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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먹는 문제 갖고 애달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이 요즘 너무 먹고살기 어렵다. 몇십만원 때문에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먹고 싶은 과일을 못 사 먹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소비쿠폰이 극심한 경제위기 속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생활이 나아지는 효과를 낼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렇게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은 지난 8월 5일 기준 국민의 93.6%(4736만명)가 받았다. 정기예금최고금리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배제된 이들이 있다. 바로 ‘이주민’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먹고, 살고, 소비하고, 세금을 내고, 경제위기를 함께 겪지만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주민에겐 소비쿠폰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주민에게만 민생 회복의 기회, 재난 극복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 이것은 불합리한 차별 저축은행후순위대출 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주민도 지역경제 주체인데
30대 이주노동자 A씨는 2017년 고용허가제로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왔다. 비전문취업(E-9) 비자로 들어왔지만, 장기간 열심히 일했고 한국어도 수준급이라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를 받았다. 정부는 숙련된 능력을 가진 신용보증기금 사업자대출 외국인 인력이 국익에 기여한다며 장기체류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운영한다. A씨도 능력과 기여도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요즘 생활이 빡빡하다고 했다. 금속제조 공장의 한 달 초과근무는 60시간에 달한다. A씨는 “오전 8시에서 저녁 8시까지 매일 일한다”며 “퇴근한 뒤 집에 와서 조금 먹고 쉬면 다음 날 또 출근해야 하니까 잔다. 다른 무언가를 천안 새마을금고 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주노동자의 일자리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저임금, 장시간, 위험 노동인 경우가 많다.
내수 경기 침체는 내국인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생활에도 직격탄이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주노동자의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 먹고, 입고, 사는 데 쓰는 비용은 다 A씨 월급에서 나간다. A씨는 “최저임금을 받는데 월세, 생활비, 사금융권대출 보험료, 기름값을 내면 남는 게 없다”며 “과일이 너무 비싸고 채소도 비싸다”고 했다. 4대 보험에 가입해 매달 급여에서 보험료와 세금이 나간다. 외국 출신일 뿐 그도 한국의 노동자지만 소비쿠폰은 받지 못했다. A씨는 오랜 시간 한국에 살면서도 이럴 때 한국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무리 한국에서 일을 하고 한국 사람들과 좋은 사이를 만들어도 그냥 쓰다가 버리는 기계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치거나 일을 못 하면 바로 처리하고 다른 사람 구할 것 같아요. 우리도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2023년 3월 19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가 열린 서울역광장에서 외국인 집회 참가자들이 이주민의 평등과 자유, 안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고려인 동포인 B씨는 2019년 한국에 왔다. 고려인은 19세기 후반부터 농업이민이나 항일독립운동 등을 이유로 극동 시베리아 지역으로 이주한 한민족과 그 후손을 말한다. B씨는 재외동포(F-4) 비자로 6년째 한국에 살고 있지만 소비쿠폰을 받지 못했다. B씨는 “동포들이 한국에서 일하며 세금을 내고 정부 보험에도 가입한다”며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살고 여러 활동에도 참여하는데 소비쿠폰을 받지 못한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4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민은 소비쿠폰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노동법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한국의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노동자이자 소비자다.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민으로 16년째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50대 C씨는 봉제공장에서 옷을 만든다. 월급 200만원 중 절반은 본국으로 보내거나 저축을 하고, 절반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쓴다.
C씨도 “모든 물건의 가격이 올랐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싼것을 사기 위해 아시안 마켓, 도매시장을 찾아다닌다”며 “화장품도 친구들에게 얻어 쓰거나 비싼 올리브영이 아닌 다이소에서 산다”고 했다.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자 C씨는 “식당에 가서 좋은 음식을 사 먹고 싶다”며 “감자탕을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이 미등록 이주민을 어떻게 대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엔 금세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평등하게 대하면 좋겠어요. 필리핀은 낮고 한국은 위에 있는 것처럼 대하는데 우리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모두의 위기, 한국인만 극복?
정부는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이 없는 사람(외국인)을 제외했다. 다만 ‘내국인과 연관성이 큰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지급한다. 한국인 1인 이상 포함된 주민등록표에 등재돼 있거나,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 난민인정자(F-2-4)인 경우다. 이때도 건강보험 가입자이거나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임이 증명돼야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다. 지급 범위는 좁고 절차는 까다로워 대다수의 이주민이 배제된다.
이를 비판하는 쪽에선 지역경제 주체인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소비 활성화를 통한 민생회복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고, 오로지 국적과 체류자격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역사회에서 누가 소비자로 살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이주노동자가 상권의 20~40%를 차지하는 곳이 많다”며 “재래시장, 전통시장의 주소비층이 이주노동자”라고 했다. 고 위원장은 “소비쿠폰에서 이주노동자를 배제하는 건 이들을 노동자, 생산자로만 보고 소비자로 살고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라며 “소비쿠폰의 취지에 맞지도 않고, 국적에 따른 차별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기준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73만명. 지난해 한국 전체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은 5.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주민이 전체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국가로 정의한다. 이주민 유입 속도도 빠르고 장기체류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농촌 지역은 외국인 주민 비율이 10%가 넘는 곳도 많다. 동시에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은 내국인보다 더 취약한 지위에 놓이고 차별에 따른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연구자료가 있다. 더 이상 이주민을 국가의 사회·경제 정책에서 배제하고 방치해선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21대 대선에서 이주민 정책은 완전히 실종됐다. 이번 소비쿠폰 지급 과정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주민이 소비쿠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국내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현금화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내국인과 똑같이 국내에서 소비하게 된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소비쿠폰은 현금성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주민이 소비쿠폰을 사용하면) 결국엔 지역에 있는 내국인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며 “(소비쿠폰 지급대상을) 지역주민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주민도 당연히 포함돼야 하지만, 아직도 ‘국적’ 중심으로 구분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은 “경기불황이 이주민이라고 비껴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주민도 회복의 대상이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다시 기운이 돌게끔 하는 회복의 주체”라고 했다.
앞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이주민 차별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5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외국인 주민이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정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서울시와 경기도는 한정된 재원 때문에 부득이 외국인을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재난의 위험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해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인권위는 “외국인 주민도 대한민국 영토에 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민형사상 책임과 대응조치를 준수하는데 지원대책에서 다르게 대우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하는 외국인 주민을 기본적인 생활을 보호하는 대책에서 배제하기보다 사회적 연대 의식을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을 향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2차 재난지원금을 모든 도내 등록 외국인에게 지급했다.
소비쿠폰은 어떻게 될까. 이주민 41명은 지난 7월 23일 국적과 체류자격에 따라 소비쿠폰 지급을 배제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과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진정인들은 “이번 정책은 사회적 소수자에 해당하는 이주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타자임을 끊임없이 주지시킨다”며 “국내에서 납세의무를 지닌 이주민 대다수를 배제한 것은 더더욱 타당성이 없다”고 했다.
우삼열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은 “사회적 재난을 모두가 함께 겪는데도 지원 대상에서 이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대단히 배타적인 정책”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로 취급하는 것이고, 정부가 외국인 혐오와 차별을 동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 “이주민도 함께 사는 존재니까”···소비쿠폰 나누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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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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