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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달팽이 걸음'(2022). 페이스갤러리
평평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분필을 들고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원 밖에 서서 원 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외친다. "거기!" 성큼 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 발밑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다시 원 밖으로 나와 아까 서 있던 원 안을 뒤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다시 뒤돌아 원의 테두리 선을 밟고 돌면서 "어디? 어디? 어디?"라고 반복하며 질문한다.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84)이 지난 4일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1975년 홍익대 운동장에서 펼쳤던 퍼포먼스 바다신2게임 '장소의 논리'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는 "장소라는 것은 내가 한계를 지었기 때문에 특별한 장소가 된 것이지 어디에나 다 있을 수 있다"며 "그 사람이 서 있는 입장과 방향에 따라 지칭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이건용의 개인전 '사유하는 몸'은 그의 예술 세계 50년을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총망라한다. 1층부터 3층 바다이야기모바일 까지 전관을 할애해 과거 100번이 넘는 퍼포먼스의 흔적과 결과물을 영상과 사진, 회화로 선보인다.
작가는 평생 신체에 집중했다. "그전까지 그린다는 것은 아이디어랄지 뭘 가지고 자꾸 (머리로) 조작을 하는 건데 이건 내 몸 자체가 움직임으로써 파생되는 '신체 드로잉'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한 거예요."
양손의 손가락을 골드몽게임 접었다 펴는 간단한 행위로 두 손의 멀고 가까움을 나타내거나('손가락의 논리 1'), 팔꿈치를 굽힐 수 없도록 깁스를 한 채 힘겹게 건빵을 먹으며 성냥을 켜고 물을 마시는 등 사소한 행위를 기록하고 질문을 던진다.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이후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제목이기도 했던 '달팽이 걸음'은 그리기의 본질 황금성게임랜드 을 집요하게 묻는 작업이다. 바닥에 긴 종이나 나무를 깔고 쪼그려 앉은 작가는 팔이 닿는 범위 안에서 좌우로 빠르게 선을 긋는다.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한 발짝 전진한다. 손으로는 끊임없이 선을 그리지만, 동시에 자신의 발바닥으로 그 선을 지우며 나아가는 역설적인 행위다.
캔버스를 등지거나 옆에 놓고 팔이 닿는 부분까지만 붓질하는 ' 야마토통기계 바디스케이프' 연작은 그에게 '하트를 그리는 화가'라는 별명을 안겼다.
결국 그가 몸으로 그린 드로잉은 인간 신체가 지닌 본질적인 한계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작가는 개인이 처한 조건과 제약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살핀다. 진정한 공감과 소통 또한 서로의 한계를 이해하고 마주할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전시는 오는 3월 28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평평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분필을 들고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다. 원 밖에 서서 원 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외친다. "거기!" 성큼 원 안으로 걸어 들어가 발밑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다시 원 밖으로 나와 아까 서 있던 원 안을 뒤로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다시 뒤돌아 원의 테두리 선을 밟고 돌면서 "어디? 어디? 어디?"라고 반복하며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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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가 몸으로 그린 드로잉은 인간 신체가 지닌 본질적인 한계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작가는 개인이 처한 조건과 제약을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살핀다. 진정한 공감과 소통 또한 서로의 한계를 이해하고 마주할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전시는 오는 3월 28일까지.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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