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출판’ 위기에 머리 맞댄 출판인들···“인간 보증? AI 포섭?” 묘수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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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긴급 포럼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가 열렸다. 이날 객석에는 출판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생성형 AI의 보급은 출판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출판계에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6만2000종의 신간이 출간됐지만, 앞으로는 이 숫자가 매해 20~30만권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지난해 ‘딸깍 출판’으로 논란된 출판사는 직원 3~4명 규모임에도 한 해 9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이대로 가다간 수 년내 AI가 쓴 책이 인간이 쓴 책의 수를 넘어설 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출판과 출판 진흥 정책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조발제를 맡은 박정인 덕성여대 AI DynaInfo 연구소 교수는 “AI 시대 출판은 단순 제작업이 아니라 검증된 지식과 책임 있는 편집을 공급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사업이 아니라 ‘신뢰 인프라 사업’으로 재정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정책 목표도 단순한 출판 문화 진흥에서 나아가 출판 데이터 보호, AI 활용, 독자 신뢰 유지까지 포괄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커뮤니케이션북스가 ‘AI문고 집필 가이드라인(윤리 서약)’을 발표하며 이 기준을 통과한 저작물에 ‘인간 저술 출판물’임을 보증하는 마크를 넣기로 한 것처럼, 저작물에 인간이 쓴 것인지 AI가 쓴 것인지를 정확히 밝히자는 논의도 있었다.
출판인회의 AI미래전략위원장장인 윤성훈 클에이하우스 대표는 저작물을 3단계로 나눠 1단계는 인간 저자의 저작물, 2단계는 AI 생성 저작물이되 인간 저자의 통제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 작품, 3단계는 인간 저자의 검증 없이 AI에 의해 생성된 저작물로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AI 출판물을 시장에 포섭하면서도 독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류영호 교보문고 부장은 “글로벌 플랫폼은 AI 콘텐츠를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시장 내부에 포함하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통제한다”며 “아마존의 경우 독자가 상세페이지의 설명을 통해 AI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AI를 활용한 대량의 저품질 콘텐츠 방지를 위한 ‘1일 내 출판 권수 제한’ 조치 등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AI 시대 창작자로서의 윤리를 고민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설가 문지혁은 “미래의 창작 윤리는 도구 자체보다 그 도구를 사용하는 작가의 위치와 판단,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더 정교해 질 것”이라며 앞으로 인간 저자에게 요구되는 항목은 구체성과 고유성“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오는8월 완료를 목표로 ‘AI 기술이 출판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제도적 개선 방안 연구’ 진행 중이다. 7월에 기술 환경 시대 출판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특별 강연을, 9월에 관련 국회 토론회를 열고, 올 가을에는 세계 출판인들을 서울에 초청해 함께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25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철폐를 위한 제20차 소성리 범국민평화행동이 있었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사드가 들어간 진밭교 앞길을 변함없이 가득 메웠다. 사드가 들어간 2017년 4월26일과 9월7일, 완전무장한 1만여명의 경찰이 휘두른 무자비한 공권력으로 무너진 심신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사드 가야 평화 온다!”는 시민들의 함성이 골짜기 위의 사드기지로 뿌연 송홧가루를 헤치며 퍼져 올라갔다.
사드가 철수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이다. 당시 트럼프 정권은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한 오바마 정권의 재균형 정책을 계승했다. 미국의 2014년 ‘4개년 국방보고서’에선 사드가 포함된 미사일방어체계 등 첨단무기들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중국 또한 반(反)접근 전략을 펼치며, 동아시아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개발, 배치해나갔다. 사드체계의 일부인 X밴드 레이더는 2000㎞에 달하는 전진배치모드가 가능한 미국 정보망의 핵심 자산이다. 박근혜 정부의 권력 사유화와 북한의 핵실험·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전략을 이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사드가 미국 본토와 태평양 미군기지 방어용임은 이미 다 알려졌다. 사드가 대북용이라고 강변하던 정치인과 언론들은 알면서도 국민을 속였다.
둘째,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세례다. 미국은 이란을 침공하면서 제일 먼저 레이더를 파괴했다. 이란 또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비롯한 인접국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사드 레이더도 파괴되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소성리 사드를 가져다 중동에 배치했는지도 모른다. 작년 5월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도 분명 영향권”이라거나 한국군의 역할 확대를 강조함으로써 유사시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전쟁에 휘말려들 가능성이 커졌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인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한국도 대만 방어에 동참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그러면 감시의 눈이자 뇌인 레이더는 중국의 공격 제1목표가 되는 동시에 한반도는 전쟁터가 된다.
셋째, 사드 배치는 국내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외교·경제에 타격을 줄 외국의 전략무기 배치에 관한 공식적인 합의사항도 없고 국회 동의조차 받지 않았다. 뒤바뀐 법적 절차인 졸속의 환경영향평가는 말할 나위도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주민들의 재산권은 물론 존엄권, 행복권, 환경권 등 기본권은 짓밟힌 지 오래됐다. 원불교의 종교성지에 전쟁무기를 들여놓아 신앙의 자유마저 박탈당했다. 중국 정부는 부지를 넘겨준 롯데에 보복해 자국 내 사업을 차단시켰다. 당시 한한령으로 국민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던가. 이를 초래한 미국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3월, “사드는 중국의 해양진출을 분쇄하고 미국의 군사전략상 이익을 위한 것”인 동시에 “강대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전쟁터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국제공조를 무너뜨려 북한에 안보상 이익을 준다”며 해악인 사드 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외국 군대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굴종적 사고”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드를 철폐해야 한다. 미국에 당당하게 철수를 요구해야 한다.
사드 철수는 유린된 국법의 정상화다. 또한 청일·러일전쟁, 6·25전쟁이 그랬듯이 강대국들이 이 땅을 전쟁터로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넓게는 동아시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무기로는 결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평화는 세계의 종교다. 그 누군들 이 종교의 신도가 아닐 수 있으랴. 한국은 세계평화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이 나라가 한류처럼 세계시민들이 순례하는 평화의 성지가 되는 것보다 더 축복받을 일이 있을까.
지난 4월 초 입시업계는 중앙대학교의 ‘CAU 수능 케어’를 둘러싸고 크게 술렁였다. 이는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했더라도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수시 합격을 포기하고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수시 납치’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교육부는 현행 법령에 어긋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제도는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를 두고 지원율을 높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수험생 친화적 발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 논란이 남긴 더 의미 있고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갈 수 없도록 막아놓은 현행 규칙이 과연 지금도 정당하냐는 물음이다.
이 제도는 2002년 대입 개편 과정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교육당국은 수시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하고 정시로 이동하면 중복지원과 허수지원이 늘고, 다른 수험생의 기회를 빼앗으며, 대학의 결원 보충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입시 질서를 유지하고 혼란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도입 당시에는 분명 일정한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이 규칙은 질서 유지보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못 가는 것’을 ‘수시 납치’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시는 먼저 끝나고 정시는 나중에 오는데, 수시에서 한 번 합격하는 순간 정시 선택권은 사라진다. 학생 입장에서는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대학이 아니라 먼저 붙어버린 대학에 묶였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수능 전에 논술이나 면접을 치르고 합격했는데, 정작 수능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 더 나은 대학에 갈 수 있어도 길이 막혀버리는 것이다. 제도 설계의 취지는 행정적 안정이었지만 학생이 체감하는 현실은 선택권의 봉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시 지원 시점에는 자신의 최종 수능 성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불안감 속에서 지원을 한다. 어디까지 써야 ‘납치’를 피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며 입시 컨설팅과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된다. 대학 역시 이 구조를 활용해왔다.
특히 중위권 대학들은 수능 전에 합격자를 확정하거나 면접을 앞당겨 우수 학생이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대학의 학생 선점 도구로 변질된 셈이다. 더구나 오늘의 대입은 20년 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학생부, 논술, 면접, 수능, 각종 전형 요소가 얽힌 현실에서 한 번의 조기 합격만으로 이후 선택을 전면 차단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제도가 학생을 관리하기 쉬운 방향으로만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의 목적이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넓히는 데 있다면, 입시 역시 그 가능성을 너무 이른 시점에 봉쇄하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수생 증가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원치 않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입학 뒤에도 다시 대입(수능)을 준비하고, 대학은 중도 이탈과 결원 보충으로 학사 운영에 차질을 겪는다. 학생 개인에게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이고, 사회 전체로는 청년층의 진로 지연과 중복 교육비라는 손실로 이어진다. 혼란을 막겠다며 만든 제도가 오히려 더 큰 비효율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교육위원회가 논의 중인 수시·정시 통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수능을 먼저 치르고 점수를 확인한 뒤 학생부, 논술, 면접, 수능을 함께 반영해 같은 시기에 지원하도록 설계한다면 ‘수시 납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통합이 가져올 수험생의 선택권 축소 및 심리적 부담 가중, 대학의 전형 운영 및 행정적 과부하, 사교육 의존도 심화 및 정보 격차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학생의 선택권을 살리면서도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입시 질서를 위해 학생의 선택권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20년 전의 명분이 오늘의 현실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대입 제도는 대학의 편의보다 학생의 합리적 선택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수시에 붙으면 정시에 못 간다’는 20년 된 유물을 이제는 다시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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