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제작 한국노총 위원장 “대통령이 던진 고용유연성···안전망부터 갖추는 게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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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회 안전망을 충분히 갖춘 뒤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유연화는 노동자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고용 유연화를 갑자기 꺼냈다. 사전에 설정된 의제가 아니었다”며 상황을 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준비된 발언문 대신 “실제 노동시장은 고용이 아주 경직돼 있지는 않다”며 “한국에서 고용이 유연한 노동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고 그 자리에서 반박했다.
“일부 대기업은 고용이 경직돼 있지만, 전체 노동시장으로 보면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가 많고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미 유연성은 차고 넘쳐요. (사용자가) 해고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기면 노동자가 복지를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노동조합 입장에서 고용유연성은 해고 위기뿐 아니라 자기결정권이나 힘, 영향력을 다 잃게 되는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에서 이른바 ‘덴마크식 유연안정성’ 모델은 실현되기 어렵다”며 “정부가 노사정 대화를 요구하면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대안 없는 소모적인 논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현장에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되는 것을 놓고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현장 제조업에 로봇이나 AI가 도입되고 있어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도입이 개별 기업의 판단에만 맡겨질 경우 고용 충격이 단기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AI는 문명 전환 수준이고 통제와 속도 조절은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이 로봇으로 대체된 이후의 사후 대책이 아니라 사전에 AI가 작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평가하는 제도, 도입 속도나 방향을 협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일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AI시대에 걸맞은 노동권 보호체계 구축을 향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제도가 생겨야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된다.
김 위원장은 “AI로 경쟁력이 생기고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을 사용자가 독점하면 안 되고, 노동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데이터나 AI 기술도 결국 사회가 만든 자산이기 때문에 책임도 같이 져야지요. 노동이 갖는 의미가 꼭 소득과 대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소득은 일정 부분 보전할 수 있어도 노동 자체의 의미가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사회가 고민해야 합니다.”
일자리 감소 대응 방안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시했다. 그는 “일자리가 줄어들면 노동시간을 줄여서 여러 사람이 나눠야 한다”며 “한 사람이 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는 구조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서는 현장 변화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라며 “교섭이 성사된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비해 대기업, 공공부문 등 원청(또는 대기업) 노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청노조 중에서도 사측과 협상권을 가진 교섭대표노조가 많은 ‘상대적 강자’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원청 노조의 역할론에 대해 “원청 노동자의 임금을 10% 올리면 2% 정도는 하청 노동자 몫으로 양보하는 포용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문제보다 원청 회사와 하청 회사의 격차가 우선적 문제”라며 “원청이 하청의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제도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출범 10개월을 맞은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은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핵심 과제 지연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법 개정(노란봉투법)과 산재·체불임금,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인식 제고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취약계층과 직결된 과제는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왜 지연되는지에 대한 설명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지난 1월 6·3 지방선거 이후로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노조 조직률이 정체된 원인으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정규직과 대기업은 이미 조직률이 높은 반면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는 조직률이 낮아 전체 수치가 정체돼 있다”며 “조직률 제고는 결국 취약계층 노동자의 조직화를 어떻게 확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경력반 같은 경우는 필수 제출 서류가 좀 있습니다. 최근 3개월 이내의 SR 스코어, 담임 선생님의 리포트, 아이가 직접 쓴 라이팅, 스피킹 영상….” (한 영어유치원 입학설명회)
영유아 사교육을 부추기는 영어유치원 등의 입학시험, 이른바 ‘4세·7세 고시’가 오는 9월부터 법으로 금지됩니다. 그런데 벌써 이 법을 우회하는 ‘변칙 고시’가 등장했습니다. 학원 자체 테스트를 하지 않는 대신, ‘서류 제출’ 명목으로 외부 기관의 평가나 자체 촬영 영상을 받는 겁니다. 주니어 토익·토플을 보라는 곳도 있고요. 너무 일찍부터 불어닥치는 사교육 광풍, 어떻게 잦아들게 할까요?
영어유치원은 이름은 유치원이지만, 법적으로는 학원입니다. 1990년대 후반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출생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줄어드는 동안에도 영어유치원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지난해 5월 전국에 820곳이 있고, 서울(249곳)과 경기(273곳) 등 수도권에 절반 이상이 몰려 있습니다. 비용은 월평균 154만원에 달하는데 교재비와 차량 이용료까지 더하면 1년에 3000만원 가까이 듭니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 규모는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요.
비싼 비용에도 영어유치원의 인기는 줄지 않습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설문조사를 보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 1만606명 중 3045명(29%)이 ‘자녀가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다니거나 다닌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지”하는 걱정에 영어유치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어떤 영어유치원은 그 불안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영어유치원에 1년 정도 자녀를 보낸 학부모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아이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차단하는 식의 평가를 자주 했다”며 “부모들에게 불안을 심어주려 한 것 같기도 하다”고 했어요.
영어유치원·학원에서 아이들은 경쟁과 평가를 계속 겪습니다. 보통 영어유치원은 5세반 입학이나 새학기에는 시험을 안 봐도 되지만, 중간에 등록하는 경우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은 5세반 입학 때도 시험을 봅니다. 바로 ‘4세 고시’입니다. ‘7세 고시’는 초등학생 대상 어학원 입학시험을 뜻하고요.
사교육에 너무 일찍부터 내던져진 아이들은 마음의 병을 얻습니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18세 미만 아동 환자는 27만625명이었습니다. 2020년(13만3235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는데요. 특히 7~12세에서 증가세(남아 2.3배, 여아 2.4배)가 가팔랐습니다. 영유아 사교육 업체들이 집중된 일명 ‘강남 3구(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는 9세 이하 우울증·불안장애 진단·치료 건수가 서울 자치구 평균(291건)의 3~5배가량에 달했습니다.
국회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12일 ‘4세·7세 고시 금지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초등학생보다 어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은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시험·평가를 할 수 없도록 했죠.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나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유아 사교육 업계의 교습 내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규제로, 오는 9월부터 시행됩니다.
문제는 앞서 말씀드렸듯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입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10~12월 서울 주요 영어유치원 입학설명회를 찾아가봤는데요. 많은 영어유치원이 자체 입학시험을 서류 제출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영어 읽기 능력 평가인 ‘SR 테스트’ 점수나 ‘스피킹 영상’을 요구하는 식이죠. ‘7세 고시’를 보는 초등학생 대상 어학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학원은 “현행 입학시험을 폐지한다”면서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4세·7세 고시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정부의 보다 촘촘한 후속 대책이 따라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사회학과 교수는 “학원의 입학시험이 변형된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법 조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때때로 맞춰가면 된다”며 “교육부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영유아 사교육 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하고 학원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교육 시장은 어떤 규제가 등장해도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꾸며 우회로를 찾아 왔습니다. 제도적 규율도 중요하지만, 과열된 입시 경쟁의 압력을 낮추는 게 본질적인 해법일 것입니다. 이윤주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은 칼럼에서 “아무리 경쟁을 줄이려고 해도, 어떤 사교육 대책을 내놓아도 한국에서 대학 입시의 영향력이 약화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며 “공부가 아니어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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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시설장이 원생들을 성폭행했다는 첩보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지난해 3월이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해 9월 압수수색과 분리조치가 진행됐다. 시설장 김모씨는 지난 19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김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김씨는 적어도 2021년부터 장애인 입소자를 때리는 등 학대했다. 김씨의 장애인 성폭행 의혹이 외부로 불거지기 수년 전부터 폭행 등의 학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색동원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 시설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29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대응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인권 침해 사건이 반복됨에도 사전에 드러나지 않는 대표적 이유로 ‘만성화된 구조적 체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자체 담당자 6명,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담당자 5명, 인권위 담당자 2명과 장애인 학대 피해자의 가족 1명, 시민단체 활동가 2명 등 총 16명을 심층면담한 뒤 이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 침해를 ‘예방·조기발견 단계’, ‘사건 인지·대응 단계’, ‘피해 회복·사후관리·재발 방지 단계’로 구분했는데 이른바 구조적 체념은 ‘예방·조기발견 단계’부터 발견됐다.
연구진은 “예방·조기 발견 단계에서 구조적 체념이 만성화된 모습이 가장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적극적 의사 표현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거주하는 시설의 문제점은 보통 직원들의 내부 고발로 드러난다. 그런데 인권침해가 반복되다 보면 ‘늘 있는 일’로 여겨져 이런 내부 고발 의지가 약해진다. 각 지자체의 담당자가 부족해 거주시설의 문제점을 깊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지자체 공무원 A씨는 “담당 공무원이 2박3일 같이 생활할 수도 없고, 잠시 오는 사람을 속이는 건 얼마냐 쉬운 일이냐”고 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인권지킴이단 등 예방책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 학대가 적발된 시설을 폐쇄 등 조치한 뒤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다. 되려 문제가 된 시설이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 B씨는 “간담회에서 지적을 받은 시설장이 ‘시설 폐쇄감인데, 어떤 행정 처분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 시설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라’고 말한 적도 있다”며 “학대 피해가 일어나도 그런 식으로 배짱을 부린다”고 말했다.
‘사건 대응’ 단계에서는 ‘피해자 회복’보다 ‘행정적 정당성’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피해자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호와 회복의 주체’가 아니라 ‘신뢰성 검증의 대상’으로만 다뤄지기 쉬웠다”며 “특히 수사상 비밀 유지 등 이유로 핵심 정보가 공유되지 못해서, 피해자 분리 조치가 지연되는 등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 회복’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다시 거주시설로 돌아가는 문제도 있었다. 피해자 회복은 어떤 기관에서, 어떻게 분담하고 지원해야 하는지에 ‘제도적 공백’이 있어서, 피해자가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검토하지 못하고 다시 시설에 살게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옹호기관에서 일하는 C씨는 “사후 지원을 위한 의견 제시는 할 수 있지만 최종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 공무원 D씨도 “인권위는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 공무원 A씨도 “가해 시설이 폐쇄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체계적이지 않고 주먹구구식 진행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와 보호자는 ‘시설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제보’에 의존하는 예방 체계에서 벗어나 시설 불시방문 등 권한을 가진 감시 기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설치해 운영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응 단계’에서는 수사기관, 옹호기관, 지자체의 정보 교류의 장벽을 줄여 공동 조사를 하고, 이에 맞게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사건 처리’가 아닌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피해를 복구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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