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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6책을 만지고, 가지고 다니고, 펼치고, 밑줄을 긋고, 베는 행위를 모두 사랑한다. 어쩌면 만질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매 순간 최선을 다해 번아웃되지 않고 최선 직전에서 어슬렁거리며 간 보기. 준최선으로 비벼 보기."이 책은 무너진 일상을 복구하면서 쓴 일기들이다. (p8)" 라는 구절에 반해 아마도 이 책을 접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평범함이 묻어나는 준최선의 롱런은 사실상 다른사람들에게는 최선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구구절절한 삶이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구구절절한 삶을 일기로 남기고 일상으로 기록해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부쩍 생각이 드는 찰나에, 마주한 이 산문집은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타인의 삶을 조금이라도 들춰보는게 어쩌면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그 삶의 이야기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타존감. 자존감말고, 타존감. 신나는 단어다 타인에 의해 내 존재감이 드러나는, 타인이 나를 인정해주는 상황이다. 여기 나온건, 문보영 작가님의 다른 친구들 이야기들이다. 글쓴이가 인정한 타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말씹러친구도 인력거친구도 흡연구역친구도 여기 나온다. 내게도 그 말씹러같은 친구가 있긴 한데, 이름을 안지어줬다. 아무래도 오늘밤에 이름을 지어줘보려 한다. 내친김에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별명을 하사해야하나 싶다. 보통 이름 앞에 형용사나 부사를 붙여두기는 했다. 예쁜영희 말랑말랑철수 구질구질현섭 등등 친구들의 느낌에 따라서 그렇게 적어뒀더니 정말 그런 친구들이 되었다. 내게 둘도없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좋은말들을 붙여주는 정도에 그쳤었는데 이참에 붙여줘야곘다 생각한다. 아, 독서모임에는 몇몇 있다. 구황작물 시리즈 언니들이 있다. 나는 옥수수를 맡았는데, 감자와 보리, 콩장이 있다. 헤헤 역시 가장 사랑하는 것으로 이름을 붙여야 오래간다. 옥수수 감자 보리 콩장 오래갔으면 좋겠다.친구들의 별명을 지어 부르는 그녀의 순수함이 좋게 다가왔을까. 인력거 친구도 흡연구역 친구도 뇌리에 남아 오랫동안 자꾸 생각한다. 그친구분은 잘 계실까를 염려한다. 내 친구들 별명을 지어볼까 하는데 달리 즐거운 별명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친구들 별명은 뭐가 될까. 1억시인님이 떨어뜨린 것은 무엇일까 했다. 시인 문보영으로서의 글들도 꽤나 매력이 있긴 하다. 책기둥을 읽으면서 때로는 난해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있기도 했지만, 그 쓰여진 글들이 꼭 에세이와도 같게 느껴져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읽을 당시만 해도 내 방에 책기둥이 세개정도는 쌓여있는 때였던지라, 더 다가왔을수도 있겠다. 준최선의 롱런을 하고 있는 문보영 시인의 준최선은 어쩌면 진짜 어마어마한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철저하게 삶을 있는 힘껏 즐겨보려하는 자의 힘있는 외침이랄까. 무덤덤하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글에 무덤덤함이 묻어있는건 이게 그녀의 일상이기 때문이겠다. 남들은 다 하지 못하는 것들을 혼자 잘 해내보려고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이 가진 일상. 그래서 그게 특별하기보다 그저 일기같은 삶이 되어버린게 그녀의 삶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꼭 그렇다. 이상하게 종이책이 좋다. 남들 다 ebook으로 읽는데 나는 한장 한장 넘어가는 이 종이책이 좋다. 새책이 집에 오면 꼭 책에서 나는 그 종이향과 인쇄된 잉크의 향이 뒤섞인 애매모호한 책의 냄새도 참 좋아한다. 손 끝에 닿는 물성의 종이질감도 좋아하고, 작가본 싸인이 책 앞장에 써있으면 이것이 진짜인지 인쇄본인지 불빛에 대고 바라보고 잉크의 번짐도를 확인한다거나, 인쇄물이네 하고 실망을 한다거나 하는 그 모든 행위들이 좋다. 그래서 책을 자주 산다. 책을 가지고 다니는 동안 나는 책을 내 몸에 흡수한 기분이 들고, 그럼 나는 아주 조금이나마 더 나은 글을 쓰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한다. 물성이 있는 책을 다 읽어갈때쯤 한권더 넣어다니면서, 다 읽지 못하고 그대로 집에 들어온다 할지라도 나는 이 책들의 제목과 디자인과 나열된 활자들의 가뿐하고 묵직함들이 참 좋다. 작가별로, 사람별로, 읽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이 모든 행위가 좋다. 포스트잇을 재사용 해가며 읽는 책이 좋다. 그러다 밑줄긋지 못하고 옮겨적어 연필과 종이질감을 또한번 느끼는 것도 좋다. 고로, 나는 책이 좋다.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 뭐 이렇게 반복적이게 말하나 싶겠지만, 그렇게 나는 10번도 더 종이 책이 좋다고 말할 자신이 있다.그리고는 그녀의 일기를 구독하러 들어갔다가 일기구독을 놓쳐버렸다. 다음번에는 3개월 구독을 해야겠다. 한번에 봐야겠다. 한번에 받아야겠다. 서면으로 받는 우편딜리버리도 신청해야겠다 한다. 왜냐하면, 이 글들이 악스트보다도 훨씬 더 재미 있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어버리고 비싸진 악스트보다 더 좋다. (차라리 그럴거면 금액을 올리기보다 애초에 가격을 중간가격으로 책정하지 너무하다 싶었다. 힝.)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작가의 일기를 받아보는 시스템은 더할나위 없이 이상한 취미이면서 설레는 정보이다. 집에 택배만 와도 그렇게 행복한데 뜨문뜨문 내게 우편으로 연락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것, 우편으로 온 편지가 기다려지는것. 그게 참 좋다.p79문보영 작가님은 무슨 춤을 추시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이 부분 정말 공감했다. 춤의 첫 단계는 나를 보는 일에 적응하기. 그러니까 나의 난해한 몸짓을 보고 안부끄러워하고, 기분나빠하지 않는 것이 춤의 첫 걸음이겠다. 춤추는 곳마다 거울이 있는데 나를 잘 봐야하는데, 나는 나의 행위를 잘 못보겠다. 타인과 모여 연습실 비를 엔빵할때도 사실 잘 못보겠다. 나의 이 날것 같은 거지같은 몸짓을 가장 보기가 두려웠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상황인데 신기하게도 그래도 추다보면 좀 나아진다는 거다. 고로 춤을 추려면 꼭 나를 보고 나를 마주해야하는게 처음인데.. 하.. 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은 날들이 너무 많다. 코로나19도 끝나가니, 이제 나도 슬슬 발동을 걸어야지. 다시 연습해야지.그래서 춤의 첫 단계는 '나를 보는 일에 적응하기' '나를 보면서 너무 기분 더러워하지 않기'이다.<준최선의 롱런>_문보영이것저것 다하고싶은 나는 자꾸만 그렇게 그녀의 글들에 매료되었다. 책도 블로그도 춤도 다 하는 그녀가 꼭 나와 같다. 하고싶은게 너무 많은데 욕심이나서 하나만 할수는 없는 상황. 그거 다할라고 모든 일에 최선을 못내는 사람의 모습이 꼭 나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애틋했다. 그녀는 준최선의 롱런 중인데 나는 중도하차를 꿈꿔왔던 것인가 했다. 까지거 1등 못하면 어떤가, 이것이 재미있으면 그게 전부가 아니던가 했다. 생각하던 방향을 틀어 아주 조금만 덜 열심히 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시간이 오래걸릴뿐 조금 천천히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어떠한가, 이것이 나의 인생이라면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해야지를 외친다.p34p116p34나는 그녀가 참 좋다. 문보영의 적절한 준최선이 정말 좋다. 과하지 않음을 칭찬하라는 기운이 너무 좋다. 무엇 때문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글들이 좋아져서 그녀가 좋아졌는지, 그녀가 좋아져서 그녀의 글들이 좋아진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맑고 청아하지만 가끔은 깊은 심연의 것들을 끄집고 나와서 매력적이다. 적당한 존버를 택한 사람. 문보영. 그런 이야기를 담아낸 <준최선의 롱런>. 야무지고 옹골찬 그녀가 글에 잔뜩 들어있어서 굉장히 좋았다.전문이 가장 아름답지만, 일부만 발췌를 해본다. 어째서 이 문장이 그렇게 꽂혔을까. 킥킥거리면서, 문장의 고급스럽지 않음을 기뻐했다. 까지꺼 조금 비벼나 보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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