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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이 섞이는 듯한 공연이죠.”
작곡가이자 지휘자 최재혁은 1994년 동갑내기 음악가 주정현과 협업하는 공연을 이렇게 표현했다. 해금 연주와 작곡을 겸하는 주정현과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란 얘기였다. 오는 18∼19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원초적 기쁨'이란 주제로 공연하는 31살 두 젊은 음악가를 최근 만났다. 최재혁이 “오감을 넘어 육감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주정현이 “눈과 귀가 즐거운 육감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받으며 웃었다. 최재혁이 물처럼 유연하다면, 주정현은 기름처파칭코
럼 통통 튀었다.
최재혁은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지휘도 병행하며 자신이 창단한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블랭크'를 이끌고 있다. 이번에도 그가 이 악단을 지휘한다. 주정현은 오래 연주해온 해금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을 받았고, 현재 서울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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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연주할 6곡 가운데 5곡이 2014년 이후 만들어졌다. 향수 이름을 딴 '스트레이트 투 헤븐'은 최재혁이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앵테르콩탱포랭’의 위촉을 받아 만든 곡이다. 초연도 파리에서 이뤄졌다. 주정현은 재즈처럼 악보 없이 즉석의 감흥으로 연주하는 즉흥 해금 연주도 선보인다.
미국 작곡가 제시러셀2000
콕스(30)의 ‘퀀티파이’는 아시아 초연인데, 당혹스러울 정도로 실험적이다. 악보엔 음표가 전혀 없다. 연주자에 대한 4개의 지시문이 악보의 전부다. '쉼표와 무음(無音) 없이 가능한 많은 소리를 연주해 풍부한 질감을 만들어라'는 식이다. 최재혁은 “곡의 분량도, 악기 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 연주자들에게 많은 자유를 준 셈인데, 그만큼 사전에 많은 연습이동양물산 주식
필요한 곡”이라고 했다. “연주자들이 손끝에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곡이죠. 관객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거고요.” 주정현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즉흥성이 생명이라 스릴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금 연주자로 출발해 미국에서 작곡을 전공한 주정현은 이번 공연을 위해 앙상블블랭크가 연주할 ‘원초적 기pc야마토
쁨'을 작곡했다. 다양한 타악기들과 함께 칫솔, 청소기 등도 등장하는 곡이다. 주정현은 “사람의 신체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접촉하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다양한 악기와 접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곡가 최재혁과 해금 연주자 주정현이 협업하는 공연 ‘원초적 기쁨’의 삼각형 무대 디자인.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기발랄한 무대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모래시계처럼 작은 삼각형 무대와 큰 삼각형 무대를 마주 보게 하고 그사이에 객석을 배치했다. 주정현은 "관객들의 털끝 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든 무대"라고 했다.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주제로 내건 세종문화회관 기획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5'(Sync Next 25)와 맞춤한 디자인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