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외에도 해수부 장관, 총리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고, 현재 의원인 분들도 거론되고 있다. 여러 정치적 의도가 있겠으나 그것으로 국민의힘을 흔들려고 하거나 부족한 이 정권의 정통성을 메우려 해도 그런 인사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이혜훈의 너무 쉬웠던 전향 고백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0 오리지널바다이야기 일 전북 김제시 새만금33센터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전직 3선 의원으로 당 중진이자 경제통인 이 전 의원이 담을 넘어 좌파진영으로 간 게 예사롭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단지 개인 이 전 의원의 이탈 때문만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야당 및 자유우파진영 무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다이야기게임장 그렇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있던 송미령 장관을 같은 자리에 기용했다. 이념적 지향을 분명히 밝힌 적이 없었던 만큼 진영 이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파 정당과 정치세력에 대한 충격이 미미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의 경우는 우파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념적 월경(越境)이 바다이야기#릴게임 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따귀를 한 대 맞은 셈이었다. 허은아 대통령 국민통합비서관도 진영의 담을 넘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진작 떠났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심각히 받아들일 일은 아니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대열 이탈은 다른 문제다. 그는 원조 친박(친박근혜)이었다가 후에 탄핵찬성으로 태도를 바꿨고 새누리당을 떠나 바 릴짱릴게임 른정당에 합류했다. 윤석열 정부 때 대표적 친윤 인사로 분류됐고, 탄핵 정국에서는 강성 친윤으로서 탄핵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심지어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내란세력’으로 몰아세웠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그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그래서 의도가 더 궁금해지는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 후 야마토게임 보자의 과거 발언과 관련 “본인이 충분히 해명하고 과거와의 단절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검증 과정에서 국민의 판단을 받도록 하라는 요구도 했다. “지명은 내가 했지만, 검증을 무난히 통과하고 못 하고는 후보자의 몫”이라는 뜻이겠다. 하긴 ‘탕평’의 의지를 과시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대통령으로선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탕평인사 퍼포먼스의 효용가치
이 후보자의 경우, 경제전문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보일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광영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그늘도 짙다. 신의와 신조를 내버렸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해명하라”고 하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부정했다. 말을 뒤집은 정도가 아니라 정체성을 뒤바꿔버린 것이다.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갔다가’ 헛소리 몇 마디 한 것을 후회한다는 이 말을 아주 태연스럽게 한 사람이 국가 재정을 좌지우지할 중책을 맡아도 되는지는 굳이 판단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자신의 잇속에 따라 태도를 돌변하는 사람, 말이나 처신이 깃털보다 가벼운 사람이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하겠는가.
이 대통령이 민주당 측의 불만, 그리고 신의라고는 손톱만큼도 있어 보이지 않는 이 후보자의 인성을 모르고 발탁했을 리는 없다. ‘탕평인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서 우파 인사를 기용하려 했을 것 같지도 않다. 더욱이 확장재정을 주도하고 있는 그가 건전재정론자를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을 때는 면밀한 계산이 있었기 마련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데!
① 우선 시쳇말로 ‘그림’이 된다. 관용의 리더십, 국익우선의 리더십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데 이만큼 적절한 퍼포먼스가 달리 있겠는가. 정적이라도 능력 있는 사람은 중용한다. 확장재정에 적절한 제어장치로서 건전재정 논리와 소신도 필요하다. 이런 생각으로 과감한 탕평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퍼포먼스는 대성공이다. 특히 내년 6월 3일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략으로서도 제격이다.
② 국내외 경제상황이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 재정 확대로 경기를 부양시키고 성장을 추동하기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반면에 인플레이션과 환율의 상승을 유인함으로써 경제 혼란을 가중 시킬 위험성은 갈수록 부풀어 오른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으로서는 권력이 안정 기반에 올라설 때까지 퍼주기 민생정책을 중단할 수가 없다. 경제 정책의 실패를 전 정부에 돌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패를 책임질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요직 발탁 당근으로 야당 흔들기
③ 국민의힘을 사분오열시키는 폭탄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으로 몰아 ‘정당해산’ 압박을 가함으로써 당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집요한 선동과 압박을 통해 국민의힘을 ‘찬탄’ 대 ‘반탄’ 대립구도 속으로 몰아넣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장동혁 당 대표가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당권을 장악했으나 지도력의 한계에 직면한 게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야당 흔들기가 ‘사람 빼내기’ 방식으로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 요직은 가장 효과적인 당근이다.
④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단지 시작일 뿐일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장 대표도 언급했지만, 국무총리, 해양수산부 장관도 국민의힘에서 ‘차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하다고 들린다. 소문과 추측만으로도 야당 구성원들의 불안지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정권 측으로서는 노려볼만한 현상이다.
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광란의 입법 전횡’으로 제도나 기구 측면의 야당 포위, 야당 포박(捕縛)은 이미 충분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었다.이제 인적 분열과 무력화(無力化)에만 성공한다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독재정치 기반은 확고하게 구축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합해서 1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은, 그간의 헌정사 경험을 돌아보면 일도 아니다. 그다음 순서는 개헌이 될 것이다.
⑥ 그간 이 대통령이 보여 온 대통령직 수행 스타일로 미루어 한국 정치의 변화추이를 짐작하긴 어렵잖다. 특히 생중계 정부 업무보고는 이 대통령 원맨쇼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줬다. 보고자를 질타하고 조롱하고 모욕을 주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초월적 지위와 권력을 과시했다. 공적인 동기가 있었다고 보이는 대목은 거의 없었다. 오랜 고생 끝에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승자의 힘자랑과 경고가 넘쳐났다.
⑦ 정권의 근육자랑 때문에 더 심해졌겠지만, 국민의힘 내부 분열은 존속을 의심케 할 정도에 이르렀다. ‘내란 정국’에서 당력이 너무 소진됐다. 구심력이 약화한 것이다. 당을 못 믿는다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꾀하는 수밖에 없다. 배는 작고 낡아 위태로운데 선원들은 저마다 선장 행세하느라 시끄럽다.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지극히 당연한 생존전략도 잊은 지 오래인 것 같다.
이 대통령이 궁궐로 옮겨간 까닭은
역사적으로 보면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존 액튼(John Emerich Edward Dalberg-Acton: 19세기 영국의 역사학자, 정치인)의 경구는 옳다. 권력이 너무 커지면 그 질량을 못 이겨 붕괴하기도 한다. 물론 국민의 저항으로 와해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통치력이 왕성할 때 폭군방벌(暴君放伐)은 극히 어려운 일이 된다. 결정적으로는 권력 엘리트의 분열과 이반이 정권의 약화와 붕괴를 부른다. 그것을 앞당기는 힘은 잘 훈련되고 단합된 대체세력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지금 뭐가 급하고 절실한 과제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29일부터 청와대로 출근했다. 언론들은 ‘1330일 만의 청와대 복귀’라고 썼다. ‘복귀’란 ‘본디의 자리나 상태로 되돌아감’을 뜻한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7일 “대통령실은 용산시대를 뒤로 하고 원래 있어야 할 곳인 청와대로 이전한다”라고 말했다. ‘원래 있어야 할 곳’이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공간’임을 역설하면서 그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철석같이 약속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접근이 어려운 구중궁궐이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드는 무대장치가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과감하게 궁궐탈출을 감행했다. 국민이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 시대를 연 것이다.
이 대통령은 왜 청와대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관광·휴식처로 국민에게 공개됐던 곳을 다시 ‘접근 금지구역’으로 만들면서 한다는 말이 ‘원래 있어야 할 곳’ 한 마디다. 그런데도 국민적 항의가 없다. 언론도 대개는 이 점에서 침묵한다. 벌써 이 대통령의 결정은 그 자체로 법이 되는 상황으로 접어든 분위기다.
이런 때 자유우파 이념지향을 가진 제1야당이 어떤 자세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칠천량 해전 패전 이후 조정에서는 수군해체론이 제기됐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재기용된 이순신 장군은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장계를 올려 수군 폐지를 막고, 그 함선들로 명량해전에서 일본 수군 함선 133척과 싸워 대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에는 아직 107명의 의원이 있다. 의석수에서 절대부족의 곤경에 처했지만, 간판을 떼고 주저앉아야 할 지경은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뜨면 길이 보인다. 더 해줄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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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