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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아 작가·전 대기업 임원
퇴직 전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산을 점검하고 연금을 확인해보며 불안한 심정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떠나고 보니 진짜 스트레스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부부간의 관계에서였다. 퇴직 후 배우자와 하루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예상외로 어려웠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작은 차이들이 큰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올여름같이 극심한 무더위로 실내생활이 길어지보광티에스 주식
면 더욱 그랬다. 한 공간 안에서 얼굴을 마주할수록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났다.
일상적 마찰이라 치부하기에는 정도가 지나쳤다. 퇴직 후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사회적 현실을 보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듯했다. 그럼 대체 무엇이 다툼의 씨앗이 되는 것일까.
첫째, 생활 패턴이 달랐다. 직장에 다닐 때는 각인텍플러스 주식
자 근무 일정에 맞춰 살았다. 나는 오전 7시 출근을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났고, 남편은 그보다 늦은 오전 6시에 기상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바삐 나갈 채비를 하느라 의식하지 못했다. 주말에도 각기 활동하는 날이 많아 세세하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퇴직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같은 시간에 일어났지만, 남편의 기상은 야마토 2 온라인 게임
한참 늦어졌다. 내가 아침 루틴을 마치고 한숨을 돌릴 즈음 남편은 그제야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다시 움직이려 할 때 남편은 휴식 모드에 들어갔다. 전체적인 리듬이 완전히 어긋났다. 이런 엇박자가 되풀이되자 피차 불편함을 느껴 수시로 부딪혔다.
둘째, 역할 배분에 관한 생각이 달랐다. 퇴직 전에는 정해진 구분 없이 그때그때 집안일을 처리했삼천당제약 주식
다. 굳이 나누자면 청소나 빨래 같은 간단한 살림은 내가, 쓰레기 버리기나 힘쓰는 작업은 남편이 하는 편이었다. 집이 별로 어질러지지도 않아 주말에 한꺼번에 정리해도 충분했다.
그런데 퇴직 후 새로운 양상이 펼쳐졌다. 외출이 줄고 집에 주로 머물면서 덩달아 할 것들도 많아졌다. 이전처럼 몰아서 했던 습관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해야 상품권릴게임
할 일이 생길 때마다 누가 할지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매번 나만 한다고 느꼈고, 남편도 비슷한 듯 보였다. 가사 분담에 대한 동상이몽은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셋째, 개인 시간에 관한 관점이 달랐다. 직장에 다닐 땐 자연스럽게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근무 중에는 남편을 만날 일이 없었고, 집에 있을 때도 양쪽 다 할 일이 있어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가 거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면 남편은 안방에서 신문을 보곤 했다. 개인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퇴직 후에는 내내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피로감이 느껴졌다. 나는 집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쪽이었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았다. 일정 부분은 공감했으나 나만큼 절실하지는 않았다. 언제, 얼마나 따로 지낼지에 관한 생각이 전혀 맞지 않았다. 이런 욕구 차이는 끊임없는 마찰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우리 두 사람이 퇴직한 직후부터 반복됐다. 처음에는 세월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지만 사태는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사소한 불편들이 쌓여가면서 서로에 대한 인내심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그 실마리를 지인 부부에게서 발견했다. 이 부부 역시 5년 전 남편의 퇴직 직후 다툼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퇴직 허니문은 한 달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이 고안해 낸 방법은 ‘반나절 거리두기’였다. 낮 시간대의 일부를 상대에게 온전히 보장해주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따로 보내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둘이서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하는 식이었다.
가사일에 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모든 일을 똑같이 나누기보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 위주로 역할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요리는 아내가, 뒷정리는 남편이, 청소는 번갈아 하는 형태였다. ‘내가 했으니 당신도’라는 편 가르기식 계산보다 ‘내가 잘하니까’라는 장점 살리기식으로 접근하자 불만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결국 해법은 함께하되 각자이기도 한 절묘한 균형을 찾는 것이었다. 무조건 참기보다 상호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거리를 조절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솔직히 내가 얻은 답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작은 시도만으로도 둘 사이의 긴장감이 사그라들며 집 안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들 한다. 이는 부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부에게 있어 퇴직은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수십 년 지내 온 부부라도 환경이 바뀌면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내가 다시금 확인한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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