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사례 명분 없는 반대, 허술한 빌드업…39년만의 개헌, 이렇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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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재적 295명 기준으로는 197표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이 가능하다.
10표 이상의 이탈표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김용태·조경태 의원 2명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명 투표인데 당론을 거슬러 반대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통과 가능성은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쉽지 않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라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 설득과 개별 의원 접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 기류 변화도 변수로 거론된다. 의장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지선을 앞두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참패를 피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할 수 있고, 내란 세력과의 절연·차별화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시적인 변화는 없지만, 변화 요구가 구체화할 경우 태도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헌안은 ‘단계적 개헌’에 방점을 찍었다. 권력 구조 개편 등 이견이 큰 쟁점은 제외하고,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에 한정했다. 지난 3월 9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순차적 개헌, 우선 개정사항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국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합의도가 높은 우선 개정사항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 등 역사적 사건 반영’, ‘계엄 규정 개정’, ‘지역 불균형 해소·균형발전 국가 책임’, ‘기본권 신설·정비’, ‘기후위기 대응’이 제시됐다.
이중 합의도가 높은 세 가지가 이번 개헌안에 반영됐다. 첫째, 헌법 전문에 4·19 혁명과 함께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이념을 계승하도록 했다. 둘째,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즉시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48시간 내 미표결 또는 부결 시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셋째,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을 국가 의무로 명시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반쪽 합의에 멈춘 개헌
국민의힘의 반대 논리는 내용이 아닌 의도에 집중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통한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7일 청와대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논의하기 전 중임·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에는 대통령 임기에 대한 내용이 없다. 또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개헌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을 전제로 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헌 조항 중 비상계엄의 국회 승인 강화 조항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앞장서야 할 의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개헌 참여 여부가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의지와 직결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용태 의원은 “개헌안의 핵심 취지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구차한 이유로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107명 의원의 ‘절윤 결의문’을 무효화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하상응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계엄 요건 강화는 오히려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시도 실패가 향후 계엄 선포의 ‘학습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행 헌법 요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계엄이 우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교체 이후에는 야당이 더 강한 통제 장치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국회 승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등 보다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요구해야 하는데 전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설득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개헌에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국민투표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개헌 범위도 선언적인 일부 조항에 그치고 있다. 헌법을 고친다면 권력구조 개편과 더불어 현실에 맞지 않는 오래된 조항들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민주당의 개헌 빌드업(추진 과정)이 진짜 하려고 해서 한 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번 개헌 추진 과정이 실질적인 통과 의지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에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는 “물론 개헌을 하면 좋겠지만 여야 합의도 없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개헌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개헌처럼 큰 사안일수록 야당은 동의해주지 않으려 한다. 집권 세력의 성과가 되기 때문”이라며 “우원식 의장이 개헌을 추진해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민주당이 여기에 동의한 것도 사실 최근의 일이다. 개헌안 발의 이후에도 개헌에 대해 말하는 여당 목소리가 거의 없지 않나. 충분한 공론화를 하려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가결되든 안 되든 양당에 돌아오는 정치적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키운다. 윤 실장은 “부결된다고 양당에 돌아갈 타격은 없고, 그냥 또 개헌이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아쉽지만, 이것이라도”
시민사회는 이번 개헌안에 대해 ‘아쉽지만 지지’라는 입장이다.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은 현재 개헌안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단계적 개헌의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오랫동안 헌법 전면 개정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동안 개헌을 요구했지만, 추진이 되지 않았던 역사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단계적 개헌의 첫걸음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2단계, 3단계로 이어져 기본권 조항 등 그동안 요구돼온 개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채완 민변 변호사도 이번 개헌이 전면 개헌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그는 “이번 개헌은 끝이 아니라 전면 개헌을 염두에 둔 단계적 개헌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개헌이 국민투표에 올라갔을 때 시민들의 관심과 공론 효과가 있고, 앞으로 고쳐야 할 여러 헌법 조항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핵심 항목들이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변호사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헌법발안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이라며 “시민 참여가 결여된 지점에 유감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개헌넷은 기본권 조항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이 처장은 “성평등, 안전권, 평화권, 돌봄권 등 기본권 조항이 빠진 것은 아쉽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입법청원을 통해 돌봄도 헌법적 기본권으로 수용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지역균형발전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서휘원 경실련 팀장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게 전문에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언적 내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에 헌법적 권한을 줘야 한다. 지금 헌법 조항상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 개정이 허용되다 보니, 장관이 규칙 하나 만들면 지방정부의 조례 개정권이 침해되는 구조”라며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헌법에 넣어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권한이 가게끔 해야 하는데, 그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지방선거만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균형발전 조항을 굳이 넣어 놓은 건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본다. 실질적으로 지방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들,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것들은 빠져 있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측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이렇게 원포인트로 부분 개헌을 하고 나면 오히려 다음 개헌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시민사회가 결합하고 추진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개헌안을 보면서 많이 힘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반쪽짜리라도 하자’는 쪽으로 시민사회의 의견이 기우는 것은 이번마저 불발될 경우의 후폭풍을 의식해서다. 서 변호사는 “본회의에서 아예 투표가 성립이 안 된다면 개헌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점화되지 않는 개헌 여론
국회사무처가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8.3%가 개헌에 찬성했다. 그러나 실제 여론의 관심과 동력은 찬성률만큼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개헌 문제 자체에 대한 포지션을 보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지만, 지금 국정 현안과 비교했을 때 의제 현저성(의제가 현저하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정도)은 굉장히 낮다”라며 “표면적인 포지션에서는 지지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추진 동력을 보면 상당히 낮다. 지금 여러 국정과제, 저출산·복지·안보 등과 비교해 놓으면 개헌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다”라고 말했다.
여론의 동력이 약한 만큼 개헌을 실현하려면 정치권 스스로의 의지가 더욱 결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개헌은 정치적 국면 전환의 도구로 소비되기 일쑤였다. 국회 관계자는 “개헌이 이슈로 불거질 때마다 모든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하지만, 그건 개헌을 하기 싫은 사람들이 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역대 대통령이 개헌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레임덕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슈를 바꾸려는 것이라는 식으로 폄하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사회계약인 만큼 국민이 충분히 알고 논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현실은 한쪽이 밀어붙이면 다른 쪽이 방어하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테이블이 깔리고 병뚜껑이 튀는 파열음 위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겹이 쌓인다. 생활 동선이던 시장 골목이 하나의 거대한 맛집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봄 햇살이 따뜻해지면서 젊은 세대가 모여드는 곳, 전통시장 내 펼쳐진 ‘야장(야외에서 테이블을 놓고 먹는 음식점)’ 풍경이다.
레트로와 힙의 공존, 신흥시장
해방촌 언덕 위 신흥시장은 원래 ‘핫플’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었다. 전쟁 직후 삶의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생활형 시장으로, 이후 봉제공장이 들어서며 지역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대형마트와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시장은 점차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졌다.
전환점은 도시재생이었다. 서울시가 해방촌 일대를 재생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물리적 정비가 이뤄졌고, 동시에 외부의 젊은 창업자들이 유입됐다. 이들은 공간을 완전히 새로 짓기보다 기존 흔적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낡은 간판과 기울어진 골목, 오래된 구조 위에 카페와 바, 식당, 작은 상점들을 덧입혔다. 이로 인해 신흥시장은 전형적인 상업 공간과 다른 결을 갖게 됐다.
공간 구조도 독특하다. 시장 전체는 ‘ㄷ’자 형태로 이어진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바퀴를 돌게 되는 구조다. 경사진 지형이 만들어내는 시선 역시 이곳의 핵심이다. 한 지점에 앉아 있어도 아래쪽 가게의 불빛과 위쪽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온다.
해 질 무렵이 되면 분위기는 더 또렷해진다. 노란 조명이 켜지고, 테라스와 계단, 난간 위에 와인잔과 맥주잔이 올라선다. 현재는 치킨, 횟집, 태국 음식, 국수, 미국식 퓨전 중식당 등 다양한 맛집과 독특한 카페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한국의 오래된 골목과 유럽의 작은 언덕 마을이 겹쳐 보이는 듯한 ‘규정하기 어려운’ 감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종로에 맞서는 오래된 정, 영등포시장
1970~1980년대 유통의 중심지로 기능하던 영등포시장은 공산품과 의류, 잡화를 사고파는 전형적인 도심형 시장이었다. 낮에는 인근 공장과 상업시설을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밤의 활기는 늘 주변 번화가의 몫이었다. 그마저도 대형 쇼핑몰과 온라인 플랫폼이 일상을 장악하면서 시장은 점점 경유지로 밀려났다.
‘오래된 시장’ 이상의 의미가 없어진 이곳을 변화시킨 것은 별도의 브랜딩도, 재생 프로젝트도 아니었다. 골목 안쪽 고깃집, 노포 스타일 술집, 간이 테이블을 내놓는 가게들이 밤의 풍경을 바꿨다. 자리에 앉자마자 들려오는 지글지글 소리와 고기 냄새,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 빠르게 오가는 주문이 골목 전체를 하나의 큰 놀이터로 만들었다.
규모는 크지 않다. 지하쇼핑센터 4번 출구 앞 좁은 골목, 그 양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점포들이 전부다. 대신 분위기는 훨씬 밀도 높다. 테이블 간격이 좁아 옆자리와 대화를 트는 일이 낯설지 않다. 가게와 손님의 경계도 느슨하다. 메뉴 역시 직관적으로, 고기, 해산물, 전, 국물 위주다.
가게 앞을 덮는 천막과 지붕이 있어 비가와도 야장이 유지된다. 이곳을 즐겨 찾는 직장인 정현목씨는 “약간의 불편함과 즉흥성이 남아 있는 장소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영등포시장 야장 골목은 계획되어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라, 살아남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더 끌린다”고 말했다.
성수다움이 스며든 뚝도청춘시장
성수동 상권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사람들은 더 이상 성수가 아닌 곳에서 성수를 찾기 시작했다. 그 흐름이 닿은 곳이 뚝도청춘시장이다. 청년들이 유입됐지만 공장 노동자들이 드나들던 식당과 생활형 점포까지 침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워지지 않은 풍경 위에 새로운 장면이 덧붙었다.
현재 뚝도시장은 ‘대체’가 아닌 ‘겹침’의 공간으로 읽힌다. 정육점과 와인바, 분식집 옆 브런치 가게, 전통 해산물 포차 옆 타코집 등 이질적인 요소들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한다. 삼겹살 굽는 연기 옆에서 와인잔이 부딪치고, 오래된 간판 아래에서 젊은 손님들이 사진을 찍는다. 메뉴가 다양해 가게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시에 이곳은 전통 상인과 청년 상인이 함께 시장을 구성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다양한 음식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청춘 야시장’ 행사도 꾸준히 열리며 지역 커뮤니티와 소비를 동시에 끌어들이고 있다.
세 시장은 모습도, 특색도 다르다. 하지만 ‘머무르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영철 소비 트렌드 분석가는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포장마차 특유의 낭만적인 감성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골목 시장의 조명, 사람의 움직임, 테이블 위의 음식까지 모두 하나의 서사가 된다.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이동하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미국에서 열리는 이스라엘·레바논 평화협상에 강력히 반대하며 레바논 정부에 협상 취소를 요구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이스라엘·레바논 협상이 휴전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헤즈볼라 수장 나임 카셈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TV 연설에서 “우리는 찬탈자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거부한다”며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계속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 정부를 향해 “이번 협상을 취소함으로써 역사적이고 영웅적인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카셈은 “이러한 협상은 무의미하며 레바논 내부에서 동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의 도구가 됐다”고 비난하며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전장에 남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강력한 권유로 성사된 이번 평화협상은 14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다. 양측이 공식 대면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1983년 종전 협상 이후 43년 만이다. 이번 회담에는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와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참석하며, 미셸 이사 주레바논 미 대사가 중재자로 동석한다.
정식 외교 관계가 없는 양국 간의 이번 접촉은 레바논 남부의 안보 지형을 재편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양측에 이른바 ‘평화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 안에는 레바논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헤즈볼라를 대신해 레바논 정부군이 남부 치안을 담당하는 방안,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 및 리타니강 이북 후퇴 등이 포함됐다.
양측은 협상 조건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즉각적 휴전’을 협상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반면, 이스라엘은 대레바논 공격을 계속하면서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완전한 무장해제도 요구하고 있다.
평화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헤즈볼라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헤즈볼라 정치평의회 고위 간부인 와피크 사파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적대 세력 간의 협상 결과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그들이 합의하는 내용에 구속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현재 정부 수뇌부와 직접 대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헤즈볼라와 연합 관계인 아말당의 나비 베리 국회의장과 상황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자신들을 ‘저항 세력’으로 정의하며 정부의 타협 시도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정치적 고립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달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하이파를 공격하자 헤즈볼라의 군사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 협상의 향방은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미국과의 2주 휴전 대상에 헤즈볼라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빈트주베일에서 헤즈볼라 대원 100여 명을 사살하고 터널 등 군사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날 밤부터 이어진 공습으로 베이트야훈 마을에서 적십자 구급대원 1명이 사망했다며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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