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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마뚜루 또마뚜루 1만2천원 ‘띵동’ 또마뚜루 또마뚜루 또마뚜루 1만5천원 ‘띵동’”
알아듣기 힘든 외계어(?)가 넓은 공판장에 울려 퍼진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있는 토마토 박스 주위를 들러 싸고 소리나는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3m 정도 높이에 설치된 모니터는 짧게는 1초, 길어야 3초 간격으로 화면이 바뀐다. 그 바로 아래 마이크를 든 사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주문을 외우듯 말을 뱉어낸다. 간간히 들리는 “00원 낙찰”이란 말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다.
여기는 국내 최초이자 최 우체국 장애인 적금 대 규모의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이다. 지금은 새벽 2시. 보통 사람이라면 한참 잠든 시간이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눈은 너무나 말똥말똥하다. 시장에 도착 하기 전에 하품이 계속 나왔던 기자도 이곳에 들어서니 졸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재희 가락시장 경매사(59, 중앙청과 본부장)는 “이 곳은 일요일을 빼고 매일 새벽 은행 pb 2시부터 5시까지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5시까지는 포도, 복숭아, 자두, 토마토처럼 저장성이 떨어지는 과일들을 경매하고 조금 쉬었다 8시부터는 저장성이 높은 사과, 배 등을 경매한다”고 말했다. 경매는 그야말로 ‘초’ 단위의 싸움이다.
하루 7500톤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가락시장에서는 수 백만개의 과일 상자가 주인을 찾기 위해 대기 든든학자금 지급신청 중이다. 경매사는 최상의 가격에 상품을 중간도매상에 빨리 넘겨야 한다. 그렇기에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다. 실제 이 날 토마토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매에서는 상품당 거래에 평균 2초가 넘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상품당 짧으면 1초, 길어도 3초 안에 낙찰을 시켜야 한다”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응찰자에게 물건을 넘기는 적용할 데 그야말로 단 1초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경매사들이 경매를 진행하면서 내뱉는 단어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한다. 이 본부장은 “도매상인들의 주위를 끌며 본인만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추임새”라며 “정해진 매뉴얼이 없기에 경매사마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경매가 잘 운영기관 이뤄지는 날은 1~2시간 정도에 끝나기도 하지만 주인이 잘 나타나지 않으면 3시간까지도 경매가 이뤄진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경매사는 쉬지 않고 추임새를 넣으며 경매를 진행해야 한다.
이 본부장은 “1시간 넘게 목소리를 내다보면 나중에는 목소리가 안 나오기도 한다”며 “경매사들에게 목은 가장 중요한 무기이지만 많이 혹사되기에 목감기를 달고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경매사가 단순히 흥을 돋궈 상품을 높은 가격에 낙찰시키는 역할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매사는 사전에 시장 재고량을 먼저 파악하고 경매할 물건의 상품성을 평가한다. 며칠 동안 날씨는 어땠었는지, 오늘 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공급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모든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상품의 가격을 책정한다. 이렇게 경매사가 정한 가격이 처음 응찰가로 제시되는 것이다.



가락시장에서 중간도매상인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


이 본부장은 “어제는 이 상품이 만원이었는데 오늘은 재고가 없으니까 2~3천원은 더 받을 수 있겠다 라고 판단해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며 “반면 어제 비가 많이 왔다면 상품성이 떨어져 전보다 가격을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경매사는 단순한 중개인을 넘어, 농산물의 품질과 시세를 정확히 판단해 공정하며 신속한 가격 결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 본부장은 “흔히 경매사를 도매시장의 ‘꽃’이라 칭하곤 하지만 이들은 유통의 중간에서 단순한 중개인을 넘어 이제는 ‘가치를 연결하는 플랫폼 매니저’로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이 가락시장과 연을 맺은 건 지난 1989년이다. 대학생이던 이 본부장은 여름방학동안 용돈을 벌고자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하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도매시장의 활기와 역동성에 매료돼 대학 졸업 뒤 곧장 가락시장 중앙청과에 입사했다.
이 본부장은 “처음에는 행정직으로 입사했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 경매사 시험에 도전했다”며 “현장에서 3년 정도 업무를 배운 뒤 2000년부터 경매사로 일해 왔다”고 말했다.
처음 이 본부장이 경매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수지경매로 경매가 진행됐다. 수지경매는 손가락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다 2008년 즈음부터 전자식 경매 시스템이 도입됐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처음 수지경매를 할 때는 저도 사람이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있어 중간도매상들과 마찰도 많았다”며 “하지만 전자식 경매로 바뀐 뒤로는 응찰기로 가격을 입력하니 그런 마찰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경매장에서는 중간도매상인들이 큰 휴대폰처럼 생긴 단말기로 가격을 입력하고 있었다.
한때 도매시장이 투명하지 못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 공영도매시장의 경매는 어떤 경매시장보다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제는 블라인드 경매라고 해서 누가 얼마를 제시하는지 모르게 응찰자의 정보가 뜨지 않고 가격만 나온다”며 “혹시 경매사와 친분이 있는 중간도매상에게 특혜가 가지 않도록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이어서 “더구나 경매 과정은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어 낙찰 가격을 속일 수 없다”며 “낙찰가는 자동 저장되고 산지 농가에 바로 전송되기에 가장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경매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경매이기는 하지만 경매를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산지 농가와 수시로 소통하며 보다 좋은 상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경매사의 역할이다.
이 본부장은 “한 달에 몇 번은 산지 출장을 가 농민들에게 ‘전에 상품은 이런 점이 부족했다’라던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이런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며 “또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행사를 할 때는 출하량을 더 늘리게 하는 등 시장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에 사용되고 있는 전자식 응찰기. 중간도매상인들은 이걸 통해 본인이 원하는 가격을 입력한다. 손인규 기자


이렇게 산지 농가와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 매니저로서 보람을 느끼고는 있지만 경매사라는 직업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직업이다.
무엇보다 밤낮이 바뀐 생활 패턴이 가장 어렵다. 밤에 일하고 낮에 자다보니 아무래도 수면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 본부장은 “매일 밤 12시 정도에 출근해 새벽부터 아침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경매를 진행하다보면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저같은 경우 하루 수면시간이 보통 5시간 정도이고 중간에 토막잠을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경매사 중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 분도 꽤 있다”며 “경매사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의 경우에도 달리기, 수영 등 생활체육은 필수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5년 동안 과일 경매를 한 이 본부장은 과일 도사가 됐다. 이 본부장은 “오래 보고 경험하다보니 어떤 과일이 맛있는지는 거의 감이 온다”며 “그래서 집에서 과일 사는 담당은 저”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 본부장은 지난해까지만 경매를 직접 진행했다. 지난해 본부장으로 승진한 뒤로는 후배 경매사 관리와 전반적인 영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체력적인 한계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경매사들도 그렇고 중간도매상들도 1세대가 거의 은퇴하는 시기가 됐다”며 “하지만 요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은 새벽에 일을 해야 하는 경매사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만 밤에 일하는 만큼 야근수당이 있어 경매사는 급여가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이 본부장은 소개했다.
최근 과일값이 크게 올라 과일 사먹기 무섭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그 이유를 물었다.
이 본부장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갑자기 비가 많이 오거나 반대로 비가 오지 않고 너무 더운 날이 계속 되면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농가도 고령화가 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드니 공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젊은 농업인들이 많이 생기면서 산지와 직거래하는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졌다. 이에 대해서도 이 본부장은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유통 구조가 변하고는 있지만 신선 농산물의 주요 유통 경로는 여전히 도매시장”이라며 “가락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도매시장, 전자 경매, 전송 거래, 디지털 물류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 개장한 가락시장은 올해 개장 40주년을 맞았다. 부지 54만㎡로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영 도매시장으로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 농산물 물류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동안 가락시장에 드나드는 출입 차량은 4만7000여대에 이른다.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일평균 거래 물량은 7572톤이다. 서울시 소요량의 55%, 전국 33개 공영 도매시장에서 취급하는 총 거래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