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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1시간 거리, 한산한 시골길을 달리다 크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4~5미터 돼 보이는 높은 담벼락, 그 위에 빈틈없이 놓인 철조망, 담벼락 중간 중간 놓인 CCTV는 사방을 주시했다. 마치 교도소를 연상케 했다.
4층짜리 건물들엔 촘촘히 문들이 자리했다. 대부분 굳게 닫혔고, 종종 열려 있는 곳도 있었으나 인기척은 전혀 없었다. 살짝 열린 통철문 사이로 단지의 내부도 엿볼 수 있었지만 썰렁했다. 한때 중국인을 비롯한 범죄 조직원들, 혹은 그들로부터 납치·감금돼 온라인 스캠 범죄에 동원된 이들이 북적였을다빈치게임
'태자단지'의 17일 오전(현지시각) 풍경이다.
단지 주변 곳곳에선 중국어로 쓰인 광고·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안에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통에 붙은 광고문을 번역기에 돌리니 '무이자, 담보 필요 없음', '여성 출장 서비스' 등의 글이 나타났다. 캄보디아 서쪽의 해변도시 시하누크빌에 위치한 불법 카지노 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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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한 현지인 남성이 밖으로 나와 말을 거니 본인은 이곳을 지키는 경찰이라고 했다. 2~3달 전 이곳에 거주하던 중국인들이 검거되거나 도망친 뒤 20여 명의 군·경이 상주하며 단지를 관엔터테인먼트주
리하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 내 대표적인 범죄단지 중 한 곳인 태자단지는 중국계 자본을 기반으로 한 캄보디아 기업 프린스(태자)그룹이 운영한 곳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은 곳이다. 중국계 사업가 천즈(Chen Zhi)가 회장으로 캄보디아 내에선 손에 꼽히는 대기업이다.
불과 10년 전쯤 설립된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개발황금성갈갈이
회사로 처음 설립한 뒤 폭발적으로 성장해 현재는 금융·호텔·통신 등 각종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100개를 넘긴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주요 도시에 쇼핑몰 등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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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프린스그룹의 민낯은 최근 캄보디아 내에서 온라인 금융 사기와 인신매매, 불법감금과 고문 등을 주도한 혐의로 미국·영국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드러났다. 미국과 영국은 프린스그룹이 태자 단지를 비롯해 캄보디아에 최소 10곳 이상의 온라인 스캠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봤다.
캄보디아에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한 교민은 "불과 얼마 전까지 멀쩡한 대기업인 줄만 알았는데 범죄 단지를 운영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며 "지금 캄보디아 정부도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 내 프린스그룹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기된 의혹대로면 철저히 두 얼굴이었던 프린스그룹이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을 얻어올 수 있었던 배경엔 수십 년간 캄보디아의 최고 권력으로 군림해 온 훈센 전 총리와의 친분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계인 천즈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며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국적을 받았고, 2년 전엔 '오크냐(Oknha)'라고 하는 캄보디아 영예 칭호까지 받았다.
10년 넘게 캄보디아에 거주하며 정계 사정에도 밝은 다른 교민은 "천즈 회장이 훈센가 사람들과는 막역한 사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훈센 전 총리는 권력으로, 천즈 회장은 돈으로 서로의 뒷배가 돼 준 것이란 시각도 최근 캄보디아 내에서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시한우크빌의 대형 몰. 평소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졌지만, 17일 오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성경 크리에이터
17일 오후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시하누크빌 곳곳에서도 프린스그룹의 영향력이 실감 났다. 중심가에는 프린스그룹이 지은 대형 몰이 위치하고 있었다. 현재 명칭은 '유(U) 몰'이었으나 원래는 '프린스 몰'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어 운영됐다. 대형 간판의 이름은 바뀌어 있었으나 건물 한편엔 여전히 예전 명칭이 남아 있기도 했다. 현지인 가이드는 "프린스그룹과 관련된 안 좋은 뉴스들이 터지면서 얼마 전에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몰은 시하누크빌에선 최대 규모의 몰로 평소 중국인들이 상당히 몰리는 곳이지만, 취재진이 방문했을 땐 대부분 현지인뿐이었다. 동행한 교민은 "원래 식당이나 주변 거리에도 중국인들이 많은데 며칠 전부터 거의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최근 대형 범죄 조직을 운영하거나 가담한 중국인 등의 탈출 행렬이 캄보디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추정됐다. 프린스그룹을 비롯한 거대 중국 자본이 들어오며 급성장한 시하누크빌은 최근 며칠 그 탈출 행렬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17일 오후 시한우크빌의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 출입구에서 삼엄하게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남성경 크리에이터
시시하누크빌을 둘러보다 보니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는 은행 '프린스뱅크' 지점도 눈에 들어왔다.이날 프린스뱅크에선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고 한다. 프린스그룹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지며 불안감이 확산된 것은 물론 중국인 탈출 러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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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누크빌=CBS노컷뉴스 이원석 기자 onethr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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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누크빌=CBS노컷뉴스 이원석 기자 onethr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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