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케팅 작다고 안전할까…SMR, 기대와 불확실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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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에 1~1.4GW(1000~1400㎿) 출력을 내는 대형 원전과 달리, SMR은 최대 300㎿급의 소형 원자로를 필요에 따라 여러 개(모듈)를 병렬로 붙여 출력을 키울 수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이 통상 100~1000㎿의 전력을 24시간 요구하는 만큼, SMR은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전력망 노후화로 계통 접속이 지연되는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인근에 SMR을 짓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냉각 용수 확보를 위해 해안가 등에 들어서는 대형 원전과 달리, 부지 선정이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 속에 지난해 5월 초 10달러대였던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10월 중순 50달러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오클로 역시 20달러대에서 170달러로 뛰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인허가와 상용화 일정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하면서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기준 뉴스케일파워와 오클로 주가는 각각 12달러, 60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임씨는 “다행히 어깨쯤에서 팔았다”며 “탄소중립이 요구되는 시대에 여전히 SMR의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가시권으로 들어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기대감과 불확실성 사이에 놓인 SMR의 현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가장 앞서 있는 SMR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SMR 가동을 위한 접근법과 준비’ 보고서를 보면, 현재 개발 중인 70개 이상의 SMR 가운데 ‘2035년 이전 배치가 가능한 SMR’로 전망되는 모델은 손에 꼽을 정도다. 보고서는 특히 뉴스케일파워의 ‘보이저(VOYGR)’, 중국핵공업집단공사의 ‘ACP100’, 영국 롤스로이스의 ‘롤스로이스 SMR’, 아르헨티나 국가원자력위원회의 ‘카렘(CAREM)’,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스마트(SMART)’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들 상당수는 기존 대형 원전의 주류인 가압경수로(PWR) 계열이다. 우라늄-235 비율이 3~5%인 저농축 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며, 물을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한다. 기존 대형 원전에서 축적된 기술과 운전 경험, 과거 사고를 통해 얻은 안전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 있는 SMR 후보군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대형 원전 구조(그림 참조)를 알면 SMR도 쉽게 이해된다. 가압경수로(PWR)는 핵분열로 열을 만드는 ‘1차 계통’과 그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2차 계통’이 분리된 구조다. 이때 1차 계통 내부의 물은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재이자 열을 밖으로 빼내는 냉각수 역할을 한다.
핵연료 중심부 온도는 1000~1200℃에 이르고, 이를 식히는 냉각수는 320℃ 안팎의 고온을 유지한다. 냉각수는 증기발생기를 거치며 터빈을 돌릴 ‘2차 계통수’에 열을 전달한다. 열을 받은 물은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린 뒤, 바닷물 등 외부 냉각원에 의해 다시 물로 식혀져 재사용된다. 핵연료에 닿는 냉각수, 터빈을 돌리는 증기용 물, 이를 식히는 바닷물 등은 열만 교환할 뿐 섞이지 않는다.
뉴스케일파워의 보이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스마트 등 가압경수로형 SMR은 바로 이 대형 원전 1차 계통의 주요 설비를 거대한 압력용기에 집어넣어 일체형 모듈로 만든 것이다. 모듈 1기의 크기가 대형 원전의 100분의 1 수준이라, 공장에서 모듈째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설치할 수 있다.
모듈 1기당 출력은 보이저가 77㎿, 스마트가 107㎿ 규모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은 출력을 1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형 원전에 비하면 여전히 출력이 작기 때문에 최종 열 방출 단계에서 바닷물에 의존하지 않고 공기로 열을 식힐 수도 있다.
설계상의 안전, 믿을 만한가?
이들 경수로형 SMR은 과연 안전할까. 중대 원전 사고는 대체로 ‘냉각 기능 상실’에서 비롯된다. 배관이나 용접부 결함으로 냉각수가 새거나, 전원 상실로 펌프가 멈추는 식이다. 가압경수로형 SMR 개발사들은 이 점에서 기존 대형 원전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수많은 배관을 연결하고 용접해야 하는 대형 원전과 달리, SMR은 공장에서 일체형으로 제작돼 배관 누설이나 용접부 누출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특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외부전원이나 펌프에 의존하지 않고도 열을 제거하는 ‘피동형 안전계통’이 SMR 설계의 핵심 요소가 됐다. 예컨대 뉴스케일파워의 보이저에는 냉각재 펌프가 없다. 대신 뜨거운 물은 위로, 차가운 물은 아래로 향하는 대류 현상을 이용한다. 한국의 스마트, i-SMR 등은 평상시에는 펌프를 이용해 냉각재를 순환시키다가, 전원이 끊기는 비상상황에서는 피동형 안전계통이 작동해 자연순환으로 열을 식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설계상의 안전이 실제 운영 단계에서의 안전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소형모듈화, 피동형 안전계통 등은 이론적으로는 이점이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신뢰성 있게 작동할지는 실증로(실제 규모로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원자로)를 운영하면서 검사·정비 체계까지 살펴봐야 한다. 이에 한국 역시 2035년까지 SMR 실증로(4개 모듈·총 680㎿)를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3월 말까지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를 대상으로 유치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사막 등 인적 드문 곳에 실증로를 짓는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한 한국은 실증을 위한 안전거리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며 “사고라도 나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원전이 작아지면서 이들 부품과 설비에 대한 검사와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김나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작게 압축된 부품, 설비 등에 대한 검사와 관리 비용은 그 세밀성으로 인해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SMR이 추구하는 경제성 하에서 자칫 한정된 예산으로 운용되는 안전관리 부분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SMR의 이론적 안전성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M.V. 라마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2021년 발표한 논문 ‘소형모듈 및 차세대 원자로: 현실성 점검’에서 “한 부지에 원자로(모듈)가 여러개 있으면, 한 원자로에서의 사고가 다른 원자로의 사고를 유발하거나 다른 원자로의 예방 조치를 어렵게 만들 위험이 커진다”며 “지진 등 공통 요인에 의한 다수 모듈의 동시 사고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전체 방사성 물질량은 대형 원전 하나와 맞먹게 된다”고 했다.
퍼스트 무버냐? 패스트 팔로어냐?
가압경수로형 SMR의 또 다른 문제는 경제성이다. 가장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뉴스케일파워조차 충분한 구매 수요를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유타주 공공전력시스템(UAMPS)과 함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보이저 모듈 6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2023년 최종 취소됐다. 공식적으로는 전력 구매 참여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지만, 그 이면에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공급망 비용 증가로 인한 목표 전력 단가 급등이 있었다. 뉴스케일파워가 한때 제시했던 목표 전기 요금은 1㎿h당 58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89달러까지 뛰었다. 그 사이 미국의 대규모 태양광과 육상 풍력발전 단가는 일부 유리한 입지에서 1㎿h당 40달러 미만 구간까지 내려와 있었다.
비경수로 계열의 불확실성은 한층 더 크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 임씨가 투자한 오클로 등이 개발 중인 SMR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경수로와 달리 농축도를 5~20% 수준으로 높인 ‘저농축 고농도 우라늄(HALEU)’을 연료로, 물 대신 액체 나트륨(소듐) 등을 냉각재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듐은 공기나 물과 만나면 격렬히 반응해 기술적 난도가 높고, 설계에 따라 대형 원전보다 핵폐기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3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은 테라파워의 SMR ‘나트륨(Natrium)’은 345㎿급 소듐냉각원자로에 열저장 시스템을 결합한 특이한 구조다. 평소 남는 열을 용융염(녹인 소금)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몰릴 때 이를 방출해 출력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테라파워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황무지에 첫 실증 단지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이번 NRC 승인은 특정 부지에 대한 건설 허가일 뿐, SMR 설계 자체를 공인하는 설계 인증은 아니다. 실제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별도의 운영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배터리(ESS)나 양수 발전 등 에너지 저장 시장의 경쟁 기술들이 이미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국가 경쟁력과 미래를 위해 한국이 SMR을 빨리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말했다. “다들 ‘퍼스트 무버(개척자)’만 강조하는데, SMR 같은 새로운 원전 기술은 우리에게 너무 리스크가 크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검증되고 확보된 뒤에, 그때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로 진입해도 늦지 않다.”
“가시권에 들어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투자자 임씨의 말은 아직 도면 위에 머문 SMR의 현실을 꿰뚫는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치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주도권을 포기하고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인하며 뒤따라갈 것인가. 한국사회는 아직 이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주력 전차를 동원한 보병·기갑부대 공격훈련을 지도하고 전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쟁 준비 태세의 완성도 언급했다. 한·미의 연합연습에 대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전차에 오른 모습도 보도했다.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 위원장이 인민군 수도방어군단 직속 평양 제60훈련기지를 전날 방문해 보병 및 탱크병 구분대(대대급 이하 부대)들의 협동공격 전술연습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이 훈련은 적의 대장갑 방어 저지선을 타격·습격·점령하고, 전차와 보병이 돌격함으로써 부대의 협동성과 전투법을 숙련하는 데 목적이라는 취지로 노동신문은 밝혔다.
훈련에서는 “신형 주력 탱크(전차)의 능동방호체계”를 검증하기 위한 시험이 진행됐다. 북한이 언급한 신형 전차는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명칭을 공개한 ‘천마-20’으로 한국군 당국은 추정한다. 능동방어체계는 전차를 공격하려는 적의 무인기 등에 자동으로 반응해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을 일컫는다. 전차들은 무인기와 대전차 미사일을 100% 명중률로 요격했다고 노동신문은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차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기술들이 개발·도입됐다며 “전투적 성능은 비할 바 없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야간전에 미약했던 장갑무력의 전투적 제한성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된 건 커다란 변혁”이라고 말했다. 무인공격기는 훈련이 시작되자 실시간 정찰 정보를 바탕으로 적 지휘 거점과 대장갑 화력진지를 정밀 타격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전의 추이에 맞게 전차가 전장에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성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을 밝히며 “우리 군대의 각급은 격양된 기세를 조금도 늦춤 없이 계속 비상히 고조시켜 전쟁 준비 완성의 비약적인 성과에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024년 10월 병력을 러시아에 파견한 이후 군의 현대화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 전쟁 경험을 군에 반영하라는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의 전술연습이 진행된 전날은 한·미가 상반기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 실드)를 마무리한 시점이다. 장윤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기적으로는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었던 점을 고려한 대응적 성격이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북한 매체가 공개한 훈련 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함께 전차에 탑승한 모습이 포착됐다. 주애는 최근 김 위원장의 군 관련 공개 일정에 연이어 동행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차기 지도자(주애)가 ‘현대전에도 능통한 군사 천재’임을 조작해가는 정교한 우상화 작업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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