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2인 선거구 쪼개기’로 양당 독식… 지방의회 ‘기운 운동장’ 이번엔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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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기초의회 3~5인 중대선거구 확대, 광역의회 중대선거구 도입 추진, 광역의회 비례의원 비율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이 내용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의에 소극적인 국민의힘과 합의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국회는 지방선거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지역구를 작게 묶어 1명씩만 뽑는 것을 소선거구제, 지역구를 좀더 크게 묶어 2인 이상을 선출하는 것을 중대선거구제라 한다. 예를 들어 의원 정수가 4명인 A지역에서 소선거구제는 4개 선거구로 나눈 뒤 각 지역의 1등을 의원으로 선출한다. 중대선거구제는 A지역 전체를 4인 선거구 하나로 묶어 1~4등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회의원과 시·도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소선구제를, 시·군·구 기초의회는 2~4인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기초의회에는 소수정당이나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정치 세력의 참여를 확대하고 사표를 줄이고자 2006년 지방선거부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양대 정당 소속 후보의 독식 현상이 뚜렷해졌다. 기초의원 선거 양당 후보 당선 비율(지역구+비례)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77.9%에서 점차 늘어 2018년 선거 때 90.4%, 2022년 선거 때 94.3%까지 올랐다.
여기엔 ‘선거구 2인 쪼개기’가 큰 기여를 했다. 기초의회의 지역구는 광역의회가 심의해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4인 선거구로 할 수 있는 지역을 2인 선거구 2개로 분할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2인 선거구에서는 양대 정당이 1석씩 나눠가지거나,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영남에서는 국민의힘이 2석을 모두 차지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선거구 쪼개기는 거대 양당 체제를 고착화하는 양당의 야합”(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2025. 12)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한 지역구에서 4명을 뽑으면 양당 이외에도 다양한 정당이 선거에서, 주민을 위한 경쟁을 하게 될 텐데 2개 선거구로 쪼개서 2명씩 뽑으면서 양당 체제가 고착화된다”고 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보다 공천해줄 사람에게 충성 경쟁을 한다든지 지방자치를 왜곡하는 문제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2인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경쟁자가 없어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투표 없이 바로 당선자가 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2022. 9)에 따르면 기초단체장·광역의회 의원·기초의원 등을 모두 합한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인 수는 2006년 48명, 2010년 125명, 2014년 196명, 2018년 89명 수준이었으나 2022년 선거에서는 490명(전체의 11.9%)으로 늘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 154개 구의회 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는 98개인데, 이중 50개 선거구에서 100명의 무투표 당선인이 나왔다. 반면 3인 선거구 50개 중에선 무투표 당선이 3개, 4·5인 선거구 6개 중에서는 무투표 당선이 없었다.
2인 선거구로 선거를 치르면 양당에서 1명씩, 혹은 지역 패권을 가진 당에서 2명만 나와 투표도 없이 당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규 정의당 공보처장은 “호남에선 국민의힘이, 영남에선 민주당이 기초의원 후보를 안 내고 소수정당도 후보를 낼 여력이 없다”면서 “무투표 당선은 유권자의 의사가 지방의회 구성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무투표 당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가 강한 지역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후보자 복수 공천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월 12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무투표 당선을 막기 위해 후보자가 당선자 정수를 넘지 않거나 후보자가 1인인 경우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정당의 후보자 추천 규모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런 문제를 개선해보고자 대안으로 제시된 게 3~5인 선거구의 확대 시행이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시범적으로 11개 지역(30개 선거구)에서 3~5인 선거구로 확대 개편해 선거를 치렀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2022. 12)를 보면, 30개 선거구 109명의 당선인 중 소수정당 당선인은 4명으로 전체의 3.7%였다. 여전히 미미하지만, 기초의원 선거 전체 선거구에서 소수정당 후보 당선율(0.9%)에 비해선 높은 수치다. 시범지역을 포함해 당선된 전체 소수정당 후보 23명 중 17명이 3인 선거구에서 나왔고, 3명은 4인 선거구에서, 3명은 2인 선거구에서 나왔다.
당시 시범지역이던 광주광역시 광산 마선거구(2인 선거구→3인 선거구)에서는 한윤희 정의당 후보가 3위로 당선됐다. 한 의원은 임기 동안 맞벌이·한부모 가정을 위한 ‘아픈 아이 병원 동행 서비스’, 지역 서점 구매 도서를 공공도서관에 반납했을 때 지역화폐로 돌려받는 ‘책값 돌려주기’ 등을 정책화했다. 또 임대주택이 공공주택 안전 관리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을 바로잡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그는 “소외되고 차별받는 부분들을 찾아 고치려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정당마다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소수정당이 지방의회에 들어가야 (지자체 행정부를) 견제하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의정활동에 반영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녹색당·미래당·정의당 및 노동시민단체들로 꾸려진 ‘내 표 그대로-선거제도 전면 개혁연대’는 “2인 선거구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초의원 선거에서 3~5인 선거구를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가 논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들은 물론 국회의원, 광역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 기초의회가 같은 당 의원들로 채워지길 바라기 때문에 3~5인 선거구로 재편되는 것에 대해 반발할 수 있다.
다만 공개적으로 중대선거구제 확대에 동참하겠다는 의원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인이 나왔던 맹성규 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갑)은 지난 4월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내 지역부터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3~5인 선거구로 정했을 때 광역의회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2인 선거구로 분할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면, 현실적으로 2인 선거구를 할 수밖에 없는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2인 선거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의회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어 승자독식이 심각하다. 광역단체장 소속 정당이 광역의회에서도 몰표를 받아 ‘1당 독재’ 의회가 꾸려지는 일이 잦다. 부산의 경우 2018년 선거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을 배출한 민주당이 48.8%를 득표하고도 의석은 47석 중 41석(87.2%)을 차지했다. 반대로 2022년 선거에서는 박형준 현 부산시장이 속한 국민의힘이 63%의 득표율로 47석 중 45석(95.7%)을 가져갔다. 이러한 승자독식 의회는 지방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해 표의 비례성이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김준우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표의 불비례성이 과도함을 넘어 극단적”이라며 “광역의회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이 같은 현실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통합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에서 개혁의 선례를 보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3월 4일 임미애, 정춘생, 정혜경, 윤종오 의원 등은 통합특별시의회 지역구 시·도의원 정수를 3~5인으로 정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어차피 지역구 간 인구 편차 등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최적이라는 의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대구·경북, 대전·충남 등 통합 출범하는 광역의회에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할 수도 있다. 다만 중대선거구제에서는 1위와 3~4위 후보의 표차가 크기 때문에 또 다른 표의 비례성 문제가 생긴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광역의회에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나누는 비례대표 비율(지역구 대비 약 10%)을 높일 필요도 제기된다. 소수정당들과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는 3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정개특위 내에서는 국회의원의 비례대표 비율(약 15.3%)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정치권이 여야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지난 4월 3일 JTBC 유튜브에 나와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확대는 당의 방침이며 대선·지방선거 공약으로도 발표됐다”고 했다.
문제는 국민의힘과의 원내 합의다.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은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개정할 때 다수당이 일방 처리하지 않고 교섭단체 간 합의 처리한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처럼 돼 있다. 국민의힘은 원내 5당 공동선언에 참여하지 않았고, 정개특위에서 사전투표제 개편과 외국인 투표권 요건 강화 안건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시간을 끌다 개혁은 손도 못 댄 채 광역의회 정원과 선거구 획정만 정하고 끝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광역 단위에서 지역구 간 인구 편차가 3배를 넘어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른 선거구 조정 등 세부 조정만 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6개월 전으로, 2016년 이후 이를 지킨 적은 없다. 이번에는 2022년 지방선거보다 논의 진행 상황이 더디다. 선관위는 4월 17일까지 선거 관련 법안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선거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2019)된 사례를 제외하고 여야 합의 없이 선거제 개편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며 “정개특위가 늦게 꾸려져 논의가 진척이 안 됐기 때문에 기한 내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선거제 개편안이 나올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7000여명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포스코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포스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1만8000명)의 38% 수준이다. 만시지탄이고 직접고용 조건이 어떻게 정해질지 지켜볼 일이지만 큰 틀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본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청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비판 여론도 커지자 다단계 하청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그 일환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 회사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잇달아 노동자들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대법원은 2022년 7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고, 이후 각급 법원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
그동안 상당수 대기업들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불복해 소송을 질질 끌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식의 편법을 써왔다. 그에 비하면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이번 방안은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들을 직접 고용하더라도 1만1000명의 하청노동자가 여전히 남는 건 한계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골간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사측이 7000명을 어떤 조건으로 직접 고용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들을 별도직군에 배속시켜 임금 등에 차별을 둔다든지 이미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취하나 향후 소송 포기 확약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하청노동자들이 실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이 법 시행에 따른 원청의 교섭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제도의 부수적 견인효과인 셈이다. 그러는 한편으로 지난 6일까지 하청노조 985곳이 제기한 교섭요구를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불과하고, 노사가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업장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좋은 사용자’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 사업장부터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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