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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화평(和平)은 누가 뭐라 해도 한 가정 행복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첫째 조건일 것이다. 1925년 7월 5일과 12일 매일신보에 ‘부부간 불평 피로(披露)’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중국 삼십육계(三十六計) 병법서의 ‘성동격서’(聲東擊西)처럼 부부간 불평을 먼저 토로(吐露)하게 해서 가정을 화평케 하자는 내용이다. 가정의 화목을 다시 생각하며, 100년 전 그들의 불평을 들어보자.

첫째는 가난한 월급장이 남편의 하소연이다. “저는 한 달에 45원씩 받는 모(某) 회사 서기보올시다. 한 달 동안 죽도록 벌어서 아내를 갖다가 주면 쌀도 못 팔고 다 없애고 맙니 정부지원대출은행 다. 일가의 주부가 되어 살림을 하는 사람이 규모가 제일이며 더욱이 옛말에도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한다(家貧思良妻)’는 말도 있는데, 45원짜리 월급쟁이의 아내가 되어 호화로운 살림을 꿈꾸는 것은 근본부터 틀린 일인데 정신 못 차리는 아내 된 사람은 남편의 기막힌 사정은 조금도 모르고 돈은 생기는 대로 휙! 휙! 써버리니, 조선 여자는 경제적으 복수취급 로 되지를 못하였으니 남편의 처지를 이해할 줄 모르는 것이 큰 결함인가 합니다. (평동 Y 선생)”

둘째는 회사 일로 밤마다 바쁜 남편에 대한 불평이다. “저는 작년 봄에 소위 신식 결혼을 한 여학교 출신이올시다. 처음 결혼할 때에는 어찌나 남편되는 이가 다정히 굴어주는지 아마 세상에 다행한 사람은 자기뿐인가 싶었 통장자동대출 습니다. 매일 회사에만 갔다 오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며 집안도 함께 치우며 화초도 가꿔 주는 등 비록 넉넉지 못한 살림이나마 평화와 행복이 떠돌더니, 금년 여름철을 접어들며 저녁만 자시면 옷을 입고 나갔다가 밤이 깊어야 겨우 들어오는데, 하도 수상하여 ‘요새는 웬일로 늘 나가시기만 하오’ 물으면 번번이 회사 일로 정거장에 나갔느니, 연회가 있었느니 하며 새마을금고 주택담보대출 핑계를 대니, 아무리 일 많은 회사이기로 밤마다 정거장이며 밤마다 요릿집에 갈 일이 있겠습니까. 남자가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아내 되는 사람이 얼마나 속을 졸일지 좀 알려주고 싶습니다. (인사동 K)”






수수료 면제 매일신보 기사



다음은 애정(愛情)없는 애처(愛妻)를 데리고 사는 청년의 이야기다. “저는 부끄러운 말이나 저의 아내에게 반하여 지내는 청년이올시다.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떠돌아다니다가 겨우 인쇄술을 배워서 시내 모(某) 인쇄소에 문선(文選) 직공 노릇을 하고 있는 청년이올시다. 금년 봄에 동리 마나님의 중매로 과부 된 젊은 여자를 만나 새문 밖 관동에서 새 살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배우자의 외모나 신분에 관하여는 별로 불평도 없으며 불평을 말할 처지도 아니나, 도무지 남편을 위할 줄 모르는 것이 평생의 한(恨)이올시다. 회사에서 돌아가면 자연 배가 고파지는 터인데 밥이나마 먼저 달라기 전에는 먼저 먹으라는 말은 당초에 없으며, 어느 때는 번연히 남편이 돌아오는 시간을 알면서도 동리 집으로 놀러 가서 돌아오지를 않으니 이러고야 노동에 힘든 몸과 마음을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지 그것이 큰 걱정이올시다. (한 우부(愚夫))”

다음은 월급은 아내에게 모두 주라는 전업주부의 이야기이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 집에 들어앉은 여자이올시다. 벌써 슬하에 삼 남매나 거느리고 있는 몸으로 이제 와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할 것은 아니나, 살림은 여자더러 하라면서 돈은 생기면 어떻게 쓰는지 알려 하지도 않고 그대로 조석상(朝夕床)에 반찬만 없으면 낯을 찡그리니, 그 심정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돈은 구경도 시키지도 않고 반찬이 없다고 군소리를 하기에 입바른 소리를 한번 하였더니, 그 후부터는 반찬 없다는 소리는 다시 하지 아니하여도 그 대신 도무지 밥상을 대하면 밥 한술을 달게 뜨지 않으니, 남의 아내 된 처지에 차마 보기 미안하니 그 아니 딱합니다. 어떻게 월급은 반드시 아내에게 맡기고 쓰리라는 법률을 만들지 않는지요. (사직동 박씨)”

다음은 신식 여학생과 재혼한, 돈만 많은 남자의 하소연이다. “저는 아무 지식도 견문도 없는 남자이나 다만 돈은 좀 가지고 있습니다. 연전에 상처(喪妻)하고 나서 속현(續絃; 새 아내를 맞음)을 하려고 할 때에 어떠한 친구의 말이, ‘신식 여학생을 얻으면 모든 것에 편리하며 아는 것도 많아서 가정을 잘 다스린다’고 하기에, 마음이 끌려 화동 사는 시내 모(某) 고등여학교 출신하고 결혼을 하였더니 살림은 아니하고 풍금이나 치며 떼를 지어 찾아오는 동무들과 종일 떠들고 놀기만 하고 밤만 되면 음악회니 강연회니 하며 나갔다가는 체면상 할 수 없이 10원을 기부하였으니! 20원을 기부했느니! 하며 돈이나 쓰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세상의 신식 여자는 다 이렇겠습니까. 그리고 혹시 음악회 구경이나 같이 가 보자면 창피하게 따라 다닌다고 핀잔을 주니 참 기가 막혀 말도 아니 나옵니다. (옥동 K)”

계모(繼母)에 대한 불평이 다음으로 실린다. “나는 50살이 불원(不遠)한 노인이요! 42세 때에 상처(喪妻)를 하고 어린 딸과 부녀가 지낼 길이 없어서 후취(後娶)라고 한 사람 데려왔는데, 처음에는 별반 행태도 없이 지내더니 자식을 하나 낳은 뒤로는 차차 소위 계모의 티를 내기 시작하여 큰 딸년을 매우 괴롭게 구는 모양이니, 어린 것을 그같이 미워하는 심정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계모 된 여자들의 마음은 다 같다 하면 얼마나 억울하게 우는 아이들이 많겠습니까. 어찌 남의 배에서 낳았다고 학대를 할 법이 있겠습니까. 볶는 계모! 볶이는 적자(嫡子)! 그 사이의 갈등을 어찌나 해결할는지 큰 걱정이 올시다. (청진동 한 노부(老父))”

동경 유학생과 결혼한 구식 부인의 하소연도 실린다. “저는 학교라고는 구경도 못 한 여자올시다. 동경 유학생하고 혼인을 하여 벌써 1년째나 지냅니다마는, 항상 남편의 기색은 좋지 못하였습니다. 요사이에 와서는 매일 밤 나가 자고 집이라고는 잘 들어오지를 않으나 그리도 남의 아내 된 처지에 그대로 있을 수 없어서 남편이 돌아오든 안 돌아오든 저녁밥을 지어 놓고 9시까지는 기다려 보다가 겨우 밥상이라고 대하여 혼자 먹으면 눈물이 옷깃을 적십니다. 소문을 들으니까 저하고 결혼하기 전부터 좋아하던 기생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부터도 잘못이요 그래도 병만 나면 집으로 찾아 들어와서 갖은 약 심부름과 갖은 시중을 다 시킨 후에 또 병만 나으면 나가 버리니 가정을 병원으로 알고 아내는 간호부로 아시는지요. (오(吳)모씨)”

마지막으로 술 주정꾼 남편에 대한 불평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남자가 되어 술잔이나 마시는 것은 하는 수 없는 일이라 하겠으나 술만 먹으면 처자도 경제도 돌아보지 않고 야단을 치는 심정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돌아올 시간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어린 자식이 먼저 ‘엄마! 아버지가 또 술 먹고 오나 봐!’ 하며 철없는 낯에는 근심스러운 빛을 띄고 움츠려 듭니다. 그 꼴을 볼 때에 어미 된 제 마음은 과연 어떠하겠습니까. 돈은 있는 대로 술값으로 디밀고 집에는 나무가 없거나 쌀이 없거나 돈연히 모른 체를 하며 어느 때는 새벽이 되어서라도 찾아 들어와 술을 더 먹을 터이니 동리에 가서라도 돈을 꾸어오라고 떼를 쓰다가 나중에는 때리기까지 하니, 자식까지 낳은 남편을 버릴 수도 없고 이 고생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정책보다 그간의 불평을 먼저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