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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목동 학원가.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많이 기대하고 알림까지 켜뒀는데, 유용한 팁은 1도 없고 그냥 돈 많은 부자들 예능인지 상위 1% 영재들의 ‘그사세(그들만의 세상)’를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모르겠네요. 상대적 박탈감이 들어요."

"공부도 못했고 지방에 살고 정보력도 없는 부모는 죄인이네요."다산네트웍스 주식

지난달 26일 첫 방송된 tvN 스토리 예능 프로그램 '일타맘'을 본 학부모의 후기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유수의 명문대에 보냈다는 '성공한 엄마'들이 스튜디오에 앉아 '정보력'과 '사교육 투자'를 말한다. 출연한 아이들은 공부를 즐거워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소설 대신 쌓인 숙제와 씨름하고, 학원 뺑뺑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모습10원야마토게임
이 비쳐진다. 사교육 컨설팅 전문가들과 일타맘들은 어떻게 해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잘 통제할 수 있는지, 높은 학업 성취를 이루기 위해 어느 학원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알려준다.
이 프로그램은 기획의도에서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현실을 전제로, '어디서도 듣지 못한 교육 노하우'를 알려준다고 소개한다. 교육은주가챠트
사전적 의미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인격을 기른다'는 교육의 본뜻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51개 단체는 15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사교육 참여를 유발하고 학벌주의를 확산하는 '일타맘'의 방영을엘엠에스 주식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일타맘은 오락·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교육열로 미화해 선전하는 식으로 사회의 건강한 상식을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다. 단체들은 "이 프로그램은 부모가 원하는 대입 결과를 위해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을 미화하고 학벌주의와 직업 간 차별을 조장한다"며 "학습 노동 강도를 높여 아동·청소년의 건전문투자자
강한 발달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 51개 단체는 15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사교육 참여를 유발하고 학벌주의를 확산하는 예능프로그램 일타맘의 방영 중단 조치를 요구했다. / 사걱세 제공



◆ 정보력과 돈이 만드는 '일타맘 교육'의 모습

현재 2회까지 방송된 일타맘에서는 단체들이 짚는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있다. 1화에 출연한 조언자들은 월 300만 원 이상 또는 한 학기 5000만 원 이상의 국제학교 수업료를 지출하는 학부모 등으로 구성돼있다. 방송에서는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식의 메시지가 반복된다. 단체들은 "극소수의 과잉 사교육 참여를 자녀교육의 모범사례로 미화했다"며 "가정의 경제적 수준, 부모의 교육 정도 등 환경적 요인이 교육과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식의 그릇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빽빽한 사교육 일정표, 고난이도 선행학습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일타맘들이 '공부력 올리는 잔소리' 타이밍을 전수하는 장면도 있다. 학원 개수를 줄여달라는 초등학생의 호소는 부모가 설득해 내야 할 과제로 취급된다. 그렇게 해서 엄마들이 목표로 하는 건 '명문대 진학' 또는 '의대 입학'.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를 성공으로 소개할 뿐, 다양한 진로와 교육 가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걸 보여주니 안 시키는 집 부모들도 괜히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로 너무 몰아간다', '그놈의 의대랑 학벌 가지고 와~!! 하는거 아이고 ㅋㅋㅋ', '아이가 엄마들 훈장이고 트로피인가'라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회견문에서 '일타맘'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내용도 조목조목 짚었다. 제28조(사치 조장 금지), 제21조 ③항(재력·출신 지역 등에 따른 차별 금지), 제43조 ②항(아동·청소년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28조는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21조 ③항은 '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 또는 학력·재력·출신지역·방언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하여서는 아니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서는 아니된다', 43조 ②항은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균형있는 성장을 해치는 환경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익한 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타맘을 본 학부모들 반응은 다양하다. '박탈감을 느낀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램에 나오는 영어학원이 어디냐는 문의글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일타맘 방송·제작사, 사교육 조장 사과해야"

'사교육 조장'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은 이미 과도한 수준이다. 교육부·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교육부에 편성된 예산(104조 8767억원)의 27% 가량의 액수가 사교육에 쓰이는 셈이다. 사교육 참여도는 연령대가 낮을 수록 높다.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7.7%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은 78%, 고등학생은 67.3%였다.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도 뚜렷하다.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에서는 사교육비로 월 20만 5000원을 지출했지만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에서는 월 67만 6000원을 지출해 약 3배의 차이를 보였다.
경쟁적 사교육 환경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표도 속속 드러난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월 기준 9세 이하 영유아 아동의 우울증과 불안 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청구 건수가 최근 5년 간 약 2배(2020년 1만5407건→2024년 3만2601건) 증가했다. 특별히 주목할 부분은 사교육 과열의 핵심지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청구 건수는 월등히 많고,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 의원실은 "강남 3구의 경우 2020년 1037건에서 2024년 3309건으로 3배 증가했다"며 "2024년 서울시 25개 자치구 평균 청구 건수는 291건인데 송파구 1442건, 강남구 1045건, 서초구 822건으로 평균의 2~4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방심위에 ‘일타맘’에 대한 방송심의 요청서를 제출했다. 방심위가 조속히 심의에 착수해 시정 요구와 폐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사와 제작진을 향해서는 "방송 내용의 유해성과 사회적 파장을 인정해 시청자와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채널로서 사교육 과열과 교육 불평등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공교육 강화 및 교육 다양성 확대에 기여하는 공익적 콘텐츠 제작을 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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