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음주운전변호사 [장지연의 역사 상상력]박완서가 경고한 ‘소설과 역사의 혼동’…이야기 너머 ‘맥락’을 질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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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역사 인식, 소설·영화 기반장면 재현보다 경계해야 하는 건영웅 서사 등 역사 단순화한 구도
철든 후부터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소설을 깔봐서가 아니라, 한번 붙잡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읽고 나면 한동안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그랬다. 한번은 자습 시간에 선생님이 반 친구 한 명을 호되게 꾸짖으신 적이 있었다. 교실이 시끌시끌했다는데, 나는 그런 소동이 일어난 줄 까맣게 모를 정도로 소설에 푹 빠진 일도 있었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나이 들어서 고전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상을 하게 되고 어쩌고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이제는 소설이 소설로 읽히지 않고 자꾸 사료로 읽히는 것이다. 어릴 적 푹 빠져 읽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를 몇년 전 다시 잡았을 때는 약간의 낭패감까지 들었다. 소설을 읽는데, 머릿속에서 ‘19세기 말 영국인의 신대륙 출신 인물에 대한 인식- 셜록 홈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같은 논문 제목이 재생되면 어쩌란 말인가. 머리를 식히자고 잡은 소설이 분석해야 할 사료로 읽히면, 쉼이 쉼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슬프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박완서의 술회
얼마 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펼쳐 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이 책은 작가 박완서(1931~2011)가 유년의 기억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개성 남쪽의 개풍군 박적골 출신 박완서는 일제강점기 말 국민학교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 현저동으로 이주하였다. 이 소설에는 개풍군과 개성, 서울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정보가 담겨 있기에, 서울과 개성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확인해보고 싶은 내용이 좀 있었다. 소설이 아니라 사료로 집어 든 셈이다.
역시, 사료로 다시 읽는 소설은 완전히 색다른 느낌과 흥미로운 정보들을 전해주었다. 읽다가 후배의 전공 분야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이 있어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이 후배도 놀라워했다. 고등학교 때 다 읽은 책이건만 이런 내용까지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며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했다. 후배가 새삼스레 주목한 문장은 ‘현저동에는 수도가 없었다’는 것. 어느 고등학생이 이런 문장 하나를 기억하겠는가. 어린 시절에 읽은 것은 이래서 더 문제다. 차라리 안 읽은 책이면 애초에 사료 읽는 마음으로 봤을 텐데, 읽은 책이라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해서 도리어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뚜렷하게 찾을 것이 있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작 읽으면서는 원래 확인하려고 한 개성이나 서울에 대한 정보보다 일제강점기의 언어·문자 생활에 더 눈길이 갔다. 어머니가 우격다짐으로 가르친 한글, 자모만 간신히 외우고 글자의 조합 원리는 전혀 깨우치지 못했으나 할머니가 ‘가에 ㄱ 하면 각, 가에 ㄴ 하면 간’이라고 알려준 덕에 제대로 깨우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동네 아이들과 함께 <천자문>을 배울 때 책에 있는 한글 토를 읽어 <천자문>을 술술 읽는 척했다는 경험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들의 가내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문 교육의 기초로 기능한 한글 교육이 눈에 띈 것이다.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라는 책을 쓰면서, 조선시대 한글과 한문을 여성(의 문자) 대 남성(의 문자) 구도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쓴 적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글은 여성들이 쓰는 글이라 하여 흔히 안글, 암클 등으로 불리곤 했다.
박완서의 회고에서처럼 어머니와 할머니가 한글을 가르친 것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증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글은 한문 교육의 기초로도 활용되었다. <천자문> 책에 한글 토가 달려 있었듯이, 한문을 공부하는 남성들 대부분은 한글을 먼저 익혔다. 남성들의 한문에는 한글이 숨겨져 있었던 셈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국어학자 김민수(1926~2018)는 신교육을 받기 전 동네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면서 한글을 익혔다.(<우리말이 국어가 되기까지>) 일제강점기 정규 교육에서는 가르치지도 않은 한글이 지속해서 활용되고 퍼진 데에는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한문 서당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다. 세상은 여자 대 남자, 한문 대 한글과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는 늘 역설의 공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시기에는 신교육에 몰두한 이들일수록 조선어문과 멀어지기 쉬웠다. 어린 시절 한글을 익혀 나중에 어머니의 편지를 대필하던 박완서조차도 해방 이전까지는 오빠 책장에 놓여 있던 여러 조선어문으로 된 책을 들춰보지도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랬을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촌스럽고 진부한 문장밖에 만들어내지 않는 그런 문자 따위,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단종애사>가 박완서에게 준 충격
해방 후 상황은 급변한다. 곳곳에 한글로 된 방이 붙고 선전물이 돌았다. 신교육을 받은 박완서의 또래들은 대부분 한글을 몰라 허겁지겁 새로이 배우느라 야단이었다. 벌써 한글을 읽을 수 있던 박완서는 벽보나 ‘삐라’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데 묘한 쾌감과 자부심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문학에 대한 최초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오빠 책장의 책들중에서도 이광수의 <단종애사>를 읽고 잠을 못 잘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박완서는 이렇게 회고한다.
“<단종애사>는 소설이지만 나는 고스란히 사실로 받아들였고, 우리 역사를 좀 더 깊이 계통적으로 알고 싶다는 관심의 단서가 되었다. 그 후 학교에서 정식으로 국사를 배우게 되었고, 어른이 된 후에도 개인적인 취미로 저자에 따라 사관이 다른 몇 종류의 역사책에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그때 흥미 본위로 잡다하게 취한 지식은 전혀 두서가 없어 꼭 정리를 안 하고 함부로 처넣은 서랍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야말로 잡식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세종 대에서 세조 대까지를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곤 하는데 그런 착각은 순전히 <단종애사>에 근거하고 있지 않나 싶다.”
<왕과 사는 남자> 때문에 단종과 수양대군의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인 시절, 하필 박완서의 <단종애사>에 대한 회고를 읽게 되다니! 어쩌면 이 영화가 이렇게나 인기를 끄는 때가 아니었으면 저 회고는 별 인상 없이 무심히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마침 시의적절하게 <단종애사>를 언급한 데다 이에 대한 작가의 감상은 우리가 조심해야 할 지점들을 딱 짚어준다는 점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좋은 시대소설이 역사에 관한 관심을 높인다는 점, 그러나 그 소설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 제대로 체계적으로 역사 지식을 구성하지 않으면 그냥 잡지식에 불과하게 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은 소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세종 대부터 세조 대까지를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덕에 역사, 특히 조선시대에 대한 관심이 몹시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100년 전 <단종애사>가 그려낸 낡은 이미지가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 아쉬웠던 터였다. 물론 이는 <단종애사>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막 조선어문 소설을 읽기 시작한 박완서를 충격에 빠뜨릴 정도의 소설이었으니 말이다. 어느 나라나 대중의 역사 인식은 소설이나 영화·드라마 등의 영상화된 서사에 기초한 경우가 많다. 사실 생각보다 역사가들은 영화의 장면이나 인물, 장소, 소도구 설정 같은 것을 그렇게 일일이 문제 삼지는 않는다. 어차피 과거의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하기에 그 한계를 인정하는 일 또한 역사학자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엽적인 설정보다도 역사학자들이 더 경계하는 지점은 이야기가 위치한 맥락과 구조이다. 핍박받는 백성과 구원자로서의 군주, 그 사이에 악역으로 사악하거나 무능한 양반 관료를 두는 설정과 구도는 우리 사극에서 아주 흔하게 발견된다. 그러나 이는 조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메시아적 영웅 서사에 대한 열광이나 애호로 이어지기 쉽다. 역사를 선악의 구도로 단순화하는 편리함이, 시대의 복잡한 층위를 가려버리는 셈이다. 박완서가 고백했듯 소설이 준 충격이 ‘잡지식의 서랍’에 머물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야기 너머의 맥락을 질문해야 한다. 소설을 사료로 읽으면 삶의 즐거움이 사라지듯이, 소설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면 사고의 엄밀함을 잃게 된다. 박완서는 이를 ‘착각’이라 콕 짚을 정도로 자신을 성찰해냈다. 이 서늘한 자기객관화라니. 역시 괜히 대가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선물시장은 아직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솔직히 충격이 너무 커서 석유 시스템이 휘어지다 못해 부러질까봐 두렵다.”
석유시장 분석가인 로리 존스턴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 인터뷰에서도 “지금 상황은 원래 신입 애널리스트들에게 던져주는 교육용 시나리오”라면서 “‘중력이 갑자기 10분 동안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극단적 가정인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선물시장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2.9% 상승한 배럴당 100.1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 상승한 배럴당 91.85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은 두바이유 가격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개방되지 않으면 두바이유의 천문학적인 가격 기록이 브렌트유·WTI로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라크·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원유를 저장할 곳이 없어 유전 가동을 멈춘 상태다. 그렇게 생산이 중단된 원유량이 하루 1000만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10%에 달한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송이 중단된 원유는 하루 2000만배럴로 전체 공급량의 5분의 1에 이른다. 1973년 석유 금수 조치로 하루 450만배럴, 당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가 부족해졌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존스턴은 “사람들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우려했던 에너지난도 잘 넘겼다는 점 때문에 석유 시스템의 적응력을 과신하게 된 것 같지만 그때와 지금은 차원이 다른 위기”라고 지적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이번 위기는 1970년대 두 번의 석유 파동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쳐놓은 수준”이라며 금융시장이 그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유가가 끝없이 상승하면서 도로 위의 자동차와 하늘 위의 항공기가 감소하는 식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수요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해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의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겹쳐 주유소마다 ‘연료 없음’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자동차를 길에 버리고 가는 운전자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집트·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가 연료 배급제를 도입했으며 상점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비축유가 약 45일분밖에 남지 않은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항공기 운항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타결돼 당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원유의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4개월이 걸리며, 그 여파는 올겨울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걸프국이 감축한 하루 1000만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유정을 재가동해야 하는데, 파이프라인을 점검하고 압력을 복원하는 과정 등에 2~4주가 걸린다. 가스전 재가동 과정은 더 복잡해 최대 7주가 소요된다. 또 이란이 해협 봉쇄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선박들이 향후 몇주 동안은 추가적인 공격 우려로 운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 보험사들도 서둘러 보험료를 인하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원유 공급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중국·인도·태국 등의 정유시설을 재가동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가동 중단된 시설이 정상화되기까지 수주에서 최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지상군 투입으로 장기화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존스턴은 “해협이 개방되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오는 거냐’고 묻는데, 내 대답은 ‘아니요’다”라면서 “침체가 아니라 대공황 수준이 될 거다. 정말 끔찍해질 것”이라고 와이어드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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