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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 두꺼운 책을 끝까지 보게 될지 몰랐다. 왜? 나는 ‘모비딕’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여러 차례 ‘모비딕’을 읽었는데 이 책은 왜 이렇게 두껍단 말인가! 짜증이 날 만도 했다. 그런데 같은 문단에서 내 숨이 멎는 듯한 문장이 펼쳐졌다.
“입 언저리가 일그러질 때, 이슬비 내리는 11월처럼 내 영혼이 을씨년스러워질 때, 관을 파는 가게 앞에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거나 장례 행렬을 만나 그 행렬 끝에 붙어서 따라갈 때, 특히 심기증에 짓눌린 나머지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의 모자 신한마이카 신차 를 보는 족족 후려쳐 날려 보내지 않으려면 대단한 도덕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나는 되도록 빨리 바다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작가정신)은 이렇게 시작한다. 많은 작가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고래를 호출한다. 거대한 고래는 존재 자체로 심연 같고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하기 고려저축은행다이렉트론 때문이다. 멜빌은 고래를 신과 악, 자연과 인간, 지식과 무지의 메타포로 만들어냈다. 그의 주인공 에이허브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고래를 쫓지만 결국 그 끝에는 자기 자신과 인간 문명의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고래를 추상적인 상징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19세기의 고래는 ‘잡히는 존재’였지만 21세기의 고래는 ‘보호받아야 할 회사설립일 존재’가 되었다. 고래는 이제 인간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인 생명체이자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다. 문학을 지나 과학, 감정을 지나 윤리의 대상이 되었다. 고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모비딕’의 다양한 번역본이 있지만 나는 가장 최근에 읽은 작가정신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정보와 그 어 한국씨티캐피탈 려움을 덜어줄 다양한 삽화가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어지럽혔기 때문이다. “바다로 나갈 때가 되었구나”라는 이슈메일의 음성이 내 귀에서 들리는 것 같다.
고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누가 큰 동물을 싫어하겠는가. 게다가 우리 같은 젖먹이 동물이 아닌가. ‘모비딕’을 읽기 전에 고래에 대한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 ‘고래-고래와 돌고 디딤돌대출 방공제 래에 관한 모든 것’(사람의무늬)은 고래의 생태, 크기, 종류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테이블북이다. 1부에서는 고래의 진화, 해부학, 생활사를 다루고, 2부에서는 고래와 돌고래를 구분하고 세계 분포를 알려준다. 3부는 각 고래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고래에 관한 단 한권의 정보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정보가 많으면 내가 어떤 정보를 먼저 취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알쏭달쏭 고래 100문 100답’(꿈꿀자유)은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 질문을 먼저 던져 준다. 고래에 관한 강의를 하려면 이 책을 먼저 보시라. 항상 질문이 먼저다. 특히 과학에서는.
고래에 관한 지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고래 산업의 적대적인 견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힘겨운 연구를 지속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고래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젊은 공룡 및 생태 연구가인 장수진과 김미연의 ‘마린 걸스’(에디토리얼) 그리고 ‘저듸, 곰새기’(아이들은자연이다)는 놓쳐서는 안 되는 생생한 기록이다. 제주로 여행을 떠나면서 혹시 남방큰돌고래를 볼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다면 ‘저듸, 곰새기’는 반드시 가지고 가시라. 참, 제목은 ‘저기, 돌고래’라는 뜻의 제주어다.
장수진과 김미연이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로 연구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제돌이 야생 방사에 시동을 건 이는 환경 논픽션 작가 남종영이다. 그는 모비딕의 고향 낸터킷, 최악의 돌고래 학살지 다이지, 인간에게 놀러 오는 돌고래가 사는 샤크베이 등 스무여 곳을 누비며 고래의 생태, 문화, 역사가 담긴 고래와 인간의 이야기를 ‘다정한 거인’(곰출판)에 펼쳤다.
고래 연구에도 인공지능이 사용된다.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에이도스)은 고래와의 소통이라는 미래적인 도전을 다루는 책이다. 책은 고래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언어를 해독하려는 인공지능 기반 연구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인공지능으로 고래의 소리를 분리하고 단어를 식별하는 고래-인간 언어 해독 프로젝트를 자세히 알려준다.
어린이를 위한 좋은 고래 책은 정말 많아서 딱히 골라서 소개하기 어렵다. 억지로 고르자면 ‘대왕고래’(여유당)와 ‘하얀고래 미갈루’(도토리숲)가 내 눈에 띈다.
표지는 사실 별로지만 고래 서가에 꽂혀 있다면 어깨에 힘줄 수 있는 책이 있다. 리베카 긱스의 ‘고래가 가는 곳’(바다출판사)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고래를 바다의 생명체를 넘어서 인간 문명의 거울로 바라본다. 긱스는 해변에 좌초한 고래의 사체 앞에 선 경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몸속에 플라스틱, 미세먼지, 중금속, 방사성 물질을 가득 담은 사체는 단지 고래가 아니라 인간의 초상이었다. 이 책은 과학서이자 사회학적 에세이이며 동시에 현대 문명의 잔혹한 시로 읽힌다.
긱스는 고래를 통해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착취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고래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공감 능력과 윤리의 경계를 되묻는다. 고래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간은 고래를 이해할 책임이 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고래를 환상이나 신화의 동물로만 기억할 수 없다. 그 거대한 몸은 우리 삶의 흔적을 품고 있다. 고래는 자연이 남긴 마지막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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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제공





이정모 과학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