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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진의 낯선 사이]성폭력, 빌 코즈비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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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행복이13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4-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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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의 계급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피해의 성격과 피해자의 상황이 규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 배상금 문제는 성폭력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법원 배심원단은, 코미디언 빌 코즈비(88)가 1972년 레스토랑 직원을 성폭행했다고 보고 1925만달러(약 287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그는 당시 피해 여성에게 와인과 알약을 건넨 뒤 성폭행했다. 코즈비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코즈비가 성폭행 사건으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2년에도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돼 50만달러를 배상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피해자가 미성년일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민사 소송이 가능하다. 코즈비는 2014년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 운동 이후 50명 이상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미투 운동이 시작된 뒤 미국 유명 인사 중 처음으로 성범죄 유죄 선고를 받았다(경향신문 인터넷판 3월24일자 참조).
    코즈비는 약물을 사용했고 피해 여성은 수십명에 이른다. 죄질이 좋지 않은 상습범이다. 그럼에도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287억원의 배상금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유명한 부자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받는 사건은 미디어의 단골 뉴스거리다. 이런 경우 남성 문화는 성폭력으로 인한 배상 액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강간도 아니고’ 성희롱이나 추행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평범한 남성의 가해 사건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성폭력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하는 일상적 사건이어서 그것을 다 보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인 중심 보도는 성폭력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이들의 사례가 성폭력 전반의 모습인 양 일반화하기 쉽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유명 뮤지컬 배우, 국회의원이 성폭력 관련 혐의로 재직 중인 학교에서 징계를 받거나 소속 정당을 탈당했다. 가해자가 유명인이면 “커리어가 아깝다” “한 번 실수에 인생 망쳤다” “큰돈 날렸다” 등 가해자의 처지에 감정 이입하는 남성 문화를 양산한다. 성폭력을 범죄 행위가 아니라 윤리적, 인격적 매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이 피해 여성의 인권 침해 정도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 남성의 사회적 지위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가해 남성이 일반인이면 ‘엽기적’이거나 극도로 폭력적인 경우에만 보도되어, 이 문제를 일부 남성의 일탈 문제로 국한시킨다. 성폭력 피해 배상 액수는 물론이고 배상 여부 자체가 가해 남성의 계급에 의해 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이슈는 남성 문화가 성폭력 피해 여성을 ‘꽃뱀’과 ‘피해자다운 피해자’로 구분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일단 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과 ‘성폭행’ 개념이 합의되어 있지 않다. 좋은 의미에서 개념의 경합이 아니라, 임의로 사용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글에서는 가장 ‘약한’ 개념인 자유주의적 의미에서 “타인의 의지에 반(反)하는 모든 행위”라는 뜻에서 폭력, 성폭력으로 표기한다.
    가해 남성이 누구인가의 문제
    그러나 ‘성폭력’도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젠더 기반 폭력(gender based violence) 전반을 대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줄임말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대개 강간(rape)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성추행, 성희롱, 성적 괴롭힘, 교제폭력은 강간보다 ‘가벼운’ 사안으로 간주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왜곡되기 쉬운 개념인 ‘성비위(性非違)’라는 단어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비위는 법을 어겼다는 의미지만 “성비위”라고 하면, 법적·정치적 문제라기보다 ‘비위(脾胃)’라는 이미지가 동반된다.
    남성 문화, 성기 중심 문화에서는 강간과 추행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여겨진다. 전자는 심각한 훼손이지만 후자는 가벼운 문제라고 여겨진다. 물론 피해 여성의 입장에서도 여성에 대한 폭력의 정도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강간이든 추행이든 물리적 폭력으로서 ‘강도’는 사안에 따라 모두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성폭력 판단은 매뉴얼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맥락적, 상황적 인식이 중요한 이유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남성의 몸에 대한 접근권’과 남성의 ‘여성의 몸에 대한 접근권’은 대단히 비대칭적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이성애부터 강간까지 모두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성역할에 기반해 있다. 성역할을 문제 삼지 않으면 성폭력 근절이 요원한 이유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는 그 경중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기보다 가해자가 누구인가, 가해 상황,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등 사건 전반의 문맥에 따라 다르다.
    가해자의 계급·국적·지위에 따라 성폭력의 성격이 규정되고 피해자의 지위가 달라지는 문제는 5·18이나 4·3에서 국가폭력으로 발생한 성폭력과 전시 성노예 제도에서 두드러진다. 외세나 국가,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다르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분쟁 시 성폭력은 남성 문화의 일부로써 일상에서의 성폭력과 연속선에서 발생한다.
    과거(?) 주한미군의 한국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비가시화되거나 민족 모순으로 여겨졌다. 반면 한국 남성에게 당하는 성폭력은 사소화되거나 정치적 사건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남성들 간의 정치적 대립 구도에 따라 그 성격이 규정되고, 피해 여성의 인권은 삭제되어 왔다.
    성 산업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어떤 남성이 구매하는가 역시 여성의 ‘몸값’과 지위를 결정한다. 1970년대 주한미군 중 흑인 병사를 상대하는 ‘기지촌 여성’의 수입은 백인 병사의 경우보다 낮았기 때문에 그녀들은 흑인 병사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동체의 사회적 배상으로
    몇해 전에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집결지(사창가)에 “우리는 이주노동자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적이 있다. 이들이 이주노동자를 상대하지 않는 이유는 흑인 주한미군의 경우를 상기시킨다(이주노동자와 장애 남성도 내국인이나 비장애인과 똑같은 성 구매권을 가지는 것이 평등인가? 당시 일부 노동계는 이를 이주 남성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항의했다).
    민사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 배상액은 언제나 논란거리다. “합의금”이라는 말부터 사라져야 한다. 가해 행위에 대한 합의(合意), 의견 일치는 있을 수 없다. ‘같은 성폭력’을 당했는데, 어떤 여성은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받고 어떤 여성은 그렇지 않다. 전자의 경우 끊임없이 남성 문화에 의해 ‘진정한’ 성폭력과 그렇지 않은 성폭력을 구분케 하고 희화화된다.
    성폭력은 사인(私人) 간에 발생하는 범죄지만, 철저히 사회적 구조에 따른 젠더 권력관계에 기반해 빈발하는 폭력이다. 남성은 누구나 잠재적, 실제적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여성은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되는 이유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일부 남성의 존재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성은 단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남성’이라는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이처럼 성폭력은 남성의 문제(men’s problem)이다.
    성폭력이 ‘돈’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개별적 배상 대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공동체 차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와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성폭력과 관련한 여성 인권 기구가 정부 기구에서든 사법부에서든 상시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 위원회에서 성폭력 피해 ‘정도’에 따른 배상액이 정해져야 한다. 그 재원은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성폭력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내야 하고 이를 강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당연히 논쟁적이고 어려운 문제이다. 성폭력 피해는 개별 여성의 몸에서 감각된다. 계량화(計量化)하거나 법정에서 정확히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가해 남성의 계급에 의해 피해액이 정해지는 것은 성폭력을 성매매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하지만,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인식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 땐 잘산다?…마주한 현실은
    시사기획 창(KBS1 오후 10시) = 한때 ‘전국 7대 도시’ 마산은 2010년 창원·진해와 통합되며 그 이름을 잃었다. 당시 통합을 앞둔 마산 거리에는 “통합되면 잘산다”는 전단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재정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며 도시는 더 깊이 갈라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지방 소멸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거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제작진은 행정 통합 성패를 가를 조건이 무엇인지 취재한다.
    “엄마가 이상해” 옆집 아이의 SOS
    스모킹 건(KBS2 오후 9시45분) = 1998년 한 초등학생이 “엄마가 이상해요”라며 옆집 문을 두드렸다. 이웃이 확인한 집 안에는 한 여성이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얼마 후 수사팀은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용의자를 포착했다. 하지만 공개수배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는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김응희 전 서울청 광역수사대 광역1팀장이 출연해 수사 과정을 전한다.
    교육공영방송 EBS가 방송 제작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면 활용한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앞세운 실험이지만, 공영방송이 AI를 활용하는 방향성과 그 파급력에 대한 검증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는 지난 25일 2026년 봄 개편안을 발표하며 AI 콘텐츠 편성 계획을 밝혔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 등 고전 원저자가 등장하는 영상과 음성, 자막을 모두 생성형 AI로 제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AI 도입의 가장 큰 이유로는 비용 절감이 꼽힌다. 기존에는 한 편당 800만~1000만원 수준의 제작비가 들었던 방송도 AI를 활용하면 7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EBS는 지난해 이미 1인이 방송 전 과정을 맡아 편당 제작비 700만원으로 100% AI 제작 콘텐츠를 선보였다. 당시 <뤼순에서>를 제작한 EBS PD는 제작기에서 기존 연출PD, 조연출, 작가, 출연자, 스태프 등이 참여하던 관행과 달리 2주간 혼자 방송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EBS 내부에서도 AI 전환에 따른 인력 운용 방향을 두고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E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오정호 AI지식콘텐츠부장은 편집·음악·번역·자막 등 업무를 AI가 대체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가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AI 시대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험을 저희가 먼저 체득해보면서 경험을 나누는 형식으로 가고자 한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이사회 내부에서도 신규 인력 충원 시 AI 전환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AI가 콘텐츠 품질과 인력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BS 노조는 AI 도입이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과 적용 방식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관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장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콘텐츠 일부에만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1인 제작의 형태로 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과물 분석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며 “회사에 분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아직 AI가 다수 인력이 참여하는 기획력과 제작 수준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공영방송인 EBS가 생성형 AI 이용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돼야 하는 지점이다. 생성형 AI로 이미지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스마트폰 한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짧은 텍스트로 질문할 때 필요한 전력의 10배에 달한다. 최재주 EBS AI플러스 팀장은 지난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기고에서 EBS가 5분 분량 콘텐츠 제작에 최소 60장 이상의 이미지가 필요하며, 이미지 한 장당 200~300회의 반복 생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제작 전 과정에 AI를 도입할 경우 전력 소모가 상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AI 콘텐츠가 유아·청소년의 인지 발달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어린 자녀를 위한 콘텐츠 선별 가이드라인에서 AI로 생성된 콘텐츠를 피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지나치게 사실적인 AI 콘텐츠는 아동에게 인지 과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맥콜 부스 미국 조지타운대 발달심리학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AI 콘텐츠를 보고) 미적으로 사실적이나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행동에 적응하도록 인지 체계가 만들어지면 미래에 진짜 가짜 콘텐츠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AI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을 하는 것보다 AI 콘텐츠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는 콘텐츠에 EBS가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회사에 계속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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