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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어금현새선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5-06-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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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린 날이다. 올려다본 하늘이 내내 우중충하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 “어디서 물큰 개 비린내가 온다”. 보이지 않는 것을 예감하는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더 선명한 일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랑을 감각하는 방식이 언제나 이와 같다고 여긴다.
    좋아하는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는 일념으로 “옛날엔 통제사(統制使)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를 찾았다황금성포커게임
    . 이곳은 그가 사랑한 사람이 살았다는 곳. 그리하여 북관(北關)에서 난 시인은 그이를 보기 위해 누차 이곳을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일백년 전, 그가 이 연안을 거닐며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라고 중얼댔구나. 파도처럼 번성하는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천 리가 넘는 긴 여로도 마다하지 않고.
    그 시인 따라 “옛매경 증권센터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요리조리 걸터앉아 볼 때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곧 “김 냄새 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급히 사당집으로 향해 처마 밑에 서서 비를 구경하는데, 어떤 두 사람도 서둘러 달려와 나하고 한 지붕을 공유한다. 가만가만 속삭이는 걸 보니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가. 그때 그중 한 사람이 어딘가 향하더니 잠시 후 붉은 우산을팡멀티릴게임
    쓴 채 되돌아온다. 이제 남아 있던 한 사람도 그리로 뛰어 들어가고 그렇게 다시 둘이 되어 멀어진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맞구나. 뒤집은 능소화를 이고 가는 연인을 바라보며 나도 한 우산 아래 곁을 두던 시절을 생각한다.
    그이의 집으로 이어지던 길 위에서 어떻게 하면 그를 기쁘게 할까 고심하던 무렵. 지나가다 풀벌이 보이면 거기 주저앉증권수익률
    아 네잎클로버를 하릴없이 찾은 일, 풀잎과 함께 무심스레 전할 서간의 구절을 밤새 궁리한 일, 그 편지에 이제 너 혼자 아름다워하는 것은 없다고 선언한 일, 누가 보아도 엄연한 벽 앞에 서서 기꺼이 열린 문이 되어 준 일, 따라서 함께 너머로 가자 제안한 일. 그러니까 사막이나 북극에서 혼인한 이들같이 서로밖에 모르며 열심히 살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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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 바닷가 어떤 낡은 항구”에 가닿을 동안, 나의 시인도 이러한 나날을 기대했을 것이다. 한세상 “굴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이 사모하던 이는 결국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고 대신 그의 절친한 친구를 택하고 만다. 시인의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머릿속에 윤슬처럼 거듭 반짝이는 날들이 있어, 하루는 그이의 집 주변을 무연히 서성인 모양이다. 그때 시인은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 이렇게만 썼다. “이 길이다”. 자신의 운명과 어긋난, 그 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평온하고 화목한 풍경을 눈에 담으며.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의 앞날이 이처럼 평안하고 조용하기만을 바라며.



    백석이 ‘란’이라 부르며 연모했던 통영 여인 박경련(오른쪽, 1917~?). 백석의 친구 신현중(왼쪽, 1910~1980)은 백석이 먼저 마음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937년 박경련과 혼인해 몇해 뒤 통영으로 간다.





    그로부터 약 일백년 후의 하늘이 어느덧 희붐해지자, 이제 밖으로 나서서 그가 망연히 응시했을 길 위에 선다. 이 길이다. 우리가 엇갈린 뒤 지금의 내가 있는 곳.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 본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 “허리도리가 굵어 가는 한 사람을 연연”해하는 일에 관해 생각한다. 언젠가 아주 잠깐 한길로 다시 만나 이러한 이가 그러한 것이 이 길을 지나갔다고, 이야기해 줄 때가 오겠지. 그러고는 또다시 나뉘는 앞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온 마음을 바치는 일, 그 불가사의한 꿈을 우리가 반복한다는 사실에 내내 의아해하면서.
    그렇게 하루는 뒤돌아본 길 위로 눈 하얗게 쌓인 날도 있겠다. 그리고 그런 날, 백년 전 나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인으로부터 이 노래는 태어난 것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큰따옴표 안에 담은 문장은 모두 백석의 시와 산문에서 가져왔습니다.)
    전욱진 시인



    전욱진 시인 l 201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여름의 사실’ 등이 있다.


    이제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을 들을 차례. 작가들이 숨어 애송하는 연애시의 내막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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