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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예상과 달리 치열한 경쟁보다 미묘한 '눈치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줄줄이 입찰 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단지들이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과 재입찰을 반복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관심도에 비해 일부 지역을 제외한 실제 입찰 경쟁은 다소 싱거운 분위기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정비사업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수주전에 뛰어드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용적률과 대지지분과 기부체납 등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수익처가 아닌데다 조합의 까다로운 조건도 감수해야해 근린상가 대출 서다.
시공사 선정은 입찰 과정에서 2개 이상 건설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찰되며 두 번 연속 유찰될 시 입찰한 건설사와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에 조합원 수나 일반분양 규모 등에서 '알짜 사업지'로 꼽혔던 지역 중에서는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 사례가 이어지면서 사업 일정 자체가 지연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청약통장 소득공제 규모가 작지만 일반 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서초구 방배7단지는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가 번갈아 단독 입찰하며 유찰이 이어졌다.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아직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방배신삼호 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수의계약을 논의 중이었다가 조합내 갈등으로 3 사해행위 기 조합장이 해임되며 시공사 선정 자체가 무산됐다. 삼성물산 참여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입찰 공고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만큼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에 삼성물산이 단독 응찰했고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재건축은 GS건설이 두차례 단독 입찰, 같은 구의 가락1차현대아파트 재건축은 롯데 지하철 8호선 연장 건설이 단독 입찰해 재입찰 및 총회, 수의계약 등을 논의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등 굵직한 정비사업들의 시공사 선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하지만 실제 입찰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으로 시공사가 선정된 상반기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재건축 직장인 탐구생활 초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압구정 현대'라는 브랜드의 상징성에 업계 1위인 삼성물산도 입찰 참여를 포기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2~3파전을 예상했던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이 무난히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나마 최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개포우성7차 재건축 입찰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최종 응찰하며 경쟁 입찰 구도가 형성된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을 준비해 놓고도 막판에 접수하지 않고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를 보고 결정하려고 하다 보니 전면전보다는 탐색전이 벌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강남권 정비사업의 높은 브랜드 요구와 까다로운 조건, 그리고 수익성에 대한 건설사들의 전략 변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조합 측 요구사항이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사업비 대여와 이주비 대출 조건, 금리 우대, 조감도 디자인, 커뮤니티 고급화까지 사소한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일종의 '맞춤형 제안'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짙다. 여기에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시공사에 대한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호 브랜드 외에는 아예 배제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 선호도가 강한 지역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애초에 입찰 자체가 쉽지 않다. 오는 9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예정인 여의도 일대는 '압도적인 고급화'를 목표로 내걸며 중견 건설사의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대로 대형사들은 고정비용 부담, 공사 원가 상승, 금융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수익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는 추세다. 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공공성과 조합 의사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일반 민간 프로젝트와는 다른 수익구조를 갖는다. 특히 강남권 정비사업은 분양가 상한제와 이주비 규제 등으로 인해 건설사의 수익 마진이 크게 제한되면서 그 자체로는 고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은 재무적으로만 보면 마진이 크지 않다"며 "다만 상징성 있는 단지를 수주하면 브랜드 인지도 제고나 향후 고급 주택시장 확대에 있어 전략적 이점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