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중동서 원유 3개월분·나프타 한달 치 확보…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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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유는 작년 기준으로, 즉 별도 비상조치 없이 경제가 정상 운영되는 상황에서 석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며 나프타는 작년 기준으로 약 한 달 치 수입량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실장은 “이번에 확보한 나프타는 호르무즈 봉쇄와는 무관한 대체 공급선에서 도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강 실장을 포함한 특사단은 지난 7일 출국해 카자흐스탄,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총 4개국을 방문한 뒤 전날 귀국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로부터 원유 2억5000만배럴과 나프타 50만t을 공급받기로 했다. 강 실장은 “작년 원유 수입량의 약 90%에 달하는 물량을 올해도 확보한 셈”이라고 했다. 세계 12위 원유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에서는 원유 1800만배럴, 오만으로부터는 원유 500만배럴과 나프타 160만t을 확보했다고 강 실장은 밝혔다.
강 실장은 “카자흐 측 인사는 전쟁 이후 여러 나라가 특사 파견을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예방을 직접 수락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밝혔다”며 “오만 측도 전쟁 이후 세계 각국 기업이 접촉하고 있지만 한국과 같이 정부가 나서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한국을 최대한 배려할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당초 예정에 없던 카타르 방문은 지난 8일 새벽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는 대로 한국과 체결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계약이 차질 없이 이행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카타르는 앞서 지난 3월 말 이란의 공습으로 한국 등과 맺은 LNG 장기 공급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강 실장은 카타르 측이 “한국이 최우선”이라며 약속 이행 의사를 밝혔고, 인공지능(AI) 등 산업 전반 투자 협력 확대를 위한 실무 워킹그룹도 다음주 중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성혁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이행 불가를 선언한 분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계약분에 대한 도입을 약속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 지난 4월 3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여야 6당 소속 국회의원 187명은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1987년 개헌 이후 39년 만에 헌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국민투표법상 공고 기간 등을 감안하면 5월 10일까지 본회의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며, 재적 295명 기준으로는 197표를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이 가능하다.
10표 이상의 이탈표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김용태·조경태 의원 2명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명 투표인데 당론을 거슬러 반대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도 통과 가능성은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쉽지 않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라면서도 “국민의힘 지도부 설득과 개별 의원 접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내부 기류 변화도 변수로 거론된다. 의장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지선을 앞두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참패를 피하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할 수 있고, 내란 세력과의 절연·차별화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시적인 변화는 없지만, 변화 요구가 구체화할 경우 태도 변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헌안은 ‘단계적 개헌’에 방점을 찍었다. 권력 구조 개편 등 이견이 큰 쟁점은 제외하고,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에 한정했다. 지난 3월 9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순차적 개헌, 우선 개정사항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국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합의도가 높은 우선 개정사항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 등 역사적 사건 반영’, ‘계엄 규정 개정’, ‘지역 불균형 해소·균형발전 국가 책임’, ‘기본권 신설·정비’, ‘기후위기 대응’이 제시됐다.
이중 합의도가 높은 세 가지가 이번 개헌안에 반영됐다. 첫째, 헌법 전문에 4·19 혁명과 함께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이념을 계승하도록 했다. 둘째,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즉시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48시간 내 미표결 또는 부결 시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셋째,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을 국가 의무로 명시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반쪽 합의에 멈춘 개헌
국민의힘의 반대 논리는 내용이 아닌 의도에 집중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통한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7일 청와대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장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개헌을 논의하기 전 중임·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안에는 대통령 임기에 대한 내용이 없다. 또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개헌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을 전제로 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개헌 조항 중 비상계엄의 국회 승인 강화 조항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앞장서야 할 의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개헌 참여 여부가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의지와 직결된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용태 의원은 “개헌안의 핵심 취지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구차한 이유로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107명 의원의 ‘절윤 결의문’을 무효화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하상응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계엄 요건 강화는 오히려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시도 실패가 향후 계엄 선포의 ‘학습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현행 헌법 요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계엄이 우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교체 이후에는 야당이 더 강한 통제 장치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국회 승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등 보다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요구해야 하는데 전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설득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개헌에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국민투표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개헌 범위도 선언적인 일부 조항에 그치고 있다. 헌법을 고친다면 권력구조 개편과 더불어 현실에 맞지 않는 오래된 조항들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민주당의 개헌 빌드업(추진 과정)이 진짜 하려고 해서 한 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번 개헌 추진 과정이 실질적인 통과 의지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에 가까웠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는 “물론 개헌을 하면 좋겠지만 여야 합의도 없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개헌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개헌처럼 큰 사안일수록 야당은 동의해주지 않으려 한다. 집권 세력의 성과가 되기 때문”이라며 “우원식 의장이 개헌을 추진해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민주당이 여기에 동의한 것도 사실 최근의 일이다. 개헌안 발의 이후에도 개헌에 대해 말하는 여당 목소리가 거의 없지 않나. 충분한 공론화를 하려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가결되든 안 되든 양당에 돌아오는 정치적 타격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키운다. 윤 실장은 “부결된다고 양당에 돌아갈 타격은 없고, 그냥 또 개헌이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아쉽지만, 이것이라도”
시민사회는 이번 개헌안에 대해 ‘아쉽지만 지지’라는 입장이다. 이미현 시민개헌넷 공동사무처장은 현재 개헌안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단계적 개헌의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오랫동안 헌법 전면 개정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동안 개헌을 요구했지만, 추진이 되지 않았던 역사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단계적 개헌의 첫걸음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2단계, 3단계로 이어져 기본권 조항 등 그동안 요구돼온 개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채완 민변 변호사도 이번 개헌이 전면 개헌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그는 “이번 개헌은 끝이 아니라 전면 개헌을 염두에 둔 단계적 개헌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개헌이 국민투표에 올라갔을 때 시민들의 관심과 공론 효과가 있고, 앞으로 고쳐야 할 여러 헌법 조항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핵심 항목들이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변호사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헌법발안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이라며 “시민 참여가 결여된 지점에 유감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개헌넷은 기본권 조항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이 처장은 “성평등, 안전권, 평화권, 돌봄권 등 기본권 조항이 빠진 것은 아쉽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해 11월 입법청원을 통해 돌봄도 헌법적 기본권으로 수용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지역균형발전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서휘원 경실련 팀장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게 전문에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언적 내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에 헌법적 권한을 줘야 한다. 지금 헌법 조항상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 개정이 허용되다 보니, 장관이 규칙 하나 만들면 지방정부의 조례 개정권이 침해되는 구조”라며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헌법에 넣어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권한이 가게끔 해야 하는데, 그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지방선거만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균형발전 조항을 굳이 넣어 놓은 건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본다. 실질적으로 지방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들,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것들은 빠져 있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측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이렇게 원포인트로 부분 개헌을 하고 나면 오히려 다음 개헌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시민사회가 결합하고 추진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개헌안을 보면서 많이 힘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반쪽짜리라도 하자’는 쪽으로 시민사회의 의견이 기우는 것은 이번마저 불발될 경우의 후폭풍을 의식해서다. 서 변호사는 “본회의에서 아예 투표가 성립이 안 된다면 개헌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점화되지 않는 개헌 여론
국회사무처가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8.3%가 개헌에 찬성했다. 그러나 실제 여론의 관심과 동력은 찬성률만큼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개헌 문제 자체에 대한 포지션을 보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지만, 지금 국정 현안과 비교했을 때 의제 현저성(의제가 현저하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정도)은 굉장히 낮다”라며 “표면적인 포지션에서는 지지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추진 동력을 보면 상당히 낮다. 지금 여러 국정과제, 저출산·복지·안보 등과 비교해 놓으면 개헌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다”라고 말했다.
여론의 동력이 약한 만큼 개헌을 실현하려면 정치권 스스로의 의지가 더욱 결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개헌은 정치적 국면 전환의 도구로 소비되기 일쑤였다. 국회 관계자는 “개헌이 이슈로 불거질 때마다 모든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하지만, 그건 개헌을 하기 싫은 사람들이 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역대 대통령이 개헌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레임덕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슈를 바꾸려는 것이라는 식으로 폄하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사회계약인 만큼 국민이 충분히 알고 논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현실은 한쪽이 밀어붙이면 다른 쪽이 방어하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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