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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남길영 외 옮김｜바다출판사｜872쪽｜3만5000원
새 교황의 이름 레오 14세(Leo XIV)는 1878년 선출된 레오 13세에게서 왔다. 즉위명은 대개 자신이 닮고자 하는 이전 교황 이름이나 존경하는 성인들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 택한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세기 이탈리아 수도자이자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알려진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 신임 교황은 즉위명을 레오로 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오늘날 교회와 인류 사회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산업혁명에 직면하고 있다. 레오 13세의 가르침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의 가치 등 (AI가 제기할 수 있는) 도전에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야투자종류
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추구하는 가톨릭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이 단서가 될 수 있다. 영국 외교관 출신 역사가이자 ‘비잔티움 연대기’를 쓴 이야기꾼 저자의 ‘교황 역사서’. 구상에만 25년 걸렸다는 책은, 초대 교황 베드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 베네딕토 16세까지 약 280여 교황 이야기로 2000년을 쾌속 질알라딘오락실
주한다.



오스트리아 화가 아돌프 퍼시가 1900년경 그린 '교황 레오 13세'의 초상화. 신임 교황은 레오 13세의 유훈을 잇겠다는 의지로 즉위명을 '레오 14세'로 택했다고 밝혔다. /빈 미술관


저자가 염두에 둔 한미글로벌 주식
주요 독자는 “자존심 강한 교회 역사가”가 아닌, “어떤 놀랄 만한 사실의 배후에 관해 단순히 조금 더 알고 싶어 하는 신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보통의 지성을 가진 독자”다. 책은 무류성(교황의 결정은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교리) 등 신학적 문제는 영리하게 피해가면서도, 교양 독자층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객관적 시각과 재미를 갖췄다. “20세기에는 남성 주식
특히 레오 13세 교황에 주목했다”는 저자 말처럼, 레오 13세는 그중에서도 한 챕터로 분류돼 비중 있게 다뤄진다.
교황 레오 13세는 1878년 2월 20일 콘클라베에서 3번의 투표 끝에 선출됐다. 세계가 산업화 시대로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최초로 인정하고, 교회가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전환점을 마련한 교황이었다.
인터지스 주식
당시 이탈리아 등 유럽 대도시에선 이미 산업화로 프롤레타리아 계층이 대규모로 등장했지만, 전임 교황을 비롯한 교황청은 이 노동자 계층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레오 13세는 1891년 5월 발표한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 교회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를 지지할 것을 밝히면서도, 과학의 발견에 대해선 경외감을 표한다.
“소수의 매우 부유한 이들이 다수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노예 제도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는 멍에를 지울 수 있었다. … 현재 극심한 갈등의 이유는 공업이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과학 분야에서 경이로운 사실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주인과 노동자 사이의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며, 소수만이 막대한 부를 갖고 다수는 절대적으로 빈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레오 13세 교황은 마르크스주의가 부정하는 사유 재산권을 ‘인간의 천부적 권리이자 사회 질서의 기본’으로 봤으니 결코 마르크스주의와는 화해할 수 없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도 계급 투쟁이 아닌 기독교적 윤리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AI 발전 앞에서 흔들리는 노동자 권리와 존엄 문제에 신임 레오 14세 교황이 적극 대응할 것으로 외신이 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가 유훈을 잇겠다고 밝힌 레오 13세 교황은 산업혁명이란 큰 흐름 속, 공산주의·사회주의 유혹에 직면했던 노동자에게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던진 교황이었기 때문이다.
레오 13세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붙일 만한 이야기는 곳곳에 있다. 십자군 원정을 이끈 인노첸시오 3세, 나폴레옹과 투쟁했던 비오 7세, 1차 세계대전 중에 교황직을 수행했던 베네딕토 15세 등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군주직’이란 교황의 역사는 뒤집어보면 인류의 역사다. “역사상 가장 진부한 헛소문”이라면서도 여전히 회자되는 여교황 조안 이야기는 최근 신임 교황 선출과 함께 주목받은 영화 ‘콘클라베’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800쪽이 넘는 이른바 벽돌책이지만, 국어 사전을 첫 페이지부터 읽어나가지 않듯 책장에 꽂아 놓고 필요에 의해 영리하게 사용해도 좋겠다. 역대 교황의 재임 기간을 보기 쉽게 정리한 연대표도 이 책의 백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