 그 본령의 임무는 새로운 지식의 탐구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진리”의 전수일 뿐이었고, 졸업자들이 누린 이들의 상징 권력은 바로 그러한 “진리 전수자”의 후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비교적 소수에게만 개방되어 있었던 대학이 대중화된 것은 20세기 들어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화이트칼라 중간 관리직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들을 양성하는 기능이 대학에 주어지게 되면서였고, 교육의 내용도 전통적인 “교양”과 초보적인 학과 전공이 결합된 형태로 바뀌었다. 20세기 끝 무렵 지식 기반 경제가 출현하면서 대학 졸업장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더욱 커졌으며,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는 일도 나타났다.
    한편 연구를 통한 새로운 지식의 생산이라는 기능이 대학에 주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810년대 나폴레옹에게 낭패를 당한 프로이센은 국가 개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리와 지식의 탐구”를 본령으로 삼는 훔볼트식 대학을 장려하며, 이러한 새로운 모습의 대학이 다시 미국에서 폭발하던 실험 과학에 대한 관심과 결합되면서 연구 대학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학부가 아예 없고 대학원만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이 문을 열었던 1876년이 그 이정표가 되는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질적 세 기능의 숱한 갈등
    하버드나 예일과 같이 유서 깊은 지배 엘리트 양성의 “교육” 대학들은 이러한 흐름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였지만 대세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2차 산업혁명으로 대기업들이 자체 연구소를 만드는 등 새로운 지식의 탐구와 연구의 기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학들도 대학원을 강화하면서 연구 대학의 꼴을 갖추어 나가게 되었다. 반면 연구 대학들도 안정된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칼리지를 설립하고 학부생들을 받게 된다. 결국 20세기에 들어오면 두 가지 모델이 하나로 수렴하고 이것이 지배적인 대학의 모델이 된다. 대학은 이제 “연구”와 “교육”을 모두 자기 정체성으로 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갈등을 낳은 바 있다. “최고의 연구가 곧 최고의 교육으로 이어진다”든가 “인격의 형성과 지식의 생산은 동일한 과정이다”라는 향기로운 명제들로 대충 얼버무리기에는 두 가지 기능의 간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학부생들 중에도 연구 그 자체에 몰두하는 이들이 물론 있지만, 4년을 보내고 졸업장을 받아나가는 더 많은 숫자의 학생들은 “연구”에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은 좋은 교육과 좋은 추억과 좋은 인연으로 자신만의 인격을 형성하고 그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아 좋은 직장을 얻기를 원할 뿐이다. 대학 공부는 그 최종 목적의 수단일 뿐이다. 한편 교수들도 괴롭다. 우선 자기의 연구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픈 연구자 유형에 속하는 이들은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고 뒹굴어야 하는 교육 업무가 짐이고 부담일 뿐이다. 반면 그런 일을 즐기고 소중히 여기는 교육자 유형에 속하는 이들에게는 계속 떨어지는 연구 성과 제출의 압력이 버겁다.
    그런데 20세기 말엽이 되면 여기에 “제3의 충격”이 나타난다. 기업은 물론 국가나 대형 연구재단에서 거액의 연구비를 내걸고 큰 주제의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것이 대학 재정의 주요 원천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교수와 대학원생들은 이러한 대규모의 집단적 연구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만사를 제쳐놓고 거의 동원되다시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도 이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논리가 있다. 기업, 사회, 국가가 봉착한 문제들과 그 필요에 부응해 대학에서 전문성을 축적한 연구자들이 각자의 독자적 연구의 맥락과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답을 낸다는 것이다. 기업, 사회, 국가는 원하는 답을 얻어서 좋고 연구자들은 자신들 스스로의 문제의식을 확장할 수 있어서 좋으니 그야말로 공생공영이라는 것이다. 말은 참 좋지만 그런 행복한 경우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여기에서 자신의 “개인적” 연구 작업과 집단적으로 수행하는 “공적” 연구 작업을 나누어야 하는 이중부담의 위치로 떨어진다. 교수들도 대학원생들도 정신없이 바쁘다. 가뜩이나 이질적인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가지 과정에 더해 납기에 맞추어 발주자의 필요에 맞추는 지식 생산이라는 또 다른 이질적인 임무까지 주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세 가지 기능을 억지로 겹쳐놓은 지금의 대학이 지속 가능한가이다. 대학이라는 제도의 성격을 요즘의 언어로 풀어본다면,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를 전담하는 역동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이러한 역할들을 전면적으로 잠식해 들어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졸업장 발급 기관이자 연구자 양성 기관이자 대규모 지식 생산 기관이라는 것에 힘입어 스스로를 유지하는 구조가 무슨 전망이 있을까? 소수의 최상위 대학들을 제외하면 조만간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유서 깊은 대학들의 재정위기와 폐교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큰 자원 들겠지만 가야 할 길
    이 세 가지 기능을 이제 대학에서 풀어놓을 때가 된 것이 아닐까? 대학의 졸업장 대신, 문제 해결 이력, 협업 기록, 공공 과제 참여 내역을 기반으로 국가나 시장의 개입 없이도 공적인 규칙, 대중적 검증, 투명한 기록을 통해 개인에게 인증서를 발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기업, 사회, 국가가 모두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공공에 꺼내놓으면 거기에 정말로 관심이 있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연구자들이 달라붙어서 서로 개방적으로 지식과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전 국민적인 연구 공유장, 즉 연구 결과만이 아니라 연구의 전 과정과 결과까지도 공개적으로 축적되고 검증되는 공공 지식의 장을 조직하는 일은 불가능할까? 자기 연구를 꾸준히 성실히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각자의 연구가 필요로 하는 호흡과 시간 지평에 따라 작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라 소모임을 만들고 번역과 논문을 생산하도록 하는 지식 인프라의 구축은 불가능할까?
    큰 자원이 들어가는 일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 우리가 치르고 있는 비용의 크기는 어떠한가? 앞으로 닥쳐올 지식 산업의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의 문제는 또 어떠한가? 직장을 잡아 사회에 진출하고 싶은 게 전부인 젊은이들을 붙잡아놓고 4년간 돈과 시간을 뽑아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연구와 지식 생산에 젊음을 송두리째 바친 이들이 시간과 돈에 쫓겨 서서히 시들어가는 이 상태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저 규모만 거대할 뿐 범상한 데이터와 아이디어와 논문으로 이루어진 범상한 결과물로 국가와 사회로부터 거액의 연구비를 받아가는 행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존스홉킨스대학의 설립은 그 자체가 기존 대학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20세기형 대학의 진화를 촉발한 중요한 한 계기였다. 지금도 그에 맞먹는 파격적인 혁신이 문 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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