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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이 대통령 만나는 홍준표 “난 무당적자, 안 갈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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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행복이13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4-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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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사진)과 비공개 오찬을 한다. 홍 전 시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 지지 의사를 밝힌 직후 청와대가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의 오찬 사실을 알리며 “보름 전 홍 수석(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연락이 왔길래 ‘비공개 오찬이라면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먼저 자신에게 이 대통령과의 오찬을 제안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홍 전 시장은 “나는 무당적자이고 백수”라며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들도 가는데 내가 안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을 한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두고 보수 진영에서 나올 수 있는 ‘배신자 프레임’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로 참여했지만 탈락한 뒤 탈당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5월12일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란 제목의 글을 올려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라며 “미국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번 오찬 회동이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외연 확대를 시도해왔다. 홍 전 시장 역시 이 대통령 취임 후 한때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이 홍 전 시장의 김 전 총리 지지 선언 이후 추진됐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홍 전 시장은 이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부겸 전 총리와는 당적을 떠나 30년 우정”이라며 “대구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사람도 김부겸밖에 없다. 내가 못다 한 대구 미래 100년을 김부겸이 완성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시대에 응답하며 덧쓰여 온 경전종교가 폭력·배제 정당화하는 데증거 텍스트로 쓰는 도구이기도
    본질 잃고 축자적 해석 집착 세태“체제 뒷받침 아닌 책임 물어야복음은 본질적으로 전복적인 것”
    “전투적 무신론자는 창조 신화가 최근의 과학적 발견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서를 거짓말투성이라고 비난해 왔으며, 반대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는 <창세기>가 모든 세부에서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창조 과학’을 발전시켜 왔다. 지하드 전사들은 쿠란에서 범죄적 테러 행위를 뒷받침하는 구절을 인용한다.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성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적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증거 텍스트’를 인용한다.”
    오늘날 경전은 배제와 폭력을 부추기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모든 일은 경전에 오명을 남겼다. 종교와 문명의 역사를 탐구해온 저명한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문제는 경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문자 그대로, 자기 입장에 유리한 증거로만 끌어다 쓰는 협소한 읽기 방식에 있다고 지적한다. 미토스(신화)를 버리고 오직 로고스(이성)만을 동력으로 삼은 근대인의 정신이 경전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축자적 해석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경전의 탄생>은 종교적·철학적 사유가 ‘경전’이라는 형식 속에서 어떻게 빚어지고 변화했는지 추적하는 역사서다. 아담과 하와 이야기에 영향을 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지혜’ 전승부터 기독교 성경, 이슬람의 쿠란, 중국의 유교 경전, 인도의 베다 전통, 유대 랍비들의 탈무드, 여기에 불교의 경전까지 주요 종교 전통의 위대한 경전들을 시공간을 종횡하며 펼쳐낸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경전이 처음부터 완결된 채 주어진 고정불변의 교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유대교 경전은 나라의 멸망 같은 큰 사건들을 겪으며 편집된 텍스트였다. 북부 이스라엘과 남부 유다에서 따로 전해지던 이야기와 율법, 예언의 전통은 아시리아와 바빌론의 침략, 예루살렘 성전 파괴와 바빌론 유수, 페르시아 시대의 귀환과 재건을 거치며 차츰 한데 엮였다. 공동체는 이런 파국을 겪으며 자신들의 기원과 고난의 의미를 끊임없이 다시 썼고, 그 축적이 곧 경전이 됐다. 기독교 성서 역시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에 대한 기억이 여러 복음서와 서신, 초기 공동체의 해석과 논쟁을 거치며 정전의 형태를 갖춘 결과물이었다. 쿠란 또한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내려진 계시가 공동체 안에서 살아 있는 언어로 구전되었고, 이후 정리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서 경전은 공통적으로 사회 정의와 공평, 공동체의 윤리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물었다. 경전은 시대의 재난에 응답하며 공동체가 끊임없이 덧쓰고 해석해온 ‘현재진행형’의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경전은 눈으로 읽고 공부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득하는 것이었다. 히브리 성서는 공동체의 낭송과 의례 속에서 살아났고, 쿠란은 이름 자체가 암송을 뜻할 만큼 목소리와 청취의 텍스트였다. 인도의 베다는 운율과 음가를 지닌 성가로 전승됐으며, 불교 경전 역시 독송과 명상, 의례의 반복 속에서 몸에 새겨졌다. 경전은 눈으로 훑는 문장이 아니라 소리이자 노래였고, 침묵이자 의례였으며, 인간을 문자 너머의 깨달음으로 이끄는 ‘경전 예술’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전의 형식이 근대에 이르러 크게 바뀌었다는 데 있다. 종교개혁의 ‘솔라 스크립투라’(오직 성서)는 타락한 교회에 맞서 성서를 신앙의 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였지만, 그 과정에서 경전은 따지고 판정해야 할 텍스트로 바뀌기 시작했다. 떡과 포도주의 성찬을 두고 “이는 내 몸이다”라는 말을 은유와 암시로 볼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지 논쟁이 벌어진 것은 그 변화를 보여준다.
    계몽주의의 ‘솔라 라티오’(오직 이성)는 이 경향을 더욱 밀어붙였다. 한국 보수 기독교와도 밀접한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는 이 흐름을 극단으로 밀고 나간 결과였다. 진화론과 신학적 현대주의에 맞서 성서의 무오성과 축자적 권위를 내세운 이들은, 그리스도의 재림 뒤 천년왕국이 열린다고 보는 ‘전천년주의’와 결합하며 근대의 혼란 속에 놓인 신자들에게 강한 확신과 위안을 제공했다. 1925년 미국에서 진화론 교육을 둘러싼 ‘스코프스 재판’은 근본주의 진영을 문화적으로 수세에 몰아넣은 상징적 사건이었다. 공적 공간에서 물러난 근본주의는 자신들의 교회를 중심으로 재편됐고, 성서 축자주의는 더 강한 정체성의 언어가 됐다. 그 반동 속에서 <창세기>를 6000년 전의 실제 역사로 읽는 창조론적 독법이 근본주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슬람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사우디 왕가와도 관계가 깊은 18세기 아라비아의 와하비즘은 초기 이슬람의 순수성으로 돌아가자는 개혁 운동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근대의 충격과 식민지 경험을 거치며, 경전을 경직되게 읽는 반동적 흐름이 힘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쿠란의 일부 구절은 역사적 맥락을 잃은 채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소환됐고, 지하드 역시 자기 수양과 윤리적 분투를 포함하던 더 넓은 뜻에서 무장 투쟁의 의미로 축소됐다.
    암스트롱이 끝내 복원하려는 것은 경전의 권위보다 그 권위가 지향해야 할 ‘케노시스’(자기 비움)의 윤리, 곧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연민과 실천이다. 이스라엘 예언자들이 일관되게 겨눈 것은 약자를 외면한 부와 권력이었고, 예수 또한 가장 작은 자에게 한 일이 곧 자신에게 한 일이라고 가르쳤다. 일신교에 뿌리를 둔 종교와 국가들의 폭력이 전 세계를 적대의 소용돌이에 밀어넣는 오늘날,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치와 성서는 공생적 관계 속에서 공존해야 한다. 그래야 경전이 종교나 정치 기성 체제의 편리한 도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경전은 기성 체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복음은 본질적으로 전복적이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문자 속에 갇혀버린 경전을 다시 사랑과 실천의 언어로 되돌려놓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성스러움’의 감각을 일깨우는 보기 드문 종교사 책이다.
    봄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 노란 유채꽃이 물결치는 제주에도 화사한 기운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제주의 봄이 늘 아름답기만 했던 건 아니다. 1948년 4월이 그러했다. 그해 봄에도 꽃은 피어났다. 그러나 서슬 퍼런 이념의 광풍에 휩쓸려 금세 시들어버렸고, 꽃잎이 진 자리엔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수년간 ‘토벌’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사람이 스러져갔지만 그 누구도 억울한 심정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엄혹한 시절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제주4·3 이야기다.
    한날한시 제삿날이 같은 마을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20㎞ 남짓 달리면 아담한 포구를 품은 북촌리에 닿는다. 서우봉을 사이에 두고 함덕과 이웃한 작은 어촌 마을이다. 북적북적한 옆 마을에 비해 북촌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이다. 구불거리는 골목길 끝에서 작은 어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포구와 마주쳤다. 쪽빛 바다와 이어진 북촌포구는 마을 사람들의 삶터이자 제주 올레길(19코스)이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포구 안쪽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때때로 바람이 슬쩍 잔물결을 일으키며 단조로운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선창에 걸쳐진 구름다리에 오르자 소박하고 평온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그러나 이곳에도 4·3이 남긴 상처는 깊다. 제주4·3사건 진상 보고서에 따르면 4·3 기간(1947~1954년) 섬 전역에 걸쳐 약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북촌은 당시 벌어진 단일 사건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마을이다. 북촌포구에서 안길을 따라 북촌초등학교(당시엔 북촌국민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1949년 1월17일, 참혹했던 과거로 돌아간다.
    그날 토벌대는 너븐숭이 고갯길에서 군인 2명이 무장대의 기습으로 숨지자 보복 심리에 마을 주민들을 학교 운동장에 모이게 한 후 주변 들과 밭으로 끌고 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노인과 여성, 아이들 할 것 없이 하루 만에 300여명이 집단 학살당했다. 북촌에 제삿날이 같은 집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북촌리 학살 사건은 무장대와 토벌대 간 무력 충돌을 넘어 무고한 사람들까지 희생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학교 안쪽에 당시 참상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비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살은 학교 밖 당팟에서도 이뤄졌다. 당팟은 마을제를 지내는 당 옆에 있는 밭을 뜻한다. 어린아이를 둘러업은 아낙네와 자신의 치마폭에 숨겨둔 아이들까지, 푸릇푸릇 생명력 넘치던 장소가 순식간에 주검들로 뒤덮인 시신밭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밭 주인은 당팟에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당시 여기서 희생된 가족이 있거든요. 후에 밭에 흩어져 있던 총알 탄피들을 모아 제주4·3평화기념관에 기증하셨어요.” 이상언 해설사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당팟을 둘러싼 검붉은 돌담 아래 아직 못다 한 사연들이 켜켜이 쌓여 있을 터이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유채꽃이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마치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진혼무처럼 보였다.
    불타는 마을, 하늘을 나는 까마귀…예술로 만나는 4·3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너븐숭이 4·3 유적지가 있다. 이 일대는 북촌 주민들이 아이들과 무연고자를 묻던 자리였는데 소공원 정비 작업 중에 이른바 ‘애기무덤’이 발견되면서 제주4·3을 알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소로 만들어졌다. 유적지 안에 너븐숭이 4·3기념관과 위령탑, 각명비, 순이삼촌비 등이 들어서 있다.
    너븐숭이 4·3기념관 내 전시 공간은 지난해 말 새 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영상과 예술 작품들이 어우러지며 한결 입체적인 전시로 되살아났다. 오랫동안 4·3을 담아온 강요배 화백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불타는 마을을 뒤로하고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총에 맞아 죽은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아기를 그린 ‘젖먹이’ 앞에선 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북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이 밖에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 초판본과 판화, 도자기 등 4·3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이 아픈 역사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한다. 전시관 한쪽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촛불 주위로 희생자 이름과 나이가 적힌 검은 휘장이 걸려 있다. 이름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자꾸만 멈칫하게 된다. 7세, 8세, 3세… 더는 읽어 내려갈 자신이 없어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긴 세월에도 아픔은 사라지지 않고
    위령탑 앞에서 잠시 묵념을 올린 후 주변을 둘러봤다. 탑 상층부에 새겨진 무궁화와 태극기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4·3 희생자들은 죽어서도 좌익이나 빨갱이라는 억울한 오명이 씌워져 있었거든요. 유가족들에게도 크나큰 상처죠.” 그 자신도 유가족인 이상언 해설사는 오랫동안 숨죽여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이 때문에 위령탑을 세울 때 망자들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대한민국 국화와 국기를 큼지막하게 새겨 넣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듣고 나니 제단에 놓인 새하얀 국화꽃이 더욱 애달프게 보인다.
    언덕을 이룬 너븐숭이에는 애기무덤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어른들 시신을 옮긴 후에도 아이들은 이곳에 그대로 묻어놓았다. 사실 너무 작아서 무덤인 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돌로 울타리를 쳐놓지 않았다면 수십년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이들이지 않을까. 비슷한 또래의 조카아이가 떠올라 마음이 더욱 시렸다. 누군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애기무덤 시비 앞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가져다놓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 봉분에 연둣빛 봄풀이 돋아나 있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진 생명들 곁에,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랫동안 ‘4·3’이란 단어는 누구든 쉬쉬하며 묻어두어야 했던 금기어였다. 하지만 암흑 같은 시기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1978년에는 제주 출신인 현기영 작가가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했다. 북촌리 학살 사건을 다룬 작품이었다. 작가는 출판 직후 보안사에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소설 또한 금서가 되었지만 암암리에 4·3을 접한 이들은 모두가 푸들푸들 떨었다. 너븐숭이 아래 세워진 순이삼촌 문학비 아랫단에는 고무신 두 켤레가 다소곳하게 놓여 있다. 책을 읽은 이라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인 ‘순이삼촌’은 학살에서 살아남았지만 결국 그 기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형벌이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옴팡밭에 널브러져 있는 길고 네모진 돌들은 ‘관’을 상징한다. 살아도 죽은 사람이었던 순이삼촌에게 그날의 기억은 결코 떨쳐낼 수 없었던 거대한 트라우마였다. 돌에 적힌 한 문구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중략)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30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30년의 우여곡절을 거쳐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었다.”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잊지 않는 수밖에 없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볕이 그날의 기억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 4·3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
    4·3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제주4·3평화공원을 들러봐야 한다. 매년 4월3일 제주4·3 추념식이 거행되는 장소다. 너른 부지에 제주4·3평화기념관(사진), 위패봉안관, 각명비, 행방불명인 표석, 봉안관이 들어서 있다. 기념관에는 4·3이 일어나게 된 시대상과 민간 학살로 이어진 초토화 작전, 침묵의 세월, 진상규명에 이르기까지 7년간의 비극적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1947년 3월1일 관덕정 발포 사건에서 시작해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될 때까지 제주도민 3만여명이 희생되었다. 위패봉안관에는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이름들을 천천히 읽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4·3의 아픔이 절절하게 전해온다.
    섯알오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직후 예비검속된 민간인들이 집단 희생된 장소다. 오름 아래에는 당시 참상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이 남아 있다. 인근에 자리한 백조일손 역사관을 함께 둘러봐야 한다. 연안여객터미널 맞은편에는 주정공장수용소4·3역사관이 있다. 4·3 당시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수용한 임시 감옥이었다. 열악한 환경에 많은 이가 목숨을 잃거나 육지 형무소로 보내졌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인선의 외삼촌이 끌려갔던 곳이기도 하다. 진아영 할머니 집터는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슬픔이 밴 장소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 겨우 살아남았지만 턱이 부서져버린 할머니는 한평생 무명천으로 가리고 다녀야 했다. 말을 하기도,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웠던 신체적 고통과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가야 했던 긴 세월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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