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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K-원전이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16년 만에 두 번째 수주에 성공했다. K-원전 기술력이 유럽 시장에서도 입증 받으면서 미국·유럽의 원전 확대 기조에 편승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교롭게도 이번 낭보가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 전해지면서 계약 체결식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일(현지 시간) 발주사인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대전개인대출 신규 원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공급하게 된다.
투자 규모로도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5000억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5조원)다. 업계에서는 체코 정부의 사업 부산은행소상공인대출 추산액인 25조원 역시 건설로 인한 금액만 따진 것일 뿐 실제 경제적 이익은 더 클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6.05.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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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계약 서명이 마무리된 만큼, 향후 테믈린 신규 원전 2기 계약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체코 정부는 지난 2022년 3월 입찰이 개시될 당시 두코바니 5호기(원전 1기) 건설에 대해서만 입찰에 나섰다가, 이후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학자금대출이자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이에 한수원 등 입찰사에 추가 3기(두코바니 6호기, 테믈린 3·4호기) 구속제안서가 포함된 입찰서 제출을 요청했다.
체코 정부와 EDU II는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하면서 두코바니 일반대출금리 5·6호기 건설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테믈린 3·4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체코 정부가 향후 5년 이내에 테믈린에 추가 원전 2기 건설을 결정할 경우, 한수원은 발주사와 협상을 거쳐 테믈린 3·4호기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체코 원전 수주를 통해 과거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한국이 이젠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구축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뒷받침하고자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팀코리아의 다음 수주가 머지 않았다고 기대되는 상황이다.



[세종=뉴시스]두코바니 조감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연방기관의 원전 규제 정책을 검토하고 비상권한을 동원해 '미국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기도 했다.
앞선 바이든 행정부 역시 '2050 원자력에너지 확대 로드맵'을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설비용량 35GW(기가와트)의 신규 원전을 짓고, 2050년에는 지난 2020년 대비 3배 늘어난 300GW까지 늘린다고 목표 잡은 바 있다.
프랑스는 오는 2050년까지 신규원전을 최대 14기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지난 2022년에는 6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계획에 비해 8기 확대된 것이다.
영국도 지난 2021년 오는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 6.8GW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에는 24GW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민간 원자력 로드맵 2050'을 발표했다. 또 대영원자력(GBN)이라는 원전 확대 지원기구를 출범해 신규 원전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면서 '탈원전' 기조를 내세운 대표적인 나라인 스위스도 기조를 재차 변경했다. 스위스 정부는 원전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개발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원전 신규 건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원자력 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5.24.


팀코리아는 전 세계적인 원전 확대 흐름을 타고 차기 원전 수주전을 준비 중이다. 특히 한수원은 소형모듈원전(SMR) 수주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월 노르웨이와 스웨덴과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한국형 소형모듈원전(i-SMR) 도입을 위한 정보 공유, 후보 부지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나섰다. 앞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요르단 등과도 각각 MOU를 맺어 SMR 도입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
원전 생태계에 활력이 돌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지지만, 업계에서는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를 거치는 동안 원전 정책 기조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면서 피로감이 커져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토론 당시 "에너지 정책에 대해 원전이 필요하나, 안 하나 이렇게 일도양단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 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이 체코 원전 계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향후 이 대통령의 원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대한 본 계약을 4일(현지시간) 발주사인 체코 두코바니II 원자력 발전소(EDU II)와 체결했다. 투자 규모로도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5000억원), 2기 약 4070억 코루나(약 26조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당초 한수원은 EDU II와 지난달 7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최종 계약을 체결에 나설 예정이었다. 다만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몽니로 인해 하루 전 계약식이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EDF는 한수원과의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이후 체코 경쟁당국인 반독점사무소(UOH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한수원과 CEZ간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를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이 인용하며, 최종 계약 체결식을 하루 앞두고 수주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당시 정부 측에서는 대통령 특사단으로 임명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체코로 향하던 중이었다.
다만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한수원과 EDU II의 상고를 인용하고, 앞서 내려졌던 가처분 명령을 취소하면서 본계약 체결이 성사됐다.
이에 한수원과 체코가 계약 체결식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결식과 관련해선 결정된 게 없다"며 "체결식 주체가 정부가 될지, 기업이 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호재를 맞은 K-원전 산업을 정치 논리가 아닌 산업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사업은 정파적인 게 아니고 국가적인 경사"라며 "원전 산업이 과거 국내 전기를 공급하는 산업에서 수출 산업으로 바뀌면서 국가적으로 이득이 되는 산업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