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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진 작가가 독한 감기를 앓으며 학교에 갈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모유진 제공
며칠 전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으슬으슬 몸도 추워지는 게 보통 감기로 지나갈 것 같지 않아 차가운 커피를 포기하고 따뜻한 차와 과일, 비타민을 챙겨 먹었다.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다가 “어, 뭐야 생각보다 몸을 아끼네?” 하고 철수하기를 바라면서.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만에 낫는다는 말을 믿는 나는 웬만하면 병원에 잘 안 가고 버티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엔 소금 가글과 비타민으로는 이길 릴짱 수 없는 독한 녀석이 찾아왔고, 결국 주사와 약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인 가구에게 제일 서러울 때란 역시 아플 때가 아닐까.
받아온 항생제는 감기만큼 독했다. 빈속에 약을 먹었다가 게워 내고 난 후로는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으며 집에서 요양하기 시작했다. 최근 퇴사를 한 터라 갈수록 지갑이 얇아질 예정이기에 두끼는 간단하게 냉장고를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털어 해결하고, 한끼는 배달로 때웠다. 아침 7시쯤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여전히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일렁이는 게, 오늘도 글렀다고 생각하며 다시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마음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씻고 학교에 가서 자리라도 채울까?’ 스스로 아프다는 핑계로 도망치는 중인 건지, 정말 릴게임손오공 쉬어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이 쉽지 않았다.
어떨 때 이겨내야 하고 언제 쉬어야 할까? 누군가는 버티는 걸 미련하다고 하지만 어떤 이는 의지가 강하다고 칭찬한다. 배우 진 켈리는 39도의 고열에 시달리면서 ‘싱잉 인 더 레인’을 연기해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지만, 반대로 건물에서 점프하다 발목 골절이 되고도 촬영을 이어간 톰 크루즈에게는 사 백경게임랜드 뭇 다른 반응이 따르기도 한다. 고통을 견디는 것과 몸을 지키는 것. 이 둘을 결정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눈에 띈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는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배와의 일화로 글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라는 저자의 질문에 후배는 박나 바다이야기게임 림 아나운서를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고 답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후배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어렵게 찾아가 박나림 아나운서와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저자를 ‘평생소원을 이루어준 형’이라 부르던 후배는 즐거운 추억을 안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후 후배의 추모공원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때 모른 체했다면 미안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었겠구나.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진 빚은 갚을 길이 없으니까.’
그는 재직 중인 방송사에서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도 그 후배를 떠올렸다. 1년만 기다리면 사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들었음에도 곧장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후배에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과 함께. 저자 김민식 피디에게 이겨야 할 상황의 첫번째 조건은 ‘유한함’이었다. 후배의 건강이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없다는 제한이 저자를 즉시 행동하게 한 것이다.
그가 방송사 일을 선택한 에피소드는 금세 내 마음을 끌었는데, 모두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선배는 방송사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라고 묻는 대학 후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엠비시(MBC) 입사 시험을 준비했다. ‘텔레비전도 안 보는 사람을 왜 뽑아야 하냐’고 묻는 면접관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대한민국 시청자가 5천만인데 신문방송학과 나와서 텔레비전만 열심히 본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그램만 보겠습니까? 저처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무후무한 대규모 공채라는 운과 그의 진솔함은 합격을 안겨주었고, 좋아하던 후배와도 결혼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당찬 사내가 있을까’. 요즘 보기 드문 우직한 낭만에 내 마음이 다 흐뭇해졌다. 특히 신혼여행 이후 밤샘 야근으로 인해 한달 만에 아내와 저녁 식사를 약속한 날, 회사로 돌아오라는 선배 전화를 받았을 때 그의 반응은, 나중에 아들을 낳는다면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엠비시에 온 이유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데, 지금 선배에게 잘 보이려고 이 사람을 바람맞히는 게 맞나?’ 그는 선택을 앞두고 불안에 쫓기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걷고 있는지 담담히 확인했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l 김민식 지음, 푸른숲(2021)
‘어린 왕자’에는 이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명대사가 있다.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자신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몰라.” 그는 자신이 찾는 것을 확인하고 열차에서 내렸다. 이는 프로그램 하차를 의미했다. 누군가는 당시 저자에게 사회를 너무 모른다거나, 책임감이 없다는 둥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아내와의 저녁을 지킨 대가로 선배에게 낙인찍힌 탓에 불편한 시선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배정받은 프로그램은 신인도 마음 편하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였고, 각 분야의 최고들이 모인 팀이었다. 두번 쫓겨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그는 5년 만에 신인 연출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신뢰했으며, 책임을 다했다.
저자는 모니터 앞 드라마 감독의 자리부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조합원을 이끄는 총연출의 자리까지 수많은 판단과 선택, 그로 인한 책임을 기꺼이 짊어지는 사람이다. 파업을 유쾌하게 뮤직비디오로 만들고 그 공로로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으며, 지켜야 할 가치 앞에서는 타협 없이, 그러나 솔직하고 즐겁게 싸운다.
모유진 싱어송라이터
책을 덮고, 나에게로 돌아와서 묻는다. 내가 무엇 때문에 버티는지 알 수 없는 순간에는, 기꺼이 질 수 있는지. 대신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가치 앞에서 싸울 수 있는지. 시간과 기회가 유한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어려운 부탁을 꺼낸 저자처럼, 아내와의 저녁을 지켜낸 용기처럼, 나 자신을 위해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물을 수 있는지.
싱어송라이터 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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