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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난규민달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10-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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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산에 대한 꿈이 있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들을 볼 때면 떨림이 느껴졌다. 설레는 마음이 주는 떨림인지 두려움이 주는 떨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떨림은 꿈을 꾸게 해주었다. 흰 산을 오르는 꿈을 꾸며 알프스 원정을 계획했다. 원정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매일같이 그 꿈을 곱씹었다. 꿈을 꾸며 사는 내내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벅찬 꿈을 안고 알프스로 떠났다.
    이 글은 2025 한양대 산악부 알프스 원정의 기록이다. 원정에는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진경이를 제외하고 동균 형, 일선 형, 성현과 영욱 그리고 나. 총 다섯 명이 함께했다.
    아이거Eiger, 나의 첫사랑
    "얘 무담보아파트론 들아, 나가서 밖에 좀 보고 와라."
    동균 형이 이야기한다. 새벽 2시. 비몽사몽한 채로 쉘터 문을 열고 나가 보고 온 풍경은 경이로웠다. 달빛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능선은 쳐다볼수록 눈을 뗄 수 없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저 산이 우리를 잡아먹을 것 같지 않냐?"
    '네, 형. 잡아 해운대부산저축은행 먹힐까 무서워요.' 속으로 대답했다. 아이거Eiger의 이름은 독일어 오거Oger(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름같이 괴물 같은 풍경이었다.



    아이거 미텔리기 능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랜턴 하나은행 금리 불빛만을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등반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지만 고정 로프가 있는 구간을 제외하면 확보물이 많지 않다. 게다가 믿을 만한 확보물은 더욱이 없다. 돌들을 만지면 흔들리고 부서져버린다. 한 발 한 발 신중해진다. 숨이 가빠왔다. 날씨 때문에 등반 일정을 이틀이나 당겨 고소적응을 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뒤에 있던 팀들이 하나 둘 우리를 앞 자동차담보대출서류 질러 간다.
    해가 뜨고 난 후 조금씩 남쪽의 빙하 쪽에서 안개가 올라오더니 어느새 아이스미어 방향을 가득 메웠다. 시간은 낮 12시, 등반 시작 8시간째다. 어느덧 정상이 안개 속에 보인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등 뒤에서 동균 형이 말한다.
    "헬기 부르자."
    당황스러웠다. '정상이 바로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 앞인데?' 뒤돌아보니 동균 형과 영욱이 힘들어한다. 정신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안개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게다가 오후부터는 눈 예보가 있다. 최대한 빨리 정상에 가려 했는데, 예상보다 오래 걸려 버렸다. 밤을 새워서라도 내려가자고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마음에도 확신이 없었다. 그나마 그린델발트 쪽이 열려 있을 때 구조를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결국 REGA(스위스 민간항공구조)로 구조요청을 하고 테라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헬기는 좀처럼 올 기미가 없었다. 서서히 그린델발트 방향도 안개가 막아서기 시작한다. 걱정되는 마음에 다시 전화해 보니 안개 때문에 못 온다며 다시 미텔리기산장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이런… 못 온다면 조금 빨리 얘기를 해주든지…' 공친 시간이 아깝다. 다시 미텔리기로 내려가느니 차라리 산을 넘어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이거 등반중.


    결국 오후 2시 반이 되어 다시 출발한다. 멀어 보였던 정상은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여기가 그렇게 기대했던 아이거의 정상이라니. 안개 가득 낀 설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벅참'?, '기쁨'? 다양한 감정이 동시에 몰려왔다.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가득찬 안개가 정상을 즐길 여유를 한 입에 집어삼켜 버렸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얼른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남릉을 타고 묀히산장으로 하산하려 했으나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웨스트 플랑크west flank 루트를 따라 서릉으로 내려가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영국 알파인 클럽 가이드북에서는 이 루트를 '파편으로 덮인 기와지붕'이라고 묘사했다. 그 말처럼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위험해 보였다. 조심조심 한 걸음씩 한 시간쯤 내려 왔을까. 갑자기 머리 위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사람 마음이 정말 간사하다. 분명 비박을 해서라도 끝까지 내려가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막상 헬기가 눈앞에 있으니 그 동아줄을 잡고 싶어졌다. 모두 지쳐 같은 의견이었다. 바로 REGA에 전화해서 외쳤다.
    "You are just above us.저희 바로 아래 있어요"
    그러자 구조대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헬기를 타고 도착한 지상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완전히 딴 세상 같았다. 뭔가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캠프로 돌아오는 길, 일선 형과 성현에게 등반기를 늘어놓는다. 험한 날씨에 꽤 많이 걱정했던 것 같다. 우리가 묀히산장으로 올 줄 알고 거기에 저녁을 맡겨 놓고 왔단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너무 반갑고 좋았다고 한다. 산에 오르는 것보다도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이거는 우리를 온전하게 허락해 주지 않았지만 그곳에서의 기억 하나 하나가 모두 생생하고 소중하다. 아이거는 그렇게 첫사랑이자 짝사랑으로 남게 되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나의 첫사랑.
    대학산악부란
    저녁을 먹고 테라스에 나가 보송빙하Bossons Glacier를 바라보는데 동균 형이 30년 전 보송빙하를 횡단해서 몽블랑에 올랐던 일을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도대체 왜 보송빙하를 횡단하셨어요?" 물었다.
    "나도 몰라. 그냥 선배가 하라고 하니까 했지."
    싱겁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대학산악부라는 생각도 들었다. 30년 전에 선배와 함께 올랐던 산을 지금 후배들과 함께 오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도 30년 후에 그럴 수 있을까?' 30년이 지나 후배들과 알프스를 다시 찾는 상상을 했다.
    알프스를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 왠지 든든한 마음이 든다. 언젠가 다시 볼 날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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